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초고집적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동작원리 규명

"조그만 머리핀 하나에 백과사전 전권의 내용을 담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1959년 연설에서 외친 문구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당시 허무맹랑하게 들렸던 이야기는 현재 손톱만한 크기의 메모리 기가(Giga)가 테라(Tera) 단위로 넘어가는 등 현실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엄대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신용현) 나노소재평가센터 박사팀이 테라바이트급 비휘발성 메모리를 제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레터스에 지난 14일자로 게재됐다.

대진, 문창연, 구자용 박사가 저온 주사터널링현미경 장비를 이용하여 실리콘 물질표면의 원자 및 전자 구조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표준연 제공>
대진, 문창연, 구자용 박사가 저온 주사터널링현미경 장비를 이용하여 실리콘 물질표면의 원자 및 전자 구조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표준연 제공>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저장된 정보를 유지하는 메모리다. 플래시메모리, ROM, 자기저항메모리, 전기저항 메모리 등이 해당된다.

메모리의 구조가 간단해지면 보다 많은 디지털 정보 저장이 가능하지만 현재 메모리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복잡한 설계와 공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간단한 공정으로 실리콘 웨이퍼 표면 원자 각각에 '0'이나 '1'의 이진정보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초고집적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고 그 동작원리를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결함이나 인공구조물이 아닌 정상적인 표면 원자를 이용해 실험을 성공시켰다. 종전까지는 불규칙하게 분포하는 결함 구조나 인공구조물을 이용해 원자 스케일에서의 메모리 기능을 시연했기 때문에 위치 제어 등의 어려움으로 응용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연구진은 "메모리의 정보 저장능력은 집적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제품과 비교했을 때 집적도의 차이는 2~300배 정도 차이가 난다"면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의 크기 정도를 유지하면서도 수천 배 큰 용량인 테라바이트급 비휘발성 메모리가 제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태진 박사는 "해당 연구결과는 원자스케일의 기억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기 때문에 추가 응용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한 차원 높은 용량의 비휘발성 메모리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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