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신임 소장 3人 인터뷰, 공모제 전환하면서 조직 고민 3배 이상 늘어
각 소장들 '공모제 전환은 파격적 시도이며, 조직 발전계기 될 것' 입 모아

"기존에는 원장이 임명했기 때문에 각 보직자들이 수동적 입장이었습니다. 새로 도입된 공모제를 통해 각 후보자들이 미래 비젼에 대해 제시하고 논의하게 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하게 됐습니다. 함께 방향성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Bottom up' 방식으로 분명히 진보된 것입니다. (유영찬 도시건축연구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이 파격적인 내부 보직자 인선을 마무리 하고, 'Bottom up' 방식의 혁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서부개척시대에 샌프란시스코는 금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동부에서 경제적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 인생역전을 꿈꾸면서 이곳으로 금을 찾아서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Gold Rush' 얘기다.

1849년은 'Gold Rush'가 가장 절정에 이렀던 때로 샌프란시스코의 현 미식축구팀 이름인 '49ers'도 여기서 유래했다. 황금을 꿈꾸면서 금을 찾아 떠난 사람들은 개척자를 의미한다.

건설연에서도 내부 보직자 인선을 기존의 원장 인사권에서 공모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49명의 인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개척자에 빗대어 연구원에서는 '49ers'라고 표현하게 됐다.

이들이 공모제에 참여해 직접 미래 계획, 비젼에 대해 발표하고, 이태식 원장과 인사위원회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각자의 열정을 피력한 결과 16명의 연구소장이 새로 임명됐다.

이 원장은 "공모 참여자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보니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5일 출연연 과기 한마당 참석을 위해 대덕을 찾은 건설연 이태식 원장 외 '49ers'는 대전 시립미술관을 찾아 '더브레인전'을 함께 관람하는 등 직원들간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5일 출연연 과기 한마당 참석을 위해 대덕을 찾은 건설연 이태식 원장 외 '49ers'는 대전 시립미술관을 찾아 '더브레인전'을 함께 관람하는 등 직원들간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신휴성 창의전략연구소장, "화학적 융합이 관건…주변의 호응 필요"

건설연은 내부 보직자 선정을 위해 각 부마다 신청공모를 받고, 시니어 그룹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통해 각 연구소마다 3명의 공모자들을 선정했다. 각 연구소별 발전 전략에 대한 소견발표를 진행하면서 의지가 있는 신임 소장들이 선출됐다. 

또한, 실장급 인선도 경선과 소견발표를 통해 선정됐는데,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인사로는 유례가 없는 파격적 시도다.

신휴성 창의전략연구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신휴성 창의전략연구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신휴성 신임 창의전략연구소장은 "처음에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조직 발전을 위한 고무적 시도다"면서 "이번 변화의 핵심은 의지와 비젼이 있는 보직자를 선정해 조직을 혁신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소장은 지반연구소, 자원 개발 분야 관련 연구를 수행하다가 이번 공모제를 통해 전략연구소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그는 "창의전략연구소는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각 연구사업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이끌고 주요 사업들을 관리하는 전략부서다"면서 "기관의 정체성을 고려해 수요발굴, 사회문화적 인식, 국민들의 요구 등을 적시에 반영해 사업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다양한 융합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조립식 융합에서 화학적 융합으로 전환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공공기술 분야에 해당되는 건설의 각 실용화를 위한 고유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 예측,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앞으로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부탁했다.

그는 "돌은 던져졌다. 주변에서 지켜봐 줬으면 한다"며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니라 해야 될 연구를 발굴해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유영찬 건축도시연구소장 "수동적 역할서 적극적 역할로 전환, 조직방향성 고민 3~4배 증가"

유영찬 신임 건축도시연구소장은 "기존에는 지명받은 인사가 원장의 철학을 받아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수동적 측면이 강했다"면서 "처음 공모제로 전환한다고 밝혔을 때 특이했고, 색다른 시도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유영찬 건축도시연구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유영찬 건축도시연구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유 소장은 이번 인사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발표 과정에 있어서 준비과정을 꼽았다.

그는 "지명 받기 전 발표를 준비하는 것과 원장의 지명 후 발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조직의 현황, 비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기존보다 3~4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장 앞에서의 비젼발표식과 소장 임명 후의 공개적 발표 등 2번의 발표 과정을 통해 그는 조직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유 소장은 연구소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미래방향을 구상하고 잇다.

그는 "소 내에서도 비젼에 대해 이야기 해본적이 별로 없었다"며 "구성원들과도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앞으로 비젼 등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원장의 소극적 역할에서 탈피해서 적극적 역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 소장은 앞으로 건축업계의 문제점인 미흡한 체계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안전에 대해서도 몇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현업에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외형적 변화 추구가 있다. 문서화된 기준이나 법령 체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 중 상당수는 성장기에 지으면서 내구성이 떨어졌다. 냉·난방 문제, 층간 소음 문제 등이 그 사례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패시브 하우스 등 제로에너지를 지향하고 있지만, 국내는 안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갈 길이 멀다. 

유 소장은"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연구소의 미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산업과 현업에 맞게 기술개발을 집중하고, 에너지, 화재, 안전 등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연구소도 당면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건축도시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잡아야 하고,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하고, 건물에너지 감소 등과 같은 국가 정책 분야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공모제에 대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안이다"면서 "이제 진단과 계획을 세웠으니, 앞으로 구체적 계획 수립을 통해 성과가 도출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소 내에서의 불편한 이야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화제로 만들어 논의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소망은 자생적인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것. 그는 "구조가 독립되어 있어서 각자 일하는 구조인데, 함께 모여 협력하지 않으면 미래 발전이 어둡다"며 "스스로 원하는 자생적 클러스터가 형성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인 7~8개의 클러스터 형성 중에 벌써 3개 클러스터가 기획되는 등 자생적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 소장은 "영국 BRE를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 안전, 계획, 설비, 도시, 에너지 등 수많은 주제가 있는데, 이 분야에 산발적으로 접근한다면 요소기술은 개발할 수 있지만, 산업 저변 확대는 어렵다"며 주요 주제에 대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의 역할과 임무라는 것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건설연의 건축도시연구소는 출연연의 미션에 맞춰 임팩트 있는 성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제2의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곽종원 구조융합소장 "소장의 역할은 연구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 

곽종원 신임 구조융합소장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공모과정 변화는 혁신적인 시도다.

곽종원 구조융합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곽종원 구조융합소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곽 소장은 "그동안 연구원에서는 각자 희생하는 입장에서 보직자를 수행했으며, 조직을 통솔해야 한다는 특성상 연륜에 맞춰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해 시도해야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결과론적으로 기존 방법이 아니어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의구심도 있지만,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곽 소장도 준비 과정에서 조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조직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은 좋았다"며 "부서가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구조융합연구소는 토목구조물 전반에 대해 연구하며, 교량, 스타디움, 원자력 발전소, 해양구조물, 타워 등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곽 소장은 "각 분야와의 융합과 노후화된 기존의 구조물에 대한 유지,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규로 건설하는 것보다 안전을 확보하면서 어떻게 기존의 구조물을 다루냐가 중요하다.

이 분야는 진단기술이 필요하고, 센싱 모니터링을 위한 데이터 분석 등 IT와도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타 분야와의 기술 융합이 요구되고 있다.

곽 소장은 "다른 연구소에 비해서 타분야와 융합이 크다"며 "구조라는 분야가 오래된 분야다. 다른 것들이 가미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며 "고성능 등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조융합연구소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연구 중에 안전관리, 유지분야를 주력과 중소기업 실용화 지원사업 등을 통한 연구원 실적향상과 중소기업 해외진출 기회 모색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4건 정도의 대형프로젝트를 계획 중에 있다.  

그는 소장으로 임명된 이후, 물리적 연구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곽 소장은 "소장의 역할은 연구원들이 마음 편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며 "환기를 위해 실링 팬 설치, 하단에 난방기 설치 등 각 개인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적 절차도 간소화하고 있다.

그는 "결재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웬만해서는 즉시 진행한다. 직원들의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조융합연구소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분기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연구원이 각 개인에게 있어서 재미있고, 일하고 싶은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곽 소장은 "연구원들에게도 재충전의 시간과 추억이 필요하다"며 "이벤트 행사, 호프 데이 등을 일부러 만들어 함께 어울리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올 한해 소망을 밝히면서 "연구를 잘 마치고, 은퇴 이후 모두 함께 태평양에서 요트타고 만나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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