[별난사람 별난현장]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재미로 시작한 드론…사업아이템 제안까지
미래부 창작대전서 우수상…벤처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싶어

방용환 KAIST 박사과정 학생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방용환 KAIST 박사과정 학생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그는 노래도 꽤 불렀고 고교시절부터 배운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당연히 음악쪽으로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음대가 아닌 일반대학에 진학한다. 그래도 음악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수능 끝나고 오디션도 봤다. 물론 합격했다. 대학생활과 함께 인디 밴드로 활동하며 자작곡도 6~7곡이나 만들고 해외 진출계획도 진행됐다.

그런 그가 어느날 음악이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인생에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났던 것. 대학 4학년을 마칠무렵 실험 재미에 빠진 그는 음악을 접어두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지방대 출신이었지만 독창적인 연구 성과로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KAIST로 통합), GIST(광주과학기술원) 등 연구중심대학의 대학원에도 속속 합격했다. 이후 그의 관심은 사이언스 분야로 집중됐다.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 몇안되는 드론 전문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만난 셈이다.

찬바람이 여전한 날 KAIST내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바쁘게 오가는 학생들 사이로 아직은 생소한 외발전동 스쿠터 '나인봇 원'을 탄 학생이 등장한다. 시선이 쏠릴무렵 나인봇 원을 한손으로 들고 카페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드론으로 전국 촬영에 나선 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이다.

방용환 박사과정생은 첫 인사로 "요즘 이녀석(나인 봇)에게 빠져있다"고 말하며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가방에서 드론을 꺼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조립에 들어갔다.

몇분만에 조립이 완료된 드론을 스마트폰에 연동시키고 조종에 들어가자 드론이 힘찬 날개소리를 내며 빠르게 하늘로 치솟는다. 500m 위 하늘에서 본 지상의 모습이 실시간 스마트폰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가 드론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재미로 드론을 날리기 시작한 그는 드론의 매력에 빠져 KAIST 내에 드론 동아리를 조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드론을 활용해 전국 촬영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사업자용 소프트어웨어 플랫폼과 API를 과제로 제안해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대한민국 창작대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길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긴 호흡으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재미있게 채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그의 삶은 몇번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며 음악도, 공부만 하는 공대생,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크리에이터 등으로 변화되고 있다. 앞으로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방용환 KAIST 박사과정학생이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타고다니는 '나인 봇 원' 이다.<사진=길애경 기자>
방용환 KAIST 박사과정학생이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타고다니는 '나인 봇 원' 이다.<사진=길애경 기자>

◆첫번째 터닝포인트…음악도에서 공학도로, 공부하는 법 몰라 밤샘하기도
 
"음악을 하다 대학에 들어갔으니 공부하는 법을 알리가 없었죠. 충남대학교 건축과에 들어갔는데 기술쪽이 아니라 학문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전산과로 전과를 했는데 기초기식이 없어 어려웠어요. 그래서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하는 방법을 모르겠는거에요."

그가 선택한 공부방법은 그야말로 단순했다. 무조건 밤새며 통째로 다 암기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 결과 C학점 수준에서 3학년무렵부터 A학점 이상을 받게됐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그는 학부시기에만 30여개의 프로젝트를 직접 구상해 진행한다. 또 전산학도답게 정보통신학회의 논문 공모에도 참여해 학부생으로는 유일하게 우수논문에 채택되는 영예를 차지하며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학부 전체를 보면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공계특성화대학 중심의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어요. 우수논문에 채택됐던 논문도 첨부자료로 해서요."

그는 ICU, GIST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고 다른 학교는 발표도 나기전에 ICU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부 교수님은 논문을 직접 썼는지 의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직접 고민하며 쓴 논문이었기에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실험 중심의 ICU의 수업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ICU는 2009년 KAIST로 통합된다. 재학생들은 KAIST로 흡수됐다.

"모두들 어수선했어요. 통합되면서 학생들은 왠지 피해의식도 있었고요. 그래도 학위 받는것에 염두 두지않고 재미있는 분야를 찾아 연구를 했어요. 남들보다 뒤늦은 3년반만에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어요. 박사과정에서는 네트워크 분야를 공부했는데 뭔가 흥분되는게 없는 거에요. 모든게 재미 없었어요."

그는 학업에 재미를 잃으며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겪게 되고 자퇴를 고민했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 신분으로 자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주변에 '나 힘들다. 우울증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해야할 일을 찾아 나갔어요. 그러다 KAIST 전산과의 최성원 선배가 주관하는 와인파티에 가게됐어요. 처음에는 사람들과 관계를 잇는게 무척 어려웠는데 많은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우울증이 정리되고 공부 방향도 다시 잡혔어요."

이일을 계기로 그의 성격은 적극적인 성향으로 변화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근거없는 자신감' 근자감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터닝포인트…우울증 앓다가 소셜커뮤니티 운영자로

그는 '라즈베리파이(Raspverry pi)' 모임과 '유리스 나잇 코리아' 운영자로도 활동 중이다. 

라즈베리파이는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학교에서 기초 컴퓨터 과학 교육을 증진시키기 위해 만든 싱글보드 컴퓨터. 국내 엔지니어들은 라즈베리파이를 가볍게는 장난감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플랫폼까지 활발하게 활용한다.

방용환 박사과정생 역시 재미로 라즈베리파이를 구입한다. 이를 활용하면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의외로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는 라즈베리파이에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할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페이스북에 올렸고 10여명이 동참하면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모임 구성원 중 30%정도는 비전공자인데 전공이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해요. 그러다보니 서로 하고싶은 분야를 이야기하는데 같이 할 부분이 의외로 많았어요. 드론에 연결할 수도 있었고요. 상상력이 봇물을 이뤘어요."

그는 "한 여자분이 아파트 흡연 문제를 거론하며 드론과 라즈베리파이를 연결해 흡연자에게 욕을 해주고 오고 싶다고 제안하는데 무척 신선했다"면서 "서로 연계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됐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은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세번째 터닝포인트…장난감으로 시작한 드론, 미래부 창의대전 수상까지

조립을 마친 드론. 카메라가 장착돼 실시간 영상을 촬영한다.<사진=길애경 기자>
조립을 마친 드론. 카메라가 장착돼 실시간 영상을 촬영한다.<사진=길애경 기자>
방용환 박사과정생이 직접 드론을 처음 구입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먼저 드론의 재미에 빠진 선배가 추천해주면서 시작됐다. 그의 첫 드론은 6만원 정도의 카메라가 장착된 장난감 용이었다.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는데 한달걸려서 왔어요. 한번 충전하면 5분정도 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틈만 나면 날려 KAIST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일주일만에 잃어버리고 말았죠."

그는 다시 드론을 구입하기 전 각각 드론 제품의 사양을 직접 비교하며 공부에 나섰다. 그리고 때마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던 중국 유명 드론회사의 160만원대 드론을 구입하는 일을 저지른다(?). 당시 국내에는 거의 없었던 실시간 촬영이 가능한 제품이었다. 

"KAIST 내에서 나름 드론 선도자가 되면서 동아리를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드론을 이용해 대덕은 물론 부산, 전주, 수원, 서울 등 우리나라 곳곳을 촬영하기 시작했고요. 평소에는 엄두도 못낼 100m, 200m상공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그는 "드론을 조종해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사진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짜릿했다"면서 "아치 위에서 본 엑스포 다리, 부산의 태종태, 수원화성, 전주 한옥 등 우리나라 곳곳을 촬영해 블로그에 올리며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나눔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인들과 이야기 중 드론을 이용해 다양한 응용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단순히 이용만하기보다 드론을 이용해 누군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발하기로 한 것.

"드론이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드론에 얹을 SW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 음성인식과 충돌방지시스템을 넣기로 했어요. 이를 드론에 접목하면 다양하게 사업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API를 모두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그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과학기술 창작대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다.

그는 국내 대기업의 장학금을 받고 있어 대기업 취업도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흥분시킬 또 다른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아가길 희망한다. 그가 이번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통찰력을 갖춘 CEO와 모두를 흥분시킬 아이템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그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데 지금 내가 하고싶은 일을 선택하고 도전하는 것부터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면서 "내게 주어진 돈과 시간을 지금의 나보다 10배이상 가치를 가진 나로 키울 수 있는 미션에 투자하고 싶다. 그런 아이템이라면 작은 벤처에서 고생스러운 일도 충분히 할 각오가 돼 있다"며 네번째 터닝 포인트의 방향을 밝혔다.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KAIST화암기숙사에서 본 대덕.<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KAIST화암기숙사에서 본 대덕.<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KAIST 연못과 KI빌딩.<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KAIST 연못과 KI빌딩.<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엑스포 다리.<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엑스포 다리.<사진=방용환 KAIST 박사과정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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