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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B-KAIST 네팔 활동 현장을 가다

[르포]학생들 약 2주간의 일정으로 4개 프로젝트 수행
전력공급·주거환경 개선 등 가시적 성과…현지 주민들 조금씩 변화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지는 약 800km에 이르는 티벳 고원 인접 국가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베레스트, 칸첸중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등 세계 10대 고봉중 무려 8개가 선정된 자연적 경이가 넘치는 나라다.

60여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힌두 왕국이며, 석가모니 탄생지(룸비니)로 알려진 불교 문화의 모태이기도 해서 전세계 산악인과 종교순례자,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러한 네팔의 한 고산 마을에 KAIST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공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3년째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저우를 경유해 저녁 11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뷰반 공항에 도착했다. 관광 차 온 것으로 보이는 한국 학생들과 선교 차원에서 방문했다는 일행들도 보인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칠흙같은 어둠속에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유혹한다.

택시를 타고,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는 'Tahmel'로 이동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른 아침 국내선을 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이동했다.

주변 거리 모습은 이색적이다. 문명의 혜택이 비켜간 듯 낙후된 거리와 오토바이, 택시 등으로 혼잡한 도로, 길 한복판에 편하게 누어 있는 개, 거리에 나와서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규칙이 형성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나라에 신호등이 없다는 것이다.  

카트만두에서 여객기로 1시간, 버스로 7시간 이동하면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고,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포카라에 도착한다. 포카라는 히말라야 등산과 트레킹을 시작하는 서쪽 출발점으로서 각광 받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 휴양지로 꼽히는 포카라 전경. 호수 주변의 풍경과 마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사진=강민구 기자>

포카라에서 다시 버스를 이용해 5시간 이동하면 중소형 도시 베니(Beni)에 도착한다. 베니는 난기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한 가장 근접한 도시다. 베니에서 트랙킹으로 약 8시간 이동하면 최종 목적지인 '난기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난기 마을(2300m)은 세계에서 각각 7번째와 10번째로 높은 산으로 꼽히는 다올라기리(8,167m)와 안나푸르나(8091m) 서쪽 중턱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긴 여정 끝에 난기마을에 도착해 송태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와 학생들과 반갑게 조우했다. 탁 트인 시원한 전경이 눈에 들어 오는 히만찰 고등학교의 왼편에서 학생들이 주거시설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주거팀이 구축하고 있는 건조시설.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건물 하단에 온돌을 배치하는 구조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한다. <사진=강민구 기자>

이 시설은 자두의 상품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을에는 70~80 그루의 자두 나무가 있는데 5%는 먹고, 5%는 잼으로 만들고, 90%는 폐기처분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건조시설을 만들게 된 것이다.

주거팀의 팀장인 김영일 항공우주공학과 학생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직접 이용하고 바닥에는 Rock-bed system이 결합된 온돌을 배치해,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최종적으로 Passive solar house를 만들어 고효율 주택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팀은 이번 일정 동안 나무 판자, 각목, 지푸라기 등을 활용한 단열재 제작과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난기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단열 성능이 낮은 돌과 진흙을 이용해 건축하는데, 자연상태의 돌을 직접 망치와 끌로 건축시에 가공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거팀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단열재 개발 실험을 진행했으며, 향후 건설하고자 하는 passive solar house에 개발한 단열재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활동을 위해 총 16명의 학생들이 난기에 집결했다. 학생들은 ▲과학교육팀 ▲소수력팀 ▲복지팀 ▲주거팀 ▲항공안전팀으로 구분되어 활동했다. 13일부터 일부 학생들이 도착해서 포카라 철공소에서 필요한 자재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활동이 마무리되는 27일까지 2주가 넘는 일정이다. 이곳을 방문한 22일은 어느덧 이들의 활동이 중간을 넘은 시점이었다.

네팔에서의 숙소는 오두막(lodge). 식사는 네팔식 백반인 '달밧(Dahl baht)'. 카레와 야채 등이 어우러진 이 전통음식은 특유의 향신료향과 함께 신선한 야채가 인상적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학생들은 회의를 하면서 각 팀별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를 하면서 당일 활동을 정리하고,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송 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들으면서 꼭 필요한 기술적 문제들을 보충한다.

이튿날, 과학 교육 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학교를 찾았다. 과학교육팀은 소리나는 연필, 아두이노 피아노, 종이 회로를 이용해 LED 전구 밝히기, 붉은 양배추 용액을 활용해 티셔츠를 염색하고 산성도를 측정하는 과정 등을 통해 과학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신용우 KAIST 바이오뇌공학과 학생은 "한국 교육 과정과 네팔 현지의 교육 과정을 비교해서 가장 좋은 사례를 교육 교재에 담았다"고 말했다. 신 학생은 "네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떨어진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학적 개발을 통해 돕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은 각 분야별로 이동하면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다. 특히, 아두이노 피아노 교육 중에 학생들이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보는 광경은 소설 '상록수'에서 예배당 밖으로 몰린 아이들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면서까지 공부하려는 광경과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두이노 피아노 교육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붉은 양배추 용액을 적신 티셔츠를 정성껏 말리고, "삑~삑" 소리 나는 펜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에는 금세 웃음꽃이 핀다. 삼삼오오 모여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신기해 하는 모습에는 순수함이 가득하다.

과학 교육이 끝난 저녁 즈음, KAIST 학생 한 명이 네팔 학생들과 농구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참패. 고산지대에서 활동한 이들의 폐활량과 매일 맹훈련을 통한 패스웍으로 무장된 이들에게 속수무책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이들은 국적을 떠나 어느덧 하나가 된다.

셋째날,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분주하다. 항공팀이 항공 관제 시설을 설치한 모하레단다(3400m)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이 곳까지는 난기 마을에서 8시간 정도를 트랙킹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셰르파(Sherpa)에게 짐을 맡기고 출발했다.

가파른 길을 계속해서 등산한지 3시간 후, 완만한 능선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변의 황금 들판과 산맥들이 어우러진 주변의 장관에 잠시 넋을 잃고 지켜 보게 된다. 학생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주변의 멋진 풍경도 잠시, 고지가 보이면서 몸이 서서히 지쳐 온다. 이 때 학생들이 가장 앞장서 가던 마하비르 푼 박사에게 외친다. "잠잠~!(계속 갑시다)".

이어 원시림을 지나 마침내 모하레 단다에 도착했다. 잠시 쉬려는 찰나 푼 박사가 150m 아래에 있는 급수 펌프 시설을 보여주겠다며 재촉한다.

하이드로 펌프 시설은 고지대에 위치해서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거주민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됐다. 1기 학생들이 기술적 문제로 실패하고, 작년 2기 학생들의 활동 과정에서 완성됐다.

기존에는 물통을 운반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는데, 정상에 설치된 태양열 패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150m 아래에서 설치된 하이드로 펌프를 활용해 물을 끌어 올린다. 작년 설치 과정에서 눈이 많이 오는 악조건에서도 학생들이 만든 성과 중 하나다.   

Lodge에는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기상 상황을 전달해 주는 카메라가 설치됐다. 네팔항공은 작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항공기 사고 안전우려국에 꼽힐 정도로 안전성이 취약하다. 노후화된 기종과 급변하는 산맥 주변의 기후 변화 때문이다. 실제, 학생들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항공기 사고로 인해 전원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모하레단다에서 카메라를 설치해 난기마을을 비롯해 한국에서까지 실시간으로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네팔 항공부와 협의중에 있다.

난기마을에서의 넷째날, 일정도 마무리 되어 간다. 소수력 팀이 열심히 땀을 흘려 만든 소수력 발전시설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난기 마을에서 30여분을 내려가면 강줄기와 함께 파이프가 길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원지에서 30여분을 내려가면 발전시설이 있다. 소수력팀은 이번 활동 내내 파이프의 압력 손실 원인 파악과 90m 파이프 추가 연장에 주력했다.

송태호 교수가 측정기의 눈금을 읽자 기록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소수력팀은 90w의 전력 생산에서 202w로의 효율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팀원들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무거운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 장비를 한국에서 챙겨 오기도 했다.

발전기의 인버터를 통해 변환된 전기는 충전조절기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고, 이 전기가 변압기를 통해 난기 마을의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이어 무연스토브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복지팀을 찾았다. 이 팀은 스토브를 나무가 완전 연소될 수 있게 디자인하면서 연기가 줄어들게 하는데 성공했다.

정민기 산업·시스템공학부 학생은 "기존 스토브를 로켓스토브 형식으로 변형해서 디자인했다"며 "가스레인지의 경우 단가가 높고, 사용 후 난방에 효과가 없었는데, 이번에 개발한 스토브는 단열이 되면서 난방효과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팀은 자두나무 가지치기를 통해 자두의 상품성을 제고하기도 했다.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를 치고, 그물망을 설치하면서 기존에 활용 못하는 자두도 활용 가능케 됐다.

학생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과학교육캠프, 항공카메라 설치, 소수력발전, 무연스토브 개발.(왼쪽부터)<사진=강민구 기자>

저녁 즈음 마을 사람들과 환송식을 한 후, 축제 한마당이 펼쳐 졌다. 학생들과 주민이 함께 '레쌈 삐리리(Resham Firiri)'라는 전통 민요를 함께 부른다. 2주일 가량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귀리로 만든 전통 발효주인 '락시'를 함께 나눠 마시고 흥겨운 춤을 추면서 마지막 밤은 깊어 간다.

"Resham Firiri(내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과 같네). Udayra Jauki Dadama Vanjyang Resham Firiri (산 정상에서 앉아 있어야 할지 날아가야 할지 님 향한 내 마음 결정할 수가 없네)"

12학년에 재학중인 아쉬스 푼(aashish pun) 학생은 "다른 봉사활동들은 개인적이고 일회성인데, EWB-KAIST는 실용적이어서 좋다"며 "학생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해 이러한 기회가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마을을 떠나기 전 주민들과 인사를 건넸다. 푼 박사에 따르면 전날 일기예보를 통한 이 지역의 강수확률은 무려 80%. 밤새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하늘이 맑다. 마을 주민들이 학생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의미의 노란 비단 리본을 건네 준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모두에게서 잠시 아쉬움이 스쳐 지나간다.

EWB-KAIST 1기 활동 당시 주민들은 경계를 하고, 활동에 대해 의문심을 가졌다고 한다. 1년여의 준비와 2주 동안의 현지 활동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기는 어렵다. 특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쉽지 않지만, 3년여의 활동을 거치면서 적어도 난기 마을에서 만큼은 주민들에게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공학 기술 전파 등의 과정에서 노하우와 원리를 설명하고, 재료를 현지에 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생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네팔에서 남은 활동 기간은 2년. 국경을 초월한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이들의 활약과 네팔의 중심지로 부상할 난기마을을 기대한다. 

EWB-KAIST 학생들과 난기마을 주민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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