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사람 별난현장]'ICT+패션 융합연구' 주도 김주용 숭실대 교수, 상용화위해 실짜는 기술 등 직접 배워
"기술 위한 상용화 안돼…소비자·패션디자이너가 이끌어야"

미싱, 실 짜는 기계, 원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 얼핏 보면 공방같기도 한 이곳은 김주용 숭실대 유기신소재 파이버공학과 교수의 실험실이다.

그는 ICT와 패션을 융합한 섬유를 개발하는 연구자다. 패션노이드 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디자이너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항공기와 풍력발전 날개 등 산업용 섬유를 연구개발하다 패션의류 섬유에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한지도 15년. 그에게 섬유와 과학기술은 때려야 땔 수없는 관계가 됐다.

1999년 그가 패션과 과학기술을 융합한다고 했을 때 만해도 사람들은 그를 이단시하기도 했다. 최근 웨어러블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주목받는 덕분에 인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연구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김주용 숭실대 교수를 만나봤다.

◆ 기술을 위한 상용화 안돼 "패셔너블한 제품 만드는 것 중요"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는 옷을 입으셨군요. 코를 누르면 음악이 재생되고 입을 누르면 음악이 꺼지는 그런 상상을 잠시 해봤습니다. 패션에 ICT를 융합하면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입고 두르는 옷, 머플러, 가방 등 섬유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면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말 숭실대학교에서 만난 김주용 교수는 기자가 입은 옷을 보며 다양한 기술을 상상했다. 독특한 패턴의 의류만보면 어떤 기능을 넣을 수 있을까가 먼저 떠오른단다.

웨어러블기술이 미래기술로 각광받으면서 시계나 안경, 귀걸이 등 악세서리에 ICT 기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과 소니, LG 등도 스마트 워치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김 교수는 소형제품이 아닌 패션의류에 주목했다. 옷은 우리가 매일 입는 것으로 "웨어러블 기술 개념이 섬유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터치나 압력을 느끼는 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는 세게 누르면 압축되면서 전기저항이 바뀐다. 이 값을 측정해 수치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이를 시트로 만들면 척추 발란스를 교정하는 매트로도 사용할 수 있다.

척추발란스 교정매트는 침대회사에서 고객의 압력분포를 알아내 맞춤형 침대를 제작하거나 판매할 때 사용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하는 압력매트는 침대 크기 기준 약 천 만원으로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렵다. 그는 "저렴하게 개발해 욕창이 생기는 환자들을 미리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 동작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옷도 개발했다. 이 옷은 골프채를 잡았을 때 손의 위치가 정확한 삼각구도를 이루지 않으면 옷에 진동이 가해지는 센서를 달았다.

이 외에도 숄더백 중간에 태양광발전을 넣어 휴대폰을 충전하는 충전기, 달리기를 할 때 섬유의 마찰로 생기는 전기와 하이힐의 진동을 통해 얻어낸 전기를 활용하는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김주용 교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번역장갑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장애물 인식 길안내 장갑 등 웜텍기술(warm+technology, 따뜻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재미도 있지만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면서 "소재만 연구하다보니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전혀 모르겠더라. 일 년에 두 번은 웜텍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사실상 상용화된 사례는 많지 않다. 너무 제품 성능에만 치우친 디자인으로 인한 불편함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김 주용 교수는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수화사를 만나 직접 수화장갑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기술이 개발됐다고 하더라. 무거운 카메라가 달린 모자를 쓰면 모자의 카메라가 모션을 인식해 번역을 해주는 형태였는데 상용화는 어려웠다"며 "우리는 섬유에 전선을 넣어 손동작을 인식하는 장갑을 만들고자 한다. 전선이 덕지덕지 붙은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 티가 나지 않도록 마이크로칩은 단추로 감추고, 전선도 섬유 속에 집어넣는 등 디자인을 가미해 장애인들이 직접 낄 수 있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미싱에 니트 실 짜기 강습까지 "현장을 이해한 R&D 중요"

"실제 실을 짜는 분들을 모셔다가 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전기가 통하는 실을 개발한 후에 실제 공장에서 사용이 가능한가를 미리 보는거죠. 공학자들이 개발을 완료했는데 공장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하나하나 다 난제가 아니겠습니까. 원천기술은 그런 맹점이 있어요. 소비자 개념이 사라지고 제품의 특성만 남지 않도록 우리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교수와 제자들은 지난해 미싱과 니트 실짜기 등 전문가를 모셔다 배웠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소재개발자는 소재만 개발해서는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전기가 통하는 실을 개발했다면 실제로 옷을 짰을 때 잘 되는지, 잘 안 짜진다면 초도 칠해보고 실도 두 가닥 꼬아보면서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섬유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실만 개발하고 옷은 못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동대문 시장과 납땜하는 전자공장 등 다른 세계의 깊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융합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주용 교수는 뜨개질을 하고 미싱을 하는 사람들,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공유를 해야 새로운 제품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 융합 패션도 패션계가 이끌어야한다"고 피력했다. 공학자들이 내놓은 제품들은 다소 투박하거나 아름답지 못해 소비자들이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연구개발은 소비자나 디자이너들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많이 만들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패션디자인 교수들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공동으로 연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향후 그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전자 패셔너블 책을 써보고자 한다.

그는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은 전자와 패션을 결합하는 디자인과의 교수들이 학교에 한 두 사람 있지만 우리는 아직 아니다"라며 "그러다보니 전자 패셔너블책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꼭 전문가들만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과 섬유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을 하나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 "전자파 불안감? 소비자 중심 사고방식 모이면 해결 가능해"

섬유와 ICT융합은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과 섬유 세탁에 따른 성능감소, 배터리 장착 등으로 인한 옷의 무게 등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많다. 하지만 김 교수는 "소비자 중심 사고방식이 모이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양복 브랜드가 내놓은 발열코트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약 5년 전 한 의류업체에서 발열코트를 만들었다. 가격은 120만원으로 대중화가 어려웠다. 이후 개발되어 작년에 출시된 또 다른 업체의 발열코트는 발열 깔판을 소비자가 직접 뺐다 넣었다 할 수 있게 만들어 세탁문제를 해결했다. 배터리도 담뱃갑정도 크기로 무게도 가볍게 하면서도 쉽게 조절할 수 있게 블루투스 리모컨을 달았다. 가격은 59만원으로 절반수준이 됐다.

그는 "59만원은 싼 가격은 아니지만 많이 저렴해지고 있다"며 "특히 다른 발열제품에 비해 리모컨을 달아 무거운 것을 완화시킨 것은 작은 진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모이고, 제품과 소비자 편이성을 생각하다보면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1개 제품 중 5개 완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꾸준한 연구활동을 통해 2015년에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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