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벤처]이경수 대표 "대덕을 웨어러블 소자와 산업화 집적지로"
40개 글로벌 대기업에서 러브콜…상반기 샘플 출시 예정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정말 바쁘네요.(웃음)"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자 돌아온 첫마디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사무실을 둔 테그웨이에서 이 대표와 한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언론과 기업의 러브콜이 쉴틈없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걸려오는 전화마다 양해를 구하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테그웨이가 보유한 대표 기술은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 지난해 3월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2015년 유네스코(UNESCO)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국내기술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단숨에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테그웨이에 러브콜을 보낸 굴지의 글로벌 기업은 구글, MS 등 벌써 40여곳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들이 지난해 9월 창업한 신생벤처와 협력하겠다고 줄을 선 것이다.

이경수 대표는 "지난 4일 유네스코 세상을 바꿀 기술 발표 이후 해외 대기업 관계자가 직접 찾아오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함께하기를 요청했다"면서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산업분야가 무척 많은데 해외보다는 국내 각 분야 산업에서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를 기대한다. 상반기 중에 샘플 제작을 완료할 것"이라며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내 대기업 중 여전히 갑의 입장에서 우리를 하청업체 수준으로 대하는 패스트 팔로워적 마인드를 가진 기업도 있었다. 안타까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지금의 흐름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다. 우리는 일정대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해 5년 안에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택과 집중 의지를 보였다.

◆ 선후배이면서 30년지기 조병진 박사와 이경수 대표

현재 테그웨이의 CTO로 참여하고 있는 조병진 KAIST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3월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은 체온에 의해 생긴 옷감 내·외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무겁고 휘어지지 않는 기존 세라믹 대신 유리섬유를 사용해 가볍고 형태가 자유로운 의류로 만들 수 있고, 단위 무게당 전력생산 효율도 기존 대비 14배 높일 수 있다.

자동차, 공장, 항공기 등 폐열이 발생하는 다양한 곳에 적용이 가능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헬스케어, 의료용 패치 등에도 활용돼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온 전력 생산 예시.<사진=대덕넷 자료>
체온 전력 생산 예시.<사진=대덕넷 자료>

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지난해 3월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온라인판에 속보로 실렸다.  논문을 접한 해외 언론과 과학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해외 주요 언론 100여곳에서 앞다퉈 보도하고 유네스코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2월 초 전문가와 네티즌의 투표로 당당히 그랑프리까지 거머쥔다.

좋은 논문을 내는 것에 만족하려 했던 조 교수 연구팀은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성공창업을 장담하기는 쉽지않다. 창업은 마케팅, 회계, 인사 등 여러 요소들이 제대로 갖춰질때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CEO로 30년지기이며 창업과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선배 이경수 대표를 염두에 뒀다. 조 교수의 제안에 이 대표는 서울에서 내려와 기술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들었다.

"조병진 교수와는 선후배 사이로 30년 지기이기도 합니다. 1년에 한 두번 만나지만 서로에 대한 소식은 항상 듣고 있었지요. 조 교수로부터 개발한 기술로 창업을 하자고 제안이 왔는데 개념을 들어보니 재미있었어요. 그래도 같이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잘해보라'고 격려만 했죠. 그런데 좀 더 고민해 보라는 거에요. 대전에 내려와 직접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굳혔죠."

 이 대표는 조 교수의 설명을 듣고 망설임없이 창업을 결정했다. 재임 중이던 대기업 연구소장 자리를 정리했다.

KAIST에서 학위를 마치고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이 대표는 대덕을 떠난지 12년만에 테그웨이 창업멤버로 과학동네로 돌아오게 된셈이다.

이경수 대표와 CTO 조병진 교수는 늦은 봄부터 여름내내 준비를 거치며 지난해 9월 1일자로 '테그웨이'를 탄생시켰다. 이 대표는 "창업 과정중에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다.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아본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테그웨이는 SK그룹의 글로벌 벤처 스타 프로젝트로 선정돼 창업지원금을 받았다. 앞으로 SK로부터 최고 2억원인 기술개발자금도 지원받을 전망이다. 또 SK텔레콤의 미국자회사인 SK이노파트너스 지원으로 실리콘밸리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 상반기 내 샘플 완료…"제2의 대한민국 성장 밑거름 될 것"

조병진 교수(사진 왼쪽)와 이경수 대표(사진 오른쪽)가 회사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대덕넷 자료>
조병진 교수(사진 왼쪽)와 이경수 대표(사진 오른쪽)가 회사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대덕넷 자료>
"유네스코 세상을 바꿀 기술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 테그웨이 기술이 소개되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실제 스마트워치, 모바일 등의 기기는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게 이슈인데 우리 기술이 접목되면 시장판도가 달라 질 수도 있습니다. 상반기에 샘플을 완료할 예정인데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있는 어조로 말하면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정중하게 파트너가 되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중 일부는 여전히 갑의 입장에서 우리를 대하고 있다. 그런 기업은 마음에서 접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하지만 우리는 테그웨이만의 성공보다 국내 기업들이 같이 경쟁력을 가지며 국가도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큰 뜻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 성장이 멈춘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적 사고와 시스템으로 치고 올라왔는데 이제 우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할 시점이 되면서 길을 잃은 상태라는 것.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 이 대표는 긴 안목으로 기업을 경영할 예정이다. 퍼스트 무버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의지도 크다.

그런 의미에서 테그웨이는 현판이 두개다. 하나는 테그웨이 기업 현판과 R&D 센터 현판을 따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리플라이 한 40개 글로벌 기업에게 자사 연구원을 우리 연구센터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대덕특구를 세계의 웨어러블 발전소자 연구 및 산업화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대표는 출연연에 대한 입장도 털어놨다. 출연연에서 1996년까지 근무했던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출연연은 정부에서 해야할 대형과제 위주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최근 연구성과물을 보면 스케일이 너무 작아졌다"면서 "20년이 그렇게 흐르면서 출연연의 미션도 흩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리스크가 큰 연구는 어렵다. 출연연에서 5년, 10년을 앞선 장기적 선행 연구를 할 수 있어야한다.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SK 관계자와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이경수 대표(사진 왼쪽)<사진=길애경 기자>
SK 관계자와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이경수 대표(사진 왼쪽)<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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