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기술료 보상금 개정, 기술성과 확산에 '찬물' 끼얹는 격"
현장 과학자들 "보상금 개정안 재보완 이뤄져야"

"출연연 연구 성과확산을 위해 연구소 기업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부정책이 이런식으로 나오면 기술사업화 현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지요."(E 출연연 박사)

"연구원이 상용화에 기여한 바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다만 그 수준의 한계를 정하느냐 선택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처럼 게임 중에 (정부가) 룰을 변경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입니다."(국책연구원 출신 벤처기업 대표)

"부자과학자가 나오지도 않았고 이제 겨우 나오려고 하는데 정부에서 먼저 싹을 자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제도의 혜택을 받은 선배과학자가 나와야 후배들이 힘을 얻을텐데 이렇게 싹부터 자르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입니다. 부자과학자가 몇명이라도 나와 보고 개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D기관 기술사업화 관계자)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정부출연기관 개인연구자 기술료 보상금 기준' 규정 개정과 실행을 두고 연구현장 과학자와 기술사업화 및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에서 기술사업화 활성화 등 창조경제 성과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데 핵심 부처에서는 연구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과 현장이 엇박자로 가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워 하며, 앞으로 후배 연구자들 중 누가 연구소 기업에 관심을 갖고 기술사업화에 힘을 쏟겠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현장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래부 관련 지침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 "창조경제 성과 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더니 제대로 찬물"

기술료 보상금은 정부가 연구개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우리나라의 기술료 보상금 제도는 1982년 과학기술처의 '특정연구개발사업처리규정'에 의거해 각 부처 연구개발(R&D) 사업 관리규정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반영돼 왔다.

정부는 이공계 사기 진작을 위해 2005년 3월부터 연구자보상비율을 50%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세부규정은 부처별로 다른 규정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 12월 공동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2012년 5월 개정을 통해 기술료 관리정책을 통일했다. 또 상한 금액 등 세부사항은 개별 출연연에서 마련해 연구원들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존 기술료 보상금 제도는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에게만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기술사업화 담당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이에 미래부는 작년 8월 연구개발(R&D) 결과물에 대한 기술료 보상금 제도를 개정했다. 개정의 주요핵심은 개발에 참여한 개인 연구자에게 기술료 보상금을 50% 일괄 지급하는 대신 기술료 보상금 20억원 초과분에 대해 20~30억원까지는 40%, 30~40억원까지는 30%, 40~50억원까지는 20%, 50억원 초과시에는 10%로 지급율을 달리한다는 것. 또 올해 수익 발생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실제 20억원을 넘는 기술료는 많지 않지만 IT분야 기술료의 경우 단위가 큰 경우가 간혹 있다. 큰 기술료 지급시 제한장치가 없어 개정하게 됐다"면서 "현장 의견을 통해 개정한 것으로 남는 기술료는 기관과 TLO 조직에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술사업화(TLO) 담당자에게 기술료 보상금을 제공한다는 명분하에 연구자에게 제공되는 보상금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국책연구원 출신 벤처기업 관계자는 "연구원이 상용화에 기여한 바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다만 그 수준의 한계를 정하느냐 선택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며 "그러나 이번의 경우처럼 게임 중에 (정부가) 룰을 변경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올해 연구소1호 기업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 해당 출연연은 보상금 상한선을 없애며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지원하는 입장인데 미래부는 연구자들의 사기를 꺽고 있다"면서 "이런 규정이 적용되면 후배 연구자들 중 누가 기술사업화에 관심을 갖겠느냐"고 반문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또 "기술료 보상금 중 기술사업화 담당자에게 지급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부에서 연구자 몫을 일괄 축소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기관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선배가 사례를 만들고 후배를 리딩할 수 있도록 해도 늦지 않을텐데 막 꽃이 피려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답답해 했다.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정부는 연구기관의 기술료 징수와 사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은 연구자, 기관, 기술사업화 기여자에게 보상금이 가도록 시장원리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술사업화도 활발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창조경제 활성화 위해서라도 정부 신뢰회복부터"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초 발표한 이슈 페이퍼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에서 환수해 간 기술료 중 연구개발 재투자는 35.5%에 불과하다.

기재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총 기술료 수입은 전년 이월금액을 포함해 1109억원. 이중 지출은 연구자 보상은 386억원, 연구개발재투자 241억원, 전문기관 납부 금액은 118억원, 기타 지출은 117억원으로 240억원의 잔액이 남는다.

정부에서 환수해간 기술료 중 일부는 공무원 해외유학비, 사기진작경비, 운영비로 오용된 사례가 국감에서 확인되며 연구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와 기술사업화 담당자들은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위해 정부의 간섭을 축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기술사업화 담당자는 "그동안 가장 큰 기술료는 예전 ETRI에서 개발한 CDMA 기술의 이전이라고 할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규정이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아 사회 분위기에 따라 연구자들에 5%정도 지급되고 기술사업화 담당자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규정이 만들어졌어도 수십억, 수백억원의 기술료 보상금을 받아간 연구자는 한명도 없다"면서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정부의 규정 개정이 아쉽다. 기술사업화는 3000억원을 투입해 3조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제도로 제대로 적용될 때 기술사업화 활성화도 가능해지고 인재들도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술사업화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R&D 역량은 뛰어나다. 이전에는 기술이전 부서도 없어 누구도 기술사업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게 사실"이라면서 "이젠 특허이전, 기술기여자 인센티브 제공제도들이 만들어져 기술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번 미래부의 과도한 규정 개정으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출연연의 K 박사는 "연구자들이 인센티브를 받으면 후배들에게 재투자한다"면서 "연구원 창업벤처가 설립해도 다 성공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기금을 만들어 성공벤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런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창업투자 관계자는 "출연연의 기술이전 보상에 대해서는 본질부터 시장논리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최근 원자력연의 사례처럼 중간에 지분을 돌려주지 않다가 한꺼번에 정리하려니 생기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KAIST 인문대학원 한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의사가 되려는 이유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안정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라며 "과학이 대중화되고 과학인재들이 많아지려면 우리나라에도 부자 과학자가 많이 탄생하도록 정부와 과학계가 노력해야 하며, 어찌보면 부자 과학자 사례가 많아질수록 대중의 과학화는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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