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념으로 고민…긍정 에너지로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
IBS-대덕넷,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 상상력 포럼 가져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 일념으로 생각하니 삶의 정신적 방향이 그쪽으로 향하며 작품이 떠 올랐다. 이를 표현해서 소통하고 교감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었는데 영화인으로서 영화로 표현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훗날 인류에 기여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대덕의 과학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그가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점은 '긍정의 에너지'로 관객과 소통하며 감흥을 줄 수 있는가이다. 과학자들이 연구주제 기획시 사업화를 통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와 대덕넷(대표 이석봉)은 15일 오후 3시 LG화학기술연구원 대강당에서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을 초청해 10월 '상상력포럼D' 행사를 가졌다.

김 감독은 "인생은 하나의 꿈과 생각들이 혼란스럽게 지나는것 같지만 하나의 생각이 현실로 만들어지면 서로 감흥하며 좋은 에너지를 교환하는 자리가 된다. 대덕의 연구자들과 이렇게 만난 것도 그런 의미로 볼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연을 진행하는 동안 고민, 일념, 긍정에너지, 감흥, 열정, 도전 이라는 말을 많이 언급했다. 영화인으로서 이러한 단어들을 실행에 옮기며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1700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은 영화 명량은 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지인 중에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는데 비분강개하며 고민이 시작됐다'면서 "2007년 데뷔작 촬영을 마치고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은 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역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반추해보니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병자호란은 당시 추측되는 조선 인구 300만명정도에서 50만명이 만주로 끌려간 국치의 사건이다. 이를 영화에 담고 싶다는 고민이 시작됐고 그렇게 해서 최종병기 활이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병자호란에 이어 그가 주목한 역사는 임진왜란이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습관적으로 읽는다고 했다. 그는 "책을 볼때마다 다른 느낌이었다. 어느날은 이순신 장군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다른 날은 다른 모습이었는데 무척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두통을 많이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 나라와 백성에 대한 일념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짐작된다"며 명량을 제작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명량은 영화의 절반인 60분 정도가 전쟁장면이다. 그것도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상전이다. 영화에서 전쟁장면은 보통 10분 이내로 끝난다. 그 이상 넘어가면 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지며 영화 흥행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김 감독은 왜 위험한 도전을 했을까.

김 감독은 "난중일기를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표현하고 해전에 집중하고 싶었다. 장군의 필사즉생필생즉사, 배12척 전투 등 어록들로 주제를 관통하며 관객에게 감흥을 주고 싶었다"면서 "긴 시간의 해전을 영화에 녹여내고 관객의 몰입도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는 감독, 연출자가 가져야할 도전이었다"고 역설했다.

영화 명량은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김 감독은 조선의 판옥선과 일본의 안택선을 사실감 있게 그대로 재현하기 일본의 박물관을 뒤지기도 했다. 또 전투복을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일본 전투복은 일본에서 조선수군의 전투복은 한국에서 제작하는 등 세심하게 준비했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역시 해상전을 꼽았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했지만 물, 바다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기술은 여전히 어렵다. 우리나라 그래픽 기업들의 기술은 헐리우드 영화에 참여하는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영화의 대부분은 한국 기업의 그래픽 기술이 사용된다"고 말하며 "그러나 그래픽 기술을 가진 기업 대부분 상황이 열악하다. 그들이 지속돼야 영화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영화 제작시 글로벌 무대를 염두에 두는 것도 그런 과제들이 있기때문"이라고 말했다.

10월 상상력 포럼D는 강연과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사진=이해곤 기자>
10월 상상력 포럼D는 강연과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사진=이해곤 기자>

과학자를 향한 메시지로 김 감독은 '일념'과 '공유'를 강조했다. 그는 "어느 분야 든 삶의 방향이 중요한데 사는게 헛헛하게(허무와 행복하지 않음) 느껴져 이를 담론화해 풀어가고 싶었다"면서 "이런 일념들이 모여져 작품이 계속 떠올랐고 역사3부작, 이순신 3부작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작품이 인류에게 긍정에너지로 기여하며 공통의 교감을 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 영화인으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청년을 위한 메시지도 아끼지 않았다. 질의 응답시간에 대학생 참가자가 "이 시대에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자 김 감독은 "시대가 영웅을 필요로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다원화 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영역에서 활동한다"면서 "한 영웅이 전체를 이끌기에는 지식, 이데올로기 등에 한계가 있다. 개개인의 소신, 긍정적인 소통이 더 요구되는 시대"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지금 안타까운 것은 젊은 친구들이 소신, 자기 비전이 부재된 상태다. 부재의 원인은 열정과 에너지 부족인데 청년층의 상당수는 안정적인 직장과 안정적인 생활 등 물질적인 만족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점은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높고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열정과 소통의 부재로 불행감 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상상력포럼D는 본 행사에 앞서 사전 접수자 40명을 대상으로 LG화학기술연구원 연구현장을 둘러보는 투어시간도 가졌다. 또 강연에 이어 참석자들이 김 감독에게 영화 제작시 궁금했던 점 등 다양하게 질문했다. 김 감독은 성의껏 답변하며 참석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LG화학기술연구원에 열린 상상력포럼D.<사진=이해곤 기자>
LG화학기술연구원에 열린 상상력포럼D.<사진=이해곤 기자>

김한민 감독이 강연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해곤 기자>
김한민 감독이 강연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해곤 기자>

 

상상력포럼D에 참석한 대덕사이언스투어 이노폴리스 탐험대.<사진=이해곤 기자>
상상력포럼D에 참석한 대덕사이언스투어 이노폴리스 탐험대.<사진=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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