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1호 연구소기업 '세이프텍리서치'
공인영 대표 "안전은 고부가산업…해양안전 선도할 것"

공인영 세이프텍리서치 대표가 선박운항시뮬레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동진 기자>
공인영 세이프텍리서치 대표가 선박운항시뮬레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동진 기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배를 지휘하는 함교(bridge)가 나왔다. 눈 앞에 조타실에서 바라보는 부산항의 모습이 펼쳐졌고, 3미터의 파고에 배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항구에서 나오고, 또 항구로 들어가는 컨테이너선들을 피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순간 시야가 5마일(8㎞)에서 0.5마일(800m)로 줄어들더니, 파고도 태풍 수준으로 높아졌다. 순간 멀미가 밀려왔다.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내에 위치한 세이프텍리서치(대표 공인영)의 선박운항시뮬레이션시스템 체험실 모습이다. 세이프텍리서치는 해상교통안전진단 기술과 선박운항시뮬레이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제1호 연구소기업이다. 2012년 9월 창립됐다.

공인영 대표는 방금 본 가상화면에 대해 "수치지형도와 위성사진을 접목해 5개의 프로젝트로 형상화한 화면"이라며 "아이맥스 효과로 실제 배에 탔을 때 파도 등의 환경을 실감나게 전달한다"고 소개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부터 전자해도(海圖)에 기초한 바다 속 수심 등 모든 환경이 실제와 가깝다. 약간의 컴퓨터 작업으로 부산신항, 인천항 등 국내 항구는 물론 도쿄, 시드니 등 전 세계 항구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배 역시 길이와 폭, 높이, 무게, 엔진위치와 성능 등을 정보화해 입력하면 수송선부터 경비정 등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다.

현재 세이프텍리서치가 보유한 제품들. 왼쪽부터 이코노미급, 콤팩트급, 데스크탑급,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모바일급 시뮬레이터. 크기만 다를 뿐 모두 핵심기술은 같다. <사진=세이프텍리서치>
현재 세이프텍리서치가 보유한 제품들. 왼쪽부터 이코노미급, 콤팩트급, 데스크탑급,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모바일급 시뮬레이터. 크기만 다를 뿐 모두 핵심기술은 같다. <사진=세이프텍리서치>

◆연구소가 '스핀오프' 제안한 기술력…'SW 가치' 인정 않는 문화 '장벽'

세이프텍리서치를 창업한 공 대표는 1987년부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근무하다, 2012년 연구소가 선박운항시뮬레이션 기술을 토대로 한 '스핀오프'를 제안하자 연구소기업에 도전한 사례다.

조선공학 중 선박조종 관련 역학 등을 전공한 탓에 입사 후 줄곧 선박안전 연구를 수행했고, 특히 선박 설계 단계부터 운항 안전 관련 국제기준 적합성을 시뮬레이션 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던 중 1997년 현재 선박운항시뮬레이터의 모태가 된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 해군이 조함훈련용 시스템을 검토하며 외국산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할 때, 공 대표가 나서서 국산 기술로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는 점과 구축함 제원과 국내 군항 자료의 보안성 등을 강조하며 직접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의 연구 경험 등을 토대로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공 대표는 "2003년 운행에 들어간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 시뮬레이터는 해군의 요구보다 월등한 성능으로 구축됐다"면서도 "출연연 연구원으로 수익 등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할 일만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 해군이 개인조함훈련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PC기반으로 소형화했다. 최근에는 목포해양대학교에 FMB급 선박모의조종장치를 구축했으며, 현재에도 해군 OO함대의 조함훈련체계 구축 사업, 투르크메니스탄 국립대 조함훈련체계 구축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세이프텍리서치가 보유한 선박운항시뮬레이션은 앞서 언급한 FMB급 초대형 시스템을 비롯해 이코노미급, 콤팩트급, 데스크탑급, 모바일급 등 5개 단위다.

운영규모에 따른 분류일 뿐, 핵심기술은 같다. 이는 각 시뮬레이션이 연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한 곳에 있는 시스템간 연동을 지원하지만, 곧 통신망을 이용한 원거리 연동 및 타 시뮬레이터와의 연동도 시도할 계획이다. 이를 해군에 적용할 경우, 동해와 남해, 서해에서 동시에 조함 훈련이 가능할 수 있다.

공인영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는 선박시뮬레이션 시장이 제법 되지만, 국내 시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지금까지는 해군 수요 등으로 버텼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또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가 어려움"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이프텍리서치의 핵심기술은 분명 실제와 같은 선박운항시뮬레이션이다. 선박조종실 실물모형, 항해장비, 통제실 등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선박운동재현, 가시화, 선박통제, 분석 등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3차원 형상DB와 물리적 특성DB 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 대표 말대로 국내 시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선박운항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기초로 진행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험 화면. 왼쪽은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제주 민군복합항 시뮬레이션 모습이고, 오른쪽은 당초 설계 당시보다 선박이 대형화된 상황에서 부산신항에 초대형 수송선들의 입항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장면이다. 시뮬레이션 시장이 극히 제한적인 반면 해상교통안전진단은 세이프텍리서치의 또 다른 핵심 시장이다. <사진=세이프텍리서치>
선박운항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기초로 진행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험 화면. 왼쪽은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제주 민군복합항 시뮬레이션 모습이고, 오른쪽은 당초 설계 당시보다 선박이 대형화된 상황에서 부산신항에 초대형 수송선들의 입항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장면이다. 시뮬레이션 시장이 극히 제한적인 반면 해상교통안전진단은 세이프텍리서치의 또 다른 핵심 시장이다. <사진=세이프텍리서치>

◆해상교통안전진단사업…레저용 시뮬레이션 등 도전은 '계속'

그럼에도 출범 당시 14명이던 직원이 27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1년 만에 8배 넘게 올랐다. 지금까지의 성장세는 순조롭다. 성장세는 선박운항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해상교통안전진단사업 덕에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교통안전진단사업은 새로운 항만이나 항로, 부두 건설시 안전성을 전문적으로 조사, 측정해 평가하는 것이다. 해양사고 저감을 위한 엔지니어링서비스로 우리나라는 해사안전법 등에 의거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더불어 세이프텍리서치만이 수행기관으로 허가를 갖고 있다.

사실 해상교통안전진단사업이 공 대표가 스핀오프하는 계기가 됐다. 법제화되면서 진단결과가 사업진행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양측 이해당사자들의 성화에 출연연 연구원으로서의 한계를 느낀 것. 이에 해양과기원이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소기업으로의 스핀오프를 제안한 것이다.

"1995년 서해 시프린스호 사건 이후 선박 연구에 대한 패러다임이 연비, 속도 등 효율 중심에서 안전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해상교통안전진단을 법제화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는 규정 준수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참 안타깝습니다."

세이프텍리서치는 설립 이후 ▲인천항국제여객부두·터미널 ▲GS칼텍스 제품부두 신·증설 ▲태안화력 석회석 하역부두 신설 ▲여수신북항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등 33건의 진단을 수행했다.

공 대표는 이 중 제주 민군복합항 15만톤급 크루즈선 동시 입항 시뮬레이션과 부산신항 초대형 선박 운항과 토도 관련성 시뮬레이션, 사우디아라비아 라빅(Rabigh)항 안전진단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주 민군복합항은 국가적 논쟁의 한복판에 있던 사안이라 정부와 제주도 양측이 추천한 선장들이 직접 2일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최악의 환경조건에 항만도 복잡한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부산신항은 결국 토도로 인한 대형선박 운항의 위험성을 입증해 정부에 결과를 전달했다. 라빅항은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첫 해외진출 사례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도 선박운항시뮬레이션이 데스크탑과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반으로 소형화된 만큼, 이를 이용한 레저용 시스템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한 기관으로부터 제트스키와 소형 보트 용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대한 구현 가능성 문의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형 장비인 만큼 현실적인 구현에 대해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공 대표가 '허허' 웃으며 말한다.

"안되는 것은 없어요. 아직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고, 시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시작한 만큼 고부가가치로 평가되는 안전산업, 특히 해양안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FMB급 선박운항시뮬레이션실 모습. 총 5개의 창을 통해 부산항의 전경이 입체적으로 들어오고, 선박 조종과 관련된 기계 등도 실제 선박들과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입체감은 파고의 움직임에 따라 멀미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사진=최동진 기자>
FMB급 선박운항시뮬레이션실 모습. 총 5개의 창을 통해 부산항의 전경이 입체적으로 들어오고, 선박 조종과 관련된 기계 등도 실제 선박들과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입체감은 파고의 움직임에 따라 멀미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사진=최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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