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 국산화 성공 대덕벤처 토핀스
실리콘밸리 진출·양산체제 준비…"적외선렌즈 세계 최고 꿈꾼다"

대덕벤처 토핀스가 개발한 온도측정용 열화상카메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의 공동개발로 첫 국산화에 성공했다. 카메라 뒤로 체온이 영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김형석 기자>
대덕벤처 토핀스가 개발한 온도측정용 열화상카메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의 공동개발로 첫 국산화에 성공했다. 카메라 뒤로 체온이 영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김형석 기자>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공항 등에서는 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가 등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워서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고 그냥 카메라 앞을 지나기만 하면 온도가 측정됐다.

그 전까지 이 기기는 100% 수입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용된 열화상 카메라 상당수는 국내 제품.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개발을 통해 처음으로 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대덕의 벤처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토핀스(대표 김현규)다.

토핀스는 최근 업계에서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실리콘밸리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토핀스는 다른 5개 기업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제1기 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6개 기업 가운데 토핀스 등 2개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 설립을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다. 현재 실리콘밸리 내 대전사무소를 통해 법인설립에 필요한 행정지원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법인을 교두보로 미국에서의 투자 유치와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일부에서는 확정이라는 얘기까지 하는데 현지 법인이 설립되어야 최종 확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기업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도 겪고 난관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믿는 것은 저희가 개발한 제품의 기술력입니다. 실리콘밸리 진출도 도착점이 아니라 이런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 국내 첫 개발

김현규 토핀스 대표. ADD 연구원 출신으로 20년 간 군용 열화상카메라를 설계하고 제작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04년 창업했다. <사진=김형석 기자>
김현규 토핀스 대표. ADD 연구원 출신으로 20년 간 군용 열화상카메라를 설계하고 제작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04년 창업했다. <사진=김형석 기자>
김현규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 출신. 20년 간 군용 열화상 카메라를 설계하고 제작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04년 토핀스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아이템은 열화상 카메라의 핵심인 적외선렌즈모듈 설계기술. 자신이 있었다. ADD에서 오랜 연구개발(R&D) 경험을 쌓은 만큼 기술력은 누구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김 대표는 열화상 카메라로 눈을 돌렸다. 마침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관련 연구과제에 선정됐다. 밤낮 없이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마침내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지난 2009년 토핀스의 간판 제품인 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을 국산화한 것은 토핀스가 처음이다.

김 대표는 "당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오로지 기술개발에만 매진했다. 다시 연구원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온도측정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즐거웠다. 만약 표준연 연구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품 개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유투브에 올라있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했다. 지난 5월 참여했던 민군겸용기술박람회 당시 홍보용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영상 후반부에 가면 군용 장갑차가 도로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밤에도 낮처럼 본다…민·군겸용 기술로 주목

그런데 화면상으로는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지나가는 차량의 표지판, 서 있는 사람, 숲속의 나무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잘 모르고 보면 낮에 주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토핀스가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하고 야간에 촬영된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이 영상만 보면 토핀스의 기술수준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다.

토핀스는 열화상 카메라인 TICA-K010, TICA-K020, TICA-K030 등을 주력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TICA-K010은 토핀스에서 최초로 개발해 제품화에 성공한 열화상 카메라이며, TICA-K020은 앞선 제품을 최대한 콤팩트하게 제작해 경량화를 실현한 제품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을 축적해 출시한 것이 TICA-K030이다.

온도계측용 열화상 카메라는 적외선 검출기를 사용해 비접촉식으로 대상 물체의 온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TICA-K030은 공항검색대에서 해외여행 중에 조류독감 등에 감염된 고열환자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전력 등에서 변압기의 온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이밖에도 산업용으로 전자회로기판, 모터엔진의 열분포를 측정해 방열설계나 불량품을 검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토핀스 연구진이 제품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토핀스 전 직원은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해 6명으로 대부분 R&D 인력이다. <사진=김형석 기자>
토핀스 연구진이 제품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토핀스 전 직원은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해 6명으로 대부분 R&D 인력이다. <사진=김형석 기자>

'TICA(Thermal Imaging Camera)'라는 이름은 이 대표가 직접 지었다. '디카(디지털 카메라)'에서 착안해 부르기 쉽고 의미전달이 잘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언젠가는 '티카'가 '디카'처럼 열화상 카메라의 고유명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도 숨어 있다.

토핀스는 단배율, 이중배율, 연속줌 등 각종 열화상 카메라용 적외선렌즈모듈도 개발해 출시했다. 최근에는 레이저 광학렌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열화상 카메라가 제공하는 영상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보여주는 첨단 기술이 녹아든 제품이다.

◆디지털카메라는 '디카' 열화상카메라는 '티카'

토핀스의 전 직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6명. 대부분 R&D 인력이다. 기술력에 비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지는 못했다. 매출액도 아직 내세울 정도가 못된다.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 온도측정용 열화상 카메라의 대당 가격은 3000만원을 호가했다. 지금은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산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마침 취재 당일 토핀스가 입주해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지캠퍼스 창업보육센터 복도에서는 모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체 개발한 레이저 3차원 카메라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토핀스에서 제작한 렌즈를 장착한 군수용 카메라였다.

토핀스의 또 다른 야간용 열화상카메라 제품. 밤에도 마치 낮처럼 전방의 사물과 시야를 볼 수 있다. <사진=김형석 기자>
토핀스의 또 다른 야간용 열화상카메라 제품. 밤에도 마치 낮처럼 전방의 사물과 시야를 볼 수 있다. <사진=김형석 기자>

영상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와 옆에서 설명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이 선명하다. <사진=김형석 기자>
영상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와 옆에서 설명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이 선명하다. <사진=김형석 기자>

사진 촬영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이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 영상을 보여줬다. 글자 그대로 영화속 장면이었다. 한쪽 측면에서 건물을 촬영했는데도 건물의 사방 측면과 위 내부구조까지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김 대표는 해당 기업 관계자들이 카메라 렌즈의 성능에 만족감을 표시하자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군수용으로만 이런 카메라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머지 않아 민수용으로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핀스의 사훈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캐논이나 니콘처럼 적외선렌즈 시장에서 세계적인 광기술 분야의 최고기업이 되는 것이다. 토핀스는 오늘도 전세계 광기술 분야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꿈꾸며 '즐거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토핀스의 첨단 장비들. <사진=김형석 기자>
토핀스의 첨단 장비들. <사진=김형석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