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R 한국사업단 기술본부장 이현곤
<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가까이 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멋진 풍경이 멀리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구불거리는 강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용의 모습을 닮았다거나, 다양한 농작물이 재배되는 네모 반듯하게 나뉘어진 들판은 하늘에선 마치 레고 블록처럼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카다라쉬 지역에 축구장 60개 규모의 넓은 부지 안에 지어지고 있는 ITER 건설현장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어떠할까? 

ITER 건설 현장에는 토카막 빌딩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13년까지 볼 수 있었던 지하 바닥의 493개 방진 기둥과 패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올해는 지하 2층(B2) 슬라브 공사를 위하여 철근을 심어놓은 상태로 모습을 보인다.

약 3만톤의 토카막 토러스(Torus) 무게를 효율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중심 부분의 철근을 방사형으로 빽빽이 심었는데, 이를 헬리콥터 상공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대형 레코드 축음기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듯한 ITER 건설 현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핵융합과 예술의 색다른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다양한 나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ITER사업만의 독특함이 다양한 음색이 어우러지는 음악 한 곡으로 표현되어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역에 위치한 ITER 건설부지<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역에 위치한 ITER 건설부지<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축음기 모양의 ITER 건설현장<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축음기 모양의 ITER 건설현장<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이제 ITER 건설현장에는 무거운 토카막을 지탱하고,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하여 바닥과 벽을 1.5 m의 콘크리트로 타설할 예정이다.

콘크리트를 다 붓고 나면, 레코드 판의 모습도 곧 사라질 것이고, 흘러나왔던 음악은 ITER 장치를 세울 넓은 콘크리트 바닥 밑으로 묻힐 것이다.

토카막 건물이 완공되고, ITER 회원국으로부터 속속 도착될 부품의 조립이 끝나면, 인류 역사 상 최대의 과학기술 공사 중에 하나인 ITER 장치의 건설이 완료될 것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세계 7개국(중국, EU, 인도,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의 정부와 과학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건설하는 거대과학 프로젝트이다.

짧은 핵융합연구 역사를 갖는 우리나라가 KSTAR 프로젝트와 함께 성장하여, 세계 핵융합 연구의 중심 ITER 사업에서 세계 연합 연구팀의 일원으로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ITER 장치가 건설되면, 지구 위의 인공태양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기 위하여 아직까지 남아 있는 여러 가지 과학기술적 난제를 풀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ITER의 인공태양이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떠오를 때, 세계 과학기술자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지금의 방사형 철근 레코드 축음기에서 흘러나왔던 빠른 템포의 테크노 음악을 감상하면서, 신나게 실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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