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얼마 전부터 눈이 좀 침침하다며 답답해 하던 아내가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11월 초 수술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노후 증상들 중 하나로, 수정체가 혼탁해져 천연의 수정체를 인공렌즈로 교체를 하는 수술이다.

한마디로 말해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에는 누진다초점렌즈를 삽입하여 침침해진 시야를 밝게 해줄뿐만 아니라 노안까지를 교정하여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아무리 의술이 발달하여 간단히 끝나는 수술이기는 하지만 수술을 받게 되는 사람은 긴장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것이 눈이기 때문에 아내는 수술이 결정된 후 무척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수술과 회복을 위해 최소한 일주일은 아주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나는 아내의 기사와 보호자 노릇뿐만 아니라 우리가 키우고 있는 외손녀를 돌보는 일도 돕기 위해 휴가를 내어 서울에 가 있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어 일주일간의 치료기간을 마치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금 고생은 되었지만 앞으로 아내는 좀 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밝은 빛으로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단풍들은 이미 빛을 잃은 채 길 위에 내려 앉아 있고, 나무들은 머리숱이 줄어든 나이든 사람의 머리처럼 훤하게 가지들이 들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가을이 떠나는 길목에 서 있었다.Pentax K-3, 87.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50 s, F/5.6, ISO 100
밝은 빛으로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단풍들은 이미 빛을 잃은 채 길 위에 내려 앉아 있고, 나무들은 머리숱이 줄어든 나이든 사람의 머리처럼 훤하게 가지들이 들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가을이 떠나는 길목에 서 있었다.Pentax K-3, 87.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50 s, F/5.6, ISO 100

그런데 내가 주변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일 주일 동안 우리 동네의 가을은 벌써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밝은 빛으로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단풍들은 이미 빛을 잃은 채 길 위에 내려 앉아 있고, 나무들은 머리숱이 줄어든 나이든 사람의 머리처럼 훤하게 가지들이 들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가을이 떠나는 길목에 서 있었다.

가을이 물안개 낀 강을 따라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다.Pentax K-3, 2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30 s, F/7.1, ISO 200
가을이 물안개 낀 강을 따라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다.Pentax K-3, 2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30 s, F/7.1, ISO 200

떠나가는 가을의 뒷 모습이라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말 새벽 대청호반에 가보기로 하였다. 전에 가끔 들렀던 금강변의 로하스길에 있는 물에 잠긴 버드나무들을 찾기로 하였다.

가을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금강과 강 건너편의 가을빛으로 물든 작은 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푸조나무였다. 잎을 떨구고 비움으로써 비로소 이와 같은 신비로운 배경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음을 말없이 보여주는 가을 나무였다. Pentax K-3, 3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 s, F/3.5, ISO 100
가을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금강과 강 건너편의 가을빛으로 물든 작은 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푸조나무였다. 잎을 떨구고 비움으로써 비로소 이와 같은 신비로운 배경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음을 말없이 보여주는 가을 나무였다. Pentax K-3, 3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 s, F/3.5, ISO 100

다행히 이날은 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이미 잎이 거의 떨어져 앙상해진 버드나무를 포근하고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 사실 풍경사진을 찍기 위해 소위 출사를 다니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곳에서 다른 계절에 두어 번 사진을 찍기는 하였지만 이날은 특별한 광경이었다. 가을이 물안개 낀 강을 따라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더 보고 싶어 그곳을 떠나 이동하기로 하였다. 차가 있는 곳까지 가기위해 로하스길을 걷는 중에 가을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추동쪽으로 난 길을 조금 가다 보니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수와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이 나를 멈추게 하였다. Pentax K-5,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 100
추동쪽으로 난 길을 조금 가다 보니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수와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이 나를 멈추게 하였다. Pentax K-5,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 100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금강과 강 건너편의 가을빛으로 물든 작은 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푸조나무였다. 잎을 떨구고 비움으로써 비로소 이와 같은 신비로운 배경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음을 말없이 보여주는 가을 나무였다.

아직 그늘진 호수의 가장자리에서는 하얗게 물안개가 피어올라 넓은 호수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호숫가에 늘어선 백발의 억새들은 마치 천사들이 가을을 노래하는 듯 바람결 따라 가볍게 몸짓을 하고 있었다.Pentax K-3, smc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00 s, F/5.6, ISO 100
아직 그늘진 호수의 가장자리에서는 하얗게 물안개가 피어올라 넓은 호수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호숫가에 늘어선 백발의 억새들은 마치 천사들이 가을을 노래하는 듯 바람결 따라 가볍게 몸짓을 하고 있었다.Pentax K-3, smc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00 s, F/5.6, ISO 100

추동쪽으로 난 길을 조금 가다 보니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수와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이 나를 멈추게 하였다. 호숫가로 내려가 보니 막 해가 낮으막한 산 허리 위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아직 그늘진 호수의 가장자리에서는 하얗게 물안개가 피어올라 넓은 호수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호숫가에 늘어선 백발의 억새들은 마치 천사들이 가을을 노래하는 듯 바람결 따라 가볍게 몸짓을 하고 있었다.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일정이 있어 그곳을 떠나면서 이 가을과의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사진을 찍으면서 많이 경험하는 일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사진은 대체로 사진을 한참 찍은 후 거의 마지막 때 쯤에 찍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같은 대상을 여러 시각으로 찍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가서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점에 서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많이 경험하는 일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사진은 대체로 사진을 한참 찍은 후 거의 마지막 때 쯤에 찍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같은 대상을 여러 시각으로 찍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가서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점에 서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이와 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보다 아름다워지고 따뜻해지기를 말이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160 s, F/3.5, ISO 100
사진을 찍으면서 많이 경험하는 일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사진은 대체로 사진을 한참 찍은 후 거의 마지막 때 쯤에 찍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같은 대상을 여러 시각으로 찍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가서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점에 서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이와 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보다 아름다워지고 따뜻해지기를 말이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160 s, F/3.5, ISO 100

살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이와 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보다 아름다워지고 따뜻해지기를 말이다.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또 한 해가 가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찬바람을 일으키지만, 여름 내내 입고 있던 잎들을 벗어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나무들처럼 더욱 홀가분해 지기로 하자.

그리고 더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애 최고의 사진을 찍어내는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보기로 하자.

 

 

11월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 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잦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또 한 해가 가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찬바람을 일으키지만, 여름 내내 입고 있던 잎들을 벗어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나무들처럼 더욱 홀가분해 지기로 하자. 그리고 더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애 최고의 사진을 찍어내는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보기로 하자.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 s, F/3.5, ISO 100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또 한 해가 가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찬바람을 일으키지만, 여름 내내 입고 있던 잎들을 벗어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나무들처럼 더욱 홀가분해 지기로 하자. 그리고 더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애 최고의 사진을 찍어내는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보기로 하자.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 s, F/3.5,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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