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교수의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비싼 커피가 더 맛있는 이유는?…사랑고백은 롤로코스터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뇌를 통해 바라본 25개 세상이야기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2000원짜리 커피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커피는 종전의 4000원짜리와 같은 커피. 화학적으로 동일하고 당연히 맛도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2000원짜리보다 4000원짜리 커피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4000원짜리 커피는 설탕 없이도 단맛이 난다'거나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다'는 구체적인 평까지 내놓았다. 같은 커피인데도 왜 사람들은 4000원 짜리 커피가 더 맛있다고 느꼈을까?

50명씩 A와 B 집단으로 나눠 신입사원 가상 인터뷰 실험을 했다. 신입사원은 같은 사람이었고 질문과 답변도 동일하게 설정했다. 단 우연한 상황을 하나 만들었다. A집단은 인터뷰 전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짐을 들게 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했으니 평가 역시 동일하거나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B집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인터뷰 전 무거운 짐을 들었던 A집단은 신입사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왜 그랬을까?

우리의 생각과 판단은 뇌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뇌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는 자주 착각을 일으킨다. 더구나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문학동네 刊)'에서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죄인과 같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뇌는 머리 안에 있다. 다시 말해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혀 바깥세상을 직접 볼 수 없는 죄인과 같다. 세상에 대한 모든 정보는 눈, 코, 귀, 혀 같은 감각센서들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고, 뇌는 그런 정보들을 기반으로 세상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정답을 제시해줄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뇌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믿고, 경험했던 편견뿐일 수도 있다."

이제 왜 같은 커피인데도 2000원짜리보다 4000원짜리가 맛있다고 하는지, 똑같은 신입사원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들었는데도 무거운 짐을 들었던 사람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지 그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보인다.

◆4000원짜리 커피가 2000원짜리 커피보다 맛있는 이유는?

뇌가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내부적으로 저정되어 있는 믿음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의 정보와 내부의 믿음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보보다는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가진 고정관념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실의 왜곡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비싼 커피가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같은 커피인데도 4000원짜리가 2000원짜리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다.

같은 답변을 하고도 A집단에게 낮은 평가를 받은 '불쌍한' 신입사원의 사연 역시 마찬가지다. A집단의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들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신입사원이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주는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이 책은 한 일간지에 연재된 '김대식 교수의 브레인 스토리'를 정리한 것이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과연 어떤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 저자는 25개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뇌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뇌를 통해서 본 세상의 이야기도 전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은)뇌과학자가 바라본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의지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다. 철저히 뇌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뇌는 때로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착한 거짓말'을 일삼으며,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이란 것은 없고 해석만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자주 편견에 사로잡히고 편가르기를 좋아하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게 당연하다.

◆권력은 왜 술이나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한가?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보면 세상의 많은 수수께끼가 풀린다.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는지, 심지어 집착은 어디에서 오고 우리는 왜 갈수록 잔인해지는지, 왜 권력은 술과 담배보다 중독성이 높은지.

특히 뇌와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우리가 즐기는 것 대부분은 반복할수록 만족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권력은 다르다. 타인의 행동을 나에게 이득이 되도록 제어하는 힘이 권력인데 더 많은 사람을 제어하면 할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많아진다. 이렇게 타인을 제어하면서 보상과 이득을 얻을 수 있고, 뇌는 '보강학습'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번 무한권력을 맛보면 더 이상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결국 권력은 술이나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저자는 뇌, 그리고 뇌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린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기계가 절대 아니다. 뇌는 단지 감지되는 감각센서의 정보를 기반으로 최대한 자신의 경험과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해석들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된 결과를 우리에게 인식시킨다. 세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뇌의 '착한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으로 뇌과학자들이 전하는 '연애의 정석' 하나.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는 롤로코스터에서 하라고 뇌과학자들은 조언한다. 롤로코스터를 타면 대부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 순간 사랑고백을 받으면 뇌가 자신의 두근거리는 가슴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착각할 확률이 높다. 물론 이것 역시 전제가 있다. 어느 정도 호감이 있을 때. 뇌의 '착각'과 '거짓말'만 믿고 용기를 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것 역시 뇌과학자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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