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두메산골이었다.
방과후에는 시냇가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논밭에서 소띠기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특히 그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아궁이에 구워먹던 감자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유년시절 자연은 나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니는 새처럼 새가 되었고, 밤에는 밤하늘에 떠다니는 수많은 별을 탐험했다. 자연은 유년시절 나의 삶 그 자체였다. 자연과 더불어 상상하는 순간만큼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었고 행복했다. 나는 과학시간을 가장 좋아했고, 그것이 나를 과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 과학이고, 현대기술이다. 여기에 예술, 문화,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전략인 '창조경제'다. 그리고 창조경제에 문화융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문화'가 아닐까?

요즘 우리는 문화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류문화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이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로 바뀌는 것 역시 한류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조문화는 과학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융합해 화학적 작용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주는 그 창조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최적의 토양을 가지고 있다.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잘 지켜왔다. 거기에 현대과학의 결정체인 원전시설과 처분장이 한곳에 있는 원자력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매년 수천명의 우리 원자력 관계자들이 원전시설과 처분장을 견학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앞으로는 거꾸로 우리 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세계의 전문가들이 경주로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산업시찰에 그치지 않고 관광자원과 연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제주도의 에코랜드는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제주도의 필수관광 코스다. 생태공원에 관광열차를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든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창조문화가 아닐까?

경주에도 이런 창조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더해져야 한다. 아이들이 꼭 가고 싶어 부모에게 떼를 쓸 정도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경주에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상상을 하고,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월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은 경주 처분장에 50만㎡ 면적의 청정누리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매년 사이언스 페스티벌, 해맞이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정누리공원 주변에는 감은사지, 문무대왕암, 깍지길, 주상절리 등 훌륭한 관광지가 많이 있다. 모두가 훌륭한 관광자원이지만 거기에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고 에코랜드의 관광열차 같은 것을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면 그 효과는 몇배가 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데 KORAD의 힘만으로는 벅차다. 그래서 KORAD는 관계기관을 아우르는 협업을 위해 코레일, 대전과학관, 경주시, 관광공사 등과 MOU를 체결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KORAD가 꾸는 큰 꿈에 벽돌한장의 과학마을공동체도 함께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인들의 인생 이야기와 지식을 재능기부를 통해 과학저변이 취약한 경주와 나누고,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적 소양을 대덕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덕단지 과학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경주의 문화가 만난다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무엇이든 처음은 두렵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과학과 산업, 기술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가치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과학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창조에 대한 상상과 열정만으로는 힘들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아름다운 채색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유년시절 나에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 주었던 자연에 창조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리고 상상한다.

경주 천마총, 성안마을, 문무대왕릉, 코라디움, 그리고 경주의 관광명소에 다양한 스토리를 입혀 가치를 또다른 창조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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