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잡구, 8일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초청해 시즌3 행사

"돈벌이 안 되는 걸 제발 해주시기 바랍니다. 돈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벌이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분은 '고정관념'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념은 틀린 관념을 '고정관념'이라 착각합니다. 확실하게 아는 것이 고정관념입니다. 우리는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대덕잡구 시즌3의 강연자로 나선 시대의 멘토 채현국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젊은 참석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채현국 선생이 시대의 아픔에 매몰된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채현국 선생이 시대의 아픔에 매몰된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잡구는 8일 오후 7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을 초청해 KAIST에서 지역의 연구원, 기업인, 시민,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덕잡구는 대덕에서 아이디어, 사람, 기술 등 온갖 잡다한 것을 구할 수 있는 모임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덕의 대표 커뮤니티다.

채현국 선생은 "모든 확신하는 것을 근본부터 끊임없이 의심해라. 그것을 안 하면 밤낮 헛짓"이라며 돈벌이가 될 연구에만 연구비를 대주는 현실을 비판했다. 돈벌이가 안 될 연구라는 생각이 곧 우리의 고정관념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돈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신나게 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라고 말하며 "나는 오늘 이런 헛소리를 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남이 뭐라건 나는 무식 할래'와 같은 배짱과 순박함이 필수라고 했다. 그는 "모든 지식이 순박함을 잃으면 독약이 된다.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배짱이 필요하다"며 남의 말만 쫓아 사는 개인을 불쌍히 여기고 용기 있는 무식함을 갖길 조언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내 말 다 잊어버려 주세요"라고 말해 청중을 웃게 했다.

이날 채 선생이 했던 이야기의 핵심은 한 마디로 '자유'였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의 포로로 살아가는지를 역설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사고에 적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길 원했다. 그는 "지식은 진정으로 자유롭고 소박해야만 의미 있는 지식이 된다"며 소박함을 놓치면 결국은 누군가의 이용감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통념을 언급했다. 통념은 우리가 믿는 것이지만 경계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에서도 통념이 존재한다"며 과학인은 믿는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함을 전했다. 우리는 믿는 대로 살면서, 생각한 대로 산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참석자들이 채현국 선생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참석자들이 채현국 선생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그는 그 자리에 모인 과학 분야 종사자, 이공계 학생들에게 "의심하고 우리가 사는 틀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핵심적으로 일해야 할 사람은 결국 과학자"라고 강조했다.

채 선생은 사고력을 바닥내는 현재의 교육 제도를 고정관념의 예로 언급했다. 그가 바라봤을 때, 모든 것을 외워서 해결하는 현실은 악습이었다. 그는 "나는 수재가 얼마나 바보이며 수재이기에 바보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를 바라 이 자리에 왔다"고 이야기했다.

채 선생은 "황당하고 쩔쩔맬 질문을 부탁한다"고 말하며 강연의 절반을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갔다. 10개가 넘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책임과 자유의 관계를 묻는 말에 그는 길게 답했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는 역설적인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고의 자유와 가치관의 자유를 구분 지어야 함을 강조했다. 사고의 자유는 책임이 없으나, 가치관의 자유는 반드시 책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를 위한 자유가 난 제일 소중하다. 윤리의 자유는 지금 중요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질문자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하는 일에 회의감이 든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허구를 가져야 할지 고민"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채 선생의 답은 명료했다. 스스로 강요해서 덮어씌우는 자기 합리화만은 말라는 것. 합리화가 인간을 얼마나 갉아먹는지 그리고 합리화만 인정해도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설명했다. '내가 엉성하구나!'라고 인정하고 사는 것이 해답이라는 것이다.

채선생은 또 "신념이 허구라는 사실을 나이 60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며 "자신감의 무한대가 신념이고 신념은 원래 허구다. 인간을 본인 맘대로 이용하려고 하는 자들이 신념을 만든 것이다"라며 신념 없는 것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자유가 가능할지를 의심하는 한 청중을 향해 그는 "좋은 여건이 아닐수록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오늘 대화에서 '자유'라는 말은 빠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채 선생은 그가 한 말을 제발 잊어달라고 다시 언급하며 각자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길 부탁했다. 그는 '雜求'가 자신의 전문이라며 '대덕잡구'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다. 사고의 자유를 추구하는 채현국 선생다운 말이었다.

채현국 선생은 서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시대의 어른, 시대의 스승이라 불리며 강연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또한, 현재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 학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덕 잡구 시즌3에 참석한 시민·연구원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 잡구 시즌3에 참석한 시민·연구원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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