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대덕넷, 김태유 서울대 교수 초청 새해 첫 상상력 포럼 개최
"과학기술 중심사회 누가 만들어 주는 것 아니고, 우리 손으로"

올해 첫 상상력 포럼D가 21일 UST 사이언스 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대덕인이 참석했으며 초청강연에 나선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국가의 흥망성쇠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사진=대덕넷>
올해 첫 상상력 포럼D가 21일 UST 사이언스 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대덕인이 참석했으며 초청강연에 나선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국가의 흥망성쇠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사진=대덕넷>
"네덜란드, 독일, 일본, 미국이 약소국에서 어떻게 선진 강대국이 됐을까요? 기술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면서 강대국이 됐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태유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올해 처음 열린 상상력포럼 D에서 선진강대국이 되고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핵심 열쇠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는 우리 과기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와 대덕넷은 21일 UST 사이언스홀에서 김태유 교수를 초청, 을미년 첫 '상상력포럼 D'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초청강연과 미니 전시회를 통해 대덕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해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을 더하는 행사로 마련돼 추가 좌석을 배치할 정도로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참석했다.

김태유 교수는 '새로운 시대의 길을 묻다-국가발전의 동력, 국민행복의 원천'을 주제로 선진강대국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여러분은 어떠한 나라에 살고 싶습니까? 우리나라는 선진 강대국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출산과 사망률, 먹는물, 주거지, 기대수명, 1인당 국민 소득 등의 항목을 들며 선진국과 강대국의 용어에 대해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선진국은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 강대국은 군사력이 높은 나라로 둘을 합친 선진 강대국은 국민 1인당 국민소득과 군사력이 강한 나라다.

김 교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일본이 선진 강대국에 해당된다. 이들 나라들이 선진강대국이 된 뒤에는 과학기술이 있다"고 강조하며 "반면 과학기술과 기술인을 무시한 나라들은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대국에서 패권을 상실한 나라로 스페인과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강대국이었지만 종교와 정치적인 이유로 과학기술을 버렸다. 그 결과 기술인들이 영국, 독일, 네델란드 등으로 탈출하고 더 이상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면서 전쟁에서 패하고 국가의 위상도 추락했다.

반면 네덜란드와 영국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탈출한 기술인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기술과 기업에 관용을 베풀면서 약소국에서 패권국으로 성장이 가능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5분의 1로 작은 나라지만 프랑스에서 탈출한 기술인(위그노)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하고 국민 소득이 높아졌다.

김태유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청중들의 모습.<사진=대덕넷>
김태유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청중들의 모습.<사진=대덕넷>

김 교수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만 국민들의 키가 커진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는 국민평균 키가 가장 큰 나라로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190cm가 넘는다. 월드컵, 스케이트 등 각종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산업혁명 역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과학자들을 적극 받아들였다. 만기를 앞둔 증기기관의 특허기간을 영국의회에서 특별히 20년 연장한 역사적 사실이 없었다면, 아마도 영국의 산업혁명이 프랑스에서 일어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김 교수는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증기기관차가 처음에는 빛을 못 봤는데 기업인 매튜볼턴이 적극 투자하고 관료에게 특허기간 연장을 요청했는데 이것이 의회에서 받아들여져 가능했다"고 역설하며 법조인, 관료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후발국에서 강대국이 된 나라는 독일, 일본, 미국이다. 특히 독일은 유럽내에서 가장 후발국이었으나 비스마르크가 철혈정책(현실의 문제는 언론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에 의해 결정된다)을 시행하면서 프랑스의 철과 석탄을 확보하고 국내 산업을 육성했다.

또 독일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탈출한 과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입할 정도로 적극 나서면서 영국과 프랑스보다 앞서는 강대국으로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김 교수는 "과학기술을 중시하며 강대국이 됐던 독일이지만 히틀러가 세계대전에서 유태인 과학기술인들을 추방하면서 결국 전쟁에서도 패하게 됐다"며 "과학기술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역시 기술자를 존중하면서 강대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조선이 기술자를 무시하는 사이에 일본은 도자기 기술자를 영입해 교역 중요 물품으로 성장시켰고 나아가 명치유신으로 산업혁명을 일구게 됐다.

김 교수는 "명치유신은 요시다 쇼인이 4평 서당에서 1년반 동안 제자 90명을 교육하면서 시작됐다. 쇼인은 당시 '지금 서양인과 싸우는 것은 헛된 죽음이다. 그들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우리것으로 발전시킨 후 그들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때 조선은 주자학과 성리학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배격했다. 그것이 두 나라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면서 "일본 여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볼때 우리나라의 소녀들은 위안부로 끌려가 엄청난 고난을 겪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 교수는 또 "국민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가정이지만 어떤 나라에 태어났는 가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영국식 섬유기술과 프랑스식 무기기술로 대량생산 기술의 기틀을 완성했다. 또 독일의 히틀러가 추방한 유태인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적극 영입,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탄을 만들어 독일을 위협하고 달을 가장 먼저 탐험하며 우주시대를 열게 됐다.

김 교수는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쟁은 국가간에 승패를 결정짓지만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과학기술과의 연계"라면서 "현재 사용되는 기상예보 레이더, 컴퓨터, 인터넷, GPS, 원자력 발전소 등이 다 군수기술에서 온것"이라고 들었다.

그는 "칼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결과가 다르듯이 과학기술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다르다. 때문에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과학자 스스로 인지하고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오늘 강연하면서 참석자 모두와 눈이 맞고 한분 한분과 공명이 일어나고 있다. 강연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강연 후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들며 '어떤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가'라고 질문했고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교육은 백년대계일정도로 중요하다. 우리나라 무척 열심히 교육 했지만 인문학 중심이었다"면서 "교육의 핵심은 과학기술 교육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기술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자칫 개인에게 피해가 올수 있다며 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문제 해결 방식은 바텀업, 탑다운 두가지 방식이다. 과학자들이 기회가 되는 대로 과학기술을 중요성을 강조하는 식견을 발표해 통치권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여론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하며 "하지만 현재 관료들의 인사가 과기 지식없이 순환보직으로 진행돼 더 큰 문제가 있다. 공무원을 부처가 아닌 직무에 따라 소속하고 횡으로 승진과 인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2월 상상력 포럼D는 설날 명절이 있어 25일 '뉴턴의 무정한 세계(우리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과학사)'의 저자 정인경 작가를 초청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는 미니전시회로 대전지역 금형산업 성과물이 함께 전시됐다.<사진=대덕넷>
이날 포럼에는 미니전시회로 대전지역 금형산업 성과물이 함께 전시됐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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