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운법' 개정 발의…자칫 법적 근거조차 사라져

현행법상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은 국가연구개발을 통한 지식창출과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한다는 출연연의 특수한 임무와 역할에도 불구하고 국립대병원 등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으로 분류·지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계 출연연은 인력운용·예산집행·경영평가 등의 측면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에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연구기관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하는데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출협)와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출연연의 숙원인 '공공기관 지정해제' 요구를 일축하고 '공공기관 지정 예외조항(4조2항)'을 완전히 삭제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공운법)'을 155명 국회의원 명의로 지난주 발의하면서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 요청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기준에 부합해도 공공기관에서 임으로 제외할 수 있는 현재의 예외 규정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출연연은 공공기관에서 다시 해제 될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출연기관은 지난 2008년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R&D 예산 및 인력운용 제약 ▲수익성 위주 경영평가 등 R&D 기관에 필수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

출연연 발전전략 TF의 자료에 의하면 출연연 연구비는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89.1% 증가했지만, 공공기관의 인적구성원 제한 때문에 인력은 38.4%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 민영화나 통폐합, 경영효율화 등 이른바 '공공기관 경영 선진화' 등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통폐합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됐다.

이에 출연연 출신인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2월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기타공공기관'의 분류에서 제외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발의에서 민 의원은 서명을 하지 않았다.

미래부는 올 연말까지 확정할 R&D 혁신안에서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보장하는 대신 실용화를 목표로 삼지 않은 연구는 지양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번 발의로 방침 실행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골자로 한 공운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발의한 개정안을 철회하고 연구기관의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법률안 저지에 강력히 나서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발의한 이번 공운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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