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들 위한 과학철학 입문서
저자 장하석

과학의 뜨겁고 인간적인 면을 들여다본다!

철학과 역사를 통해 보는 흥미진진한 과학 한마당
과학과 철학의 만남이라......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이 인다. 이론과 실험, 공식과 수식 등으로 중무장을 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어 보이는 과학과, 인생과 인간에 대한 탐구의 정수인 철학의 만남이라니!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학문이 어떻게 만난다는 것일까? 혹은 왜 만나야 하는 것일까?

사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갖는 중요성은 아마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불야성을 이루는 빌딩숲,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휴대전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날마다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 등도 모두 과학의 결과물이며 우리는 거기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지만 '과학이란 정말 무엇일까?', '과학지식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이 도구들의 원리는 무엇이지?'라는 의문에 맞닥뜨리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과학에 의존하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제대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고, 모두가 아는 '과학 상식'이라는 것도 사실은 암기해서 알고 있는 것일 뿐 그 지식이 정확히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러면서도 그 지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한다. 과학의 정확한 의미, 과학적 이론의 신뢰성, 과학의 방향성, 과학적 창조력의 기반 등등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과학의 성취만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과학의 본질에 대해 아는 것, 그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 과학적 탐구의 흥미로움 등인데 말이다.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도 도와줄 수 있는 적당한 가이드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장하석의 과학, 철학과 만나다]는 과학에 대한 생각을 더 넓혀주고 깊게 해줄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이자 '과학철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은 장하석은 영국 런던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0여 년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하였는데, 그 내용을 더욱 쉽고 한국 사회의 감각에 맞도록 재정비하여 이 책을 내놓았다. 재미있는 예시와 친절한 설명, 직설적인 문체를 곁들여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철학적 질문과 통찰, 그리고 과학사의 이면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과학철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생각하고 싶어하는 일반 대중과 학생들을 위한 과학철학 입문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 학문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학철학으로 가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창의적 발상에 깊이를 더한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과 만나다]의 가장 큰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철학적 질문을 통해 과학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책은 '과학과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과학적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과연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진리란 과연 무엇이고, 과학이 이를 제대로 추구할 수 있는가', '관측결과로 얻은 과학지식은 100퍼센트 믿을 수 있는가', '지식의 토대란 과연 존재하는가' 등 인간의 인식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 또 '온도계의 정확성은 무엇으로 잴 수 있는가', '물은 정말 100도에서 끓는가', '물은 왜 H2O인가' 등 일상에서 접하는 과학 지식을 의심해보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그 근본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를 통해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미덕은 '공부하는 자세'를 일깨워준다는 데 있다.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을 한번 의심해보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시 한 번 찬찬히 되짚어보고, 또 어떠한 방향으로 사고를 전개해야 하는지를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진정한 공부는 무조건 암기하거나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야 진정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그저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닦달하거나, '뭐라도 좀 배워서 머리를 채워야 할 텐데'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고 진정한 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진짜 공부를 시작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이 떠오르고 그렇기 때문에 탐구하는 기쁨을 끝없이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생각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 힘들고 혼동되더라도 끈질기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며 그것이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말한다. 책을 통해 그 탐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진짜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힌트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세 번째 미덕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구체성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흥미까지 북돋는다는 데 있다. 과학에 아무리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구체성이 결여되면 뜬구름 잡는 소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책은 '산소의 발견', '물의 끓는 점', '전지의 발명'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과학의 결과물을 역사를 통해 흥미롭게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이는 과학철학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뿐더러 독자들이 부담 없이 과학철학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학의 본질, 과학의 현실, 과학의 미래까지 두루 살펴본다

과학의 속살과 맨얼굴을 보여주는 책
과학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은 우선 이해도 하지 못하고 주기율표를 지겹게 외워댔던 기억,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면서 태양계 행성의 순서를 외웠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어떠한 사실이나 공식 등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진정한 과학이 아니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그러한 지식은 전문 분야로 굳어지지 않는 한, 단 몇 년만 지나도 다 잊히고 만다. 과학을 제대로 배웠다고 할 때 남는 것은 과학적 탐구를 해본 경험이고 그 경험으로 익힌 과학적 사고방식과 과학지식의 본질에 대한 이해이다. 과학의 이러한 차원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과학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어떻게 과학을 지원해야만 최고의 문화적 ? 사회적 ? 기술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하는 판단도 내릴 수 있다. 어렵기만 하고 무의미한 과학교육은 오히려 사람들을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과학에 대한 공포와 혐오만을 남겨놓을 뿐이다. 이에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과학의 속살과 맨 얼굴을 보여주면서, 과학적 탐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과학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미래를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우선 1부 '과학의 본질을 찾아서'에서는 과학지식의 본질에 대한 일반론과 과학철학계 거장들이 내놓았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개함으로써 과학을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의 기반인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관측으로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지식은 꾸준히 축적되는가, 아니면 혁명적으로 개편되기도 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고 우리가 과연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우리를 과학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데려다놓는다. 포퍼와 쿤 등 과학철학계의 거장들의 사상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덤으로 대부분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데카르트의 인식론이나 칸트의 철학도 더 쉽고 명료하게 배울 수 있다.

2부 '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에서는 과학사의 중요한 일화를 뽑아 과학탐구의 경험을 제공한다. 과학지식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탐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찬찬히 깊이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산소는 어떻게 발견했으며 왜 산소라고 하는가? 물은 1기압일 때 항상 100도에서 끓는가? 물분자가 H2O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서 어떻게 전기가 발생되는가?' 등의 의문을 옛날 과학자들이 탐구했던 길을 따라가며 직접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사고도 깊고 넓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 '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에서는 철저히 인간적인 학문인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과학지식을 어떻게 창조하는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과학에서 왜 다원주의가 필요하고 유용한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과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학과 사회의 접점을 고민하다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과학과 철학이라는 두 학문의 만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 분야가 점차 세분화되어 과학자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 외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과학의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여러 가지 방향에서 질문을 던져보고,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과학도가 아니라도 과학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저자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것처럼 사회도 건강하려면 다원주의가 필요하고, 과학 역시 모든 분야의 지식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야심을 버리고 다원주의를 이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실천체계를 유지함으로써 각각의 체계가 가져다주는 성과를 모두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철학은 과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않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원주의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에도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출처: 인터파크도서, 출판사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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