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고 움직이는 힘…산업 곳곳에 수학이 맡바탕
박형주 위원장 "인재들에게 수학 통해 미래 보여주는 것 중요"

수학자들의 올림픽이라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오는 13일부터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수학의 천재라고 불리는 연구자들 5000여명 이상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된 이후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는 전 세계 수학자들이 모여 수학의 난제를 발표하고 수학 연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로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인도에 이어 4번째다.

사실 수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수식으로 답을 찾아내는 학문으로 생각되기 쉽다. '덧셈 뺄셈만 할 수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 실생활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수학은 문명의 흐름을 좌지우지 해 온 가장 핵심 역할을 해왔다. 수학 자체로는 아무런 힘이 없을지라도 그 수학이 없었으면 지금의 과학과 산업이 없었다는 것은 조금만 파헤쳐보면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 수학은 돈이 안된다? 수학자가 최고 직업으로

'수포자'라는 말이 있다. '수학 포기자'의 줄임말로 우리 학생들 가운데 30%가 이 수포자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수학은 어렵고 흥미를 가지기 힘든 과목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우리 나라의 수학실력은 세계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2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결과를 보면 만 15세 이상 세계 65개국 학생들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평균점수는 554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학의 영재들이 경쟁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지난해 2위, 그리고 2012년에는 1위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수학성적과 수학전공은 다른 것으로 생각돼 왔다. 과거 수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교수나 교사를 한다는 고정관념마저 있었다. 수학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수학과 관련한 생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학에만 사용된다고 생각했던 수학이 이제는 인문과 사회과학분야까지 그 적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예측은 이제 당연한 과정으로 자리잡았고, 보험과 금융 업계에서는 수학자 모셔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보 보안 분야에서도 수학이 활용되고 있다. 금융업계의 파생상품 설계는 수학과 출신들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수학 분석이 필요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학자가 억대 연봉자로 자리잡았고, 국내에서도 CEO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수학이 가진 논리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풀어내야 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친 인재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도 커진다"며 "수학을 전공하고 나면 오히려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넓어진다"고 말했다.

◆ 수학 없었으면 역사가 달라졌다

기원전 5000년 전 나일강에서 발생한 이집트 문명. 그 이집트 문명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바로 피라미드다. 이 피라미드는 바로 기하학의 상징이다.

각 면의 높이 비율은 1.168의 황금비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의 가로·세로 비율에 이 황금비가 적용되고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이 범람하고 난 뒤 유실된 토지만큼 세금을 면제해줬는데, 이 토지 측량을 위해 기하학이 발전했고 피라미드라는 희대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이집트 기하학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로 이어졌고, 17세기 뉴턴에게로 전해져 운동 역학을 완성하게 했다.

뉴턴이 만든 미분과 적분은 전쟁에도 쓰였다. 바로 탄도를 계산하고 예측하기 위해 이 수학이 이용됐다. 물론 지금도 이 계산 방법은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2차대전 당시의 전세를 바꾸는데도 수학이 활용됐다. 연합군의 골치거리였던 'U-보트'를 격침 시키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암호 통신 내용을 해독한 튜링이었다. 튜링은 수학을 이용해 암호를 풀어냈고 결국 연합군에게 승리를 안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달과 지구의 중력을 계산하고 가속지점을 정확히 산출해 일정한 궤도에 이르게 하는 것도 결국 수학적 계산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발사 순간, 통제실 제일 앞을 수학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산업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수학

현대 사회에서도 수학은 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진다. 흔히 공학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수학이 사회의 전 분야로 영역을 넓혀 적용되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인 정확한 검색엔진은 바로 수학에서 출발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고 컴퓨터를 전공하던 래리 페이지와 함께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교한 검색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다.

정보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수식으로 만들어 냈고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수학 연산 과정을 거쳐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기에 구글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푸리에 변환'은 지금의 스마트폰을 있게한 수학 이론이다. 스마트폰은 전달되는 음성과 영상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경하고 저장하게 되는데, 이 정보를 파동으로 변환 시키고 서로 겹치지 않게 만드는데 '푸리에 변환'이 적용된다.

눈부신 컴퓨터 그래픽(CG)의 발전에도 수학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작가들이 그린 그림을 기하학을 통해 수식으로 변환하고, 변화량 예측을 위해 뉴턴이 개발한 미분을 적용해 인물이나 배경에서 선이 어떻게 연결될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나 픽사에 수학자들 대거 포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학은 현대 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학문으로 산업의 주요 난관을 돌파하게 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박형주 위원장은 "단순히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을 통해 볼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미래를 열어두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수학이고, 수학이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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