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D-대덕넷 공동기획, HRD리더를 만나다④] 양동열 KAIST 교수
"한국리더십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협동 프로그램 운영" 조언

창의력과 상상력이 아이디어가 되고 실현되는 창조경제,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KIRD와 대덕넷은 HRD전문가들을 만나 창조경제에 필요한 인재상과 과학기술계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들어보고, 국가적 과학기술인력 개발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와 HRD정책 등을 엮어 기사로 풀어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의 편지]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우대받는 시대다. 오히려 인문계의 수난시대라 할 정도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미래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첫 손에 꼽힌다.

그렇다고 이공계 학생들에게 물리, 화학, 수학 등 전공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정답일까?

양동열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동진 기자>
양동열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동진 기자>

KAIST에서 리더십프로그램의 창설을 맡아 프로그램의 확립에 기여한 양동열 기계공학과 교수는 단호히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18일 KAIST 연구실에서 양동열 교수의 바람직한 이공계 교육 방향에 대해 들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지(智)·덕(德)·체(體) 전인교육을 지향했습니다. 그런데 교육 현실은 '지'에서도 암기력과 추리력에만 집중합니다. 결국 학생들이 시험과 같은 문제풀이는 할 수 있지만, 사물의 본질을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만드는 관찰력, 상상력과 창의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양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1991년부터 '창의적 문제해결' 과목을 자진해서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며, 2002년에는 KAIST에 리더십프로그램 도입을 총괄했다. 이때 만들어진 리더십프로그램은 '지·덕·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센터의 모태가 됐다.

그는 KAIST 학생들에 대해 "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라면서도 "오랫동안 기숙사 생활을 한다. 과학고 출신들은 그 기간이 더 길다고 할 수 있다. 격리된 환경은 아니지만 폭넓은 경험과 관계 형성에 있어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이 향후 사회에서 경쟁력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전인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특히 한동대 사례를 거론했다.

◆"융복합시대 교육 방향은 지·덕·체·심·사·감"

양 교수는 "한동대 졸업생들이 기업에서 크게 환영을 받는다고 들었다. 이제는 기업이 선호성향을 적극적으로 표시할 정도"라며 "교수들이 적은 수의 학생과 밀접하게 관계하며 철저히 교육하는 것도 있겠지만,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전인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이란 견해를 피력했다.

이미 현대 사회는 한 사람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복잡성과 복합성 한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집단지성' 시대란 말이 나온다. 집단지성이란 결국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뜻이다.

"한동대가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필수로 가르치는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한문은 상형문자에서 시작해 개념형성이 쉬운 언어예요. 때문에 관찰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또 명심보감 등 고문을 배우다보면 인성교육에도 영향이 큽니다."

이후 양동열 교수는 '지·덕·체'를 성품[性]이 아닌 하나의 힘(力)으로 보기 시작했다. 거기에 멘탈파워에 해당하는 심력(心力), 인간의 존재,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과 소망 등을 다루는 영적인 능력으로서의 영력(靈力), 사회적 적응성과 교류능력을 다루는(sociability)을 뜻하는 사회력(社會力),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인 감성력(感性力) 등을 더하여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규정했다.

양 교수는 요즈음은 KAIST에서 Happy campus운동 등으로 여러 측면에서 학생들 문제를 신경쓰고 있지만 과거에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산된 KAIST 학생 자살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낸 뒤 "결국 의지력과 결단력, 추진력, 인내력 등을 비롯해 존재에 대한 철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이라며 "신체에 힘을 기르는 근육이 있듯, 마음의 근육과 영적인 근육도 길러줘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기쁨과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관계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런 힘을 키우는 교육방법으로 ▲독서(역사교육 포함) ▲개인운동과 단체스포츠 ▲동아리 등 인적교류 활동 ▲미술·음악 등 예술 ▲종교활동 ▲어학 ▲봉사 등을 들었다. 상당수가 인문·예술분야다.

그는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과거 여러 차례 학부교육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 칭화대 등이 실시하는 '4년 간 100권 독서' 등을 도입하자고 했다"면서 "지금 학부생들을 위한 교양과목에 다양한 인문학 강의가 있지만 개인적 편의에 의해 선택과목으로 택하다 보니 문제다. 역사 등은 필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창의성을 토대로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과정은 전무했다"면서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역사를 봐야 하는데 그동안은 시험을 위한 공부만 있었을 뿐이다. 자칫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을 필수로 하는 것은 사회의 문화와 리더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욕구는 현장에서 찾아야…외부와의 협력이 효과적"

국가 과학기술인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KIRD의 역할에 대해 양 교수는 현장의 욕구 파악에 중점을 둘 것을 주문했다.

양 교수는 "취지와 비전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기관 경쟁력을 위해 역할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이공계 현장의 욕구와 트렌드 등은 기관 차원에서 조사‧연구하고, 최대한 외부와의 연계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교육의 욕구는 현장에서 찾아야 하며, 항상 외부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최동진 기자>
양 교수는 교육의 욕구는 현장에서 찾아야 하며, 항상 외부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최동진 기자>

KIRD 역할 중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그리고 기량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향타는 결국 현장과의 호흡과 외부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리더십센터, 피닉스센터, 카네기센터 등 훌륭한 리더십·인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진 만큼, 이들과 연계해 협동채널을 구축해 융복합시대에 걸 맞는 이공계 인재양성 교육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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