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 잡지사인 Bon Appetit는 IBM Watson과 함께 'Chef Watson'이라는 포털을 선보였습니다. 잡지사에서 보유한 수많은 음식 조리 방법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집에 있는 음식 재료와 조리 방법 (튀기기, 조리기, 굽기 등)과 선호하는 음식 유형 (인도 요리, 중국요리 등)을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조리 방법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또한 2014년 6월 시험판을 선보인 이 cooking app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나라의 KISTI는 이보다 더 앞선 시도를 하였습니다. 트위터를 분석하여 개인적인 호불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급식 메뉴를 구성한 것입니다. 사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급식은 학교 생활을 결정짓는 매우 큰 변수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급식이 맛없어서' 학교 가기가 싫은 아이들도 있고 '급식이 좋아서' 이웃 학교로 전학가고 싶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KISTI 컴퓨터지능연구실에서는 학교 급식과 관련된 1500만건의 트위터 메시지를 수집하여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분석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급식에 대한 설문 조사는 5점 척도에 의한 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설문 조사를 통해서는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트위터에서는 보다 적나라한 의견들이 나옵니다. 트위터에 표현된 급식에 대한 의견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급식…우리학교앞에서 급식이야기 하지마요…. 쫄면을 가장한 콩나물과 이상한 덩어리가 막 들어간 느끼한 스프와 옆구리터진 굴비는 무슨 조합이란말인가 비려죽을뻔."

"급식에 나오는 고기에서 썩은냄새가 진동한다. 돼지고기는 돼지냄새가 구역질 날 정도로 심해서 먹을수가 없다. 생선도 썩은 냄새가 자주나며 기름은 산화되어 쩔은냄새가 역겹다."

"뭐든 청양고추 고추장 범벅. 학교 급식에서 고추장오징어무침 김치 육개장으로 빨갑고 매운 음식만 나와."

KISTI에서는 2014년 1월 4일부터 4월 13일까지 수집된 약 1500만건의 트위터 메시지를 대상으로 학교 급식에 나온 음식 메뉴와 식재료를 추출하고, 원문의 감정 분석을 통해 메뉴별 만족도를 분석하였습니다. 분석된 만족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KISTI에서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참고하여 100g 당 칼로리 및 나트륨 함량을 동시에 고려한 일주일 식단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식단은 주식과 국, 3개의 반찬을 기본으로 하며, 급식의 단가 현실성까지 고려하였습니다. 아래 표는 이렇게 구성된 일주일 치 급식 식단입니다.

이렇게 구성한 식단은 평균 만족도가 70% 이상이 나옵니다. 이는 인근 초등학교의 1주일치 식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간 평균 만족도 4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평균 나트륨 함량도 843mg이나 낮추었습니다.

물론 KISTI의 연구자들이 식품 조리나 영양학 분야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따라서 식품의 궁합이나 영양 밸런스, 제철에 나오는 식자재와 재료비의 제한 등을 고려하여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이 실험은 빅데이터가 실생활에 얼마나 밀접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마스터쉐프 코리아 경선에서도 세 명의 심사위원 옆에 KISTI의 프로그램이 함께 앉아 심사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선화 KISTI 박사는

한선화 KISTI 박사.
한선화 KISTI 박사.
현재는 정보의 홍수시대입니다. IDC의 '디지털유니버스 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동안 생성되어 유통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 제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1제타바이트를 책으로 만들어 쌓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1억5000만km를 37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선화의 정보 프리즘'에서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사건,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재조명 해줄 예정입니다. 한 박사는 투명하게 보이는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무지개로 바뀌듯이 사물과 사건을 보는 또 다른 창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선화 박사는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습니다. 199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과학기술 정보와 관련 정보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정보통입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합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 과실연 대전·충청지역 대표 등 활발한 대외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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