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늘 느끼는 바지만 여름이 지나고 나면 시간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연말을 향해 질주한다. 이 가을 또한 창밖으로 흐르는 세월의 질주 속에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더니 찬 가을비와 함께 어느덧 11월로 접어들어 벌써 길을 떠나려 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2014년도 전국 단풍 절정시기 예상 지도를 보면 설악산이나 오대산 등 강원도의 산은 10월 중순이 이미 절정기였으며, 속리산이나 계룡산 등 중부권의 산들도 10월 말이 절정기여서 벌써 대부분의 산들이 이미 절정기를 넘어선 것 같다. 하지만 단풍이 곱기로 이름난 내장산은 11월 7일이 절정기라고 하니 단풍의 아름다움을 지금이라도 느껴보고 싶다면 서둘러 남쪽으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나는 가을철에 단풍 구경을 위해 먼 길을 나서 본 적이 없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즈음 단풍이 유명한 곳이라면 단풍 구경을 온 사람들이 넘쳐나 온전히 가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의 가을빛이 사실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 출근을 하면서 보니 영화 촬영을 위한 대형 버스가 주차되어 있었고 많은 촬영 팀이 우리 동네의 가을을 영상에 담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우리 동네의 가을은 정말 굳이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아도 한적하고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영상에 담기에 그만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니 꽃과 풀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그것도 가능한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은밀한 아름다움을 주로 사진에 담는 나로서는 가을빛을 담기 위해 굳이 멀리 갈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화두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을 비우라' 혹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라'라는 뜻이다. 도종환 시인은 가을 나무야말로 바로 이런 방하착을 실천하고 있음을 그의 시 "단풍 드는 날"에서 말하고 있다. 정말 가까이에서 가을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의 저녁, 한 주의  주말, 한 달의 월말, 그리고 한 해의 연말 등 우리에게는 끝이 있음을 끊임없이 알려주는 메시지들이 있다. 하지만 나무들처럼 한 해의 끝 맺음을 확실하게 하지는 못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 해의 끝을 위해 자연에 순응하는 나무들은 내려놓음의 철학과 미학을 그들의 DNA 속에 확실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순응하는 나뭇잎에게 자연은 단풍이라는 아름다움의 은총을 잊지 않고 선물한다.

오늘은 가을 나무와 풀꽃들이 들려주는 여러 빛깔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가을빛으로 만든 사진첩을 만들기로 한다.

Red
복자기나무, 산딸나무, 벚나무, 그리고 단풍나무가 보여주는 가을빛은 저녁노을처럼 황홀하게 불타는 붉은 빛이다. 이 빛을 놓친다면 이 가을빛을 보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복자기나무, 산딸나무, 벚나무, 그리고 단풍나무가 보여주는 가을빛은 저녁노을처럼 황홀하게 불타는 붉은 빛이다. Pentax K-3,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 s, F/3.5, ISO 100
복자기나무, 산딸나무, 벚나무, 그리고 단풍나무가 보여주는 가을빛은 저녁노을처럼 황홀하게 불타는 붉은 빛이다. Pentax K-3,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 s, F/3.5, ISO 100

복자기 나무의 황홀한 붉은 빛. 이 빛을 놓친다면 이 가을빛을 보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Pentax K-3, 82.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250 s, F/2.8, ISO 100
복자기 나무의 황홀한 붉은 빛. 이 빛을 놓친다면 이 가을빛을 보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Pentax K-3, 82.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250 s, F/2.8, ISO 100

Blue and white
아침 햇살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백발을 날리며 서 있는 억새들의 속삭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동쪽 하늘에 하얗게 스러져 가고 있는 그믐달까지 동참하는 풍경이야 말로 쓸쓸하지만 정갈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가을빛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침 햇살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백발을 날리며 서 있는 억새들의 속삭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동쪽 하늘에 하얗게 스러져 가고 있는 그믐달까지 동참하는 풍경이야 말로 쓸쓸하지만 정갈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가을빛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Pentax K-5,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 160
아침 햇살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백발을 날리며 서 있는 억새들의 속삭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동쪽 하늘에 하얗게 스러져 가고 있는 그믐달까지 동참하는 풍경이야 말로 쓸쓸하지만 정갈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가을빛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Pentax K-5,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 160

Gold and blue
가을이 오면 느티나무의 가을잎과 서어나무의 단풍, 그리고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파란 가을 하늘에 투영된 황금빛 가을잎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다. 내가 가을이면 언제나 찾는 서어나무 하나가 있다. 이 나무의 잎들은 10월 말이 되면 마치 순금으로 만든 이파리처럼 고운 빛으로 물들어 나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가을이 오면 느티나무의 가을잎과 서어나무의 단풍, 그리고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파란 가을 하늘에 투영된 가을잎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다. Pentax K-3, smc 14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600 s, F/3.5, ISO 100
가을이 오면 느티나무의 가을잎과 서어나무의 단풍, 그리고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파란 가을 하늘에 투영된 가을잎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다. Pentax K-3, smc 14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600 s, F/3.5, ISO 100

내가 가을이면 언제나 찾는 서어나무 하나가 있다. 이 나무의 잎들은 10월 말이 되면 마치 순금으로 만든 이파리처럼 고운 빛으로 물들어 나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Pentax K-3, 16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800 s, F/3.5, ISO 100
내가 가을이면 언제나 찾는 서어나무 하나가 있다. 이 나무의 잎들은 10월 말이 되면 마치 순금으로 만든 이파리처럼 고운 빛으로 물들어 나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Pentax K-3, 16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800 s, F/3.5, ISO 100

Rain and tears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주는 가을비가 내리면 비에 젖은 가을잎은 더욱 선명한 빛으로 애잔함을 토해내고, 가을잎에 스미었다 흐르는 빗물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눈물처럼 흐른다.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이제 가을은 깊은 상념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초겨울까지 남아 더욱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보면서 우리도 일년 중 가장 황홀한 빛깔로 함께 물들어 갔으면 좋겠다.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주는 가을비가 내리면 비에 젖은 가을잎은 더욱 선명한 빛으로 애잔함을 토해낸다. Pentax K-3,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100 s, F/3.5, ISO 400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주는 가을비가 내리면 비에 젖은 가을잎은 더욱 선명한 빛으로 애잔함을 토해낸다. Pentax K-3,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100 s, F/3.5, ISO 400

가을잎에 스미었다 흐르는 빗물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눈물처럼 흐른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80 s, F/4.5, ISO 400
가을잎에 스미었다 흐르는 빗물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눈물처럼 흐른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1/80 s, F/4.5, ISO 400

가을이 그린 그림 이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 해의 끝을 위해 자연에 순응하는 나무들은 내려놓음의 철학과 미학을 그들의 DNA 속에 확실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순응하는 나뭇잎에게 자연은 단풍이라는 아름다움의 은총을 잊지 않고 선물한다. Pentax K-3,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가을이 그린 그림 이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 해의 끝을 위해 자연에 순응하는 나무들은 내려놓음의 철학과 미학을 그들의 DNA 속에 확실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순응하는 나뭇잎에게 자연은 단풍이라는 아름다움의 은총을 잊지 않고 선물한다. Pentax K-3, 15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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