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커넥터 역할로 생태계 조성
신임 이사장 단기 성과가 아니라 연구개발 큰그림 그리길 기대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출연기관을 하나로 묶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통합연구회)가 30일 공식 출범했다.

주말에는 통합연구회 출범에 앞서 이상천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이 첫 수장에 임명됐다. 신임 이 이사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지만 그만큼 통합연구회에 거는 기대와 앞으로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정부출연기관은 지난1999년 국무총리 산하에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등 3개의 연구회 체제로 시작해 2008년 기초기술연구회는 교육과학기술부로 산업기술연구회는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이원화 됐다.

연구회별로 출연연이 이원화되면서 연구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게 사실이다. 대덕의 출연연은 이웃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속 연구회가 다른 출연연간에는 소통과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융합연구가 화두였지만 출연연간 교류가 단절되면서 중복연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A 연구원에서 하는 연구를 B 연구원에서 하는 것은 물론 같은 연구과제를 놓고 양쪽 출연연간 경쟁을 벌이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또 민간연과 경쟁구도가 그려지기도 했다. 연구개발 경쟁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원화된 체제가 지속돼 오면서 국가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대형 연구개발 아젠다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지원 기능을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하면서 연구 현장에서는 우선 당장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과제에 쏠림이 심했다. 일부에서는 연구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는 결국 연구비 누수와 연구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구성과 부재에 따른 출연연 무용론 제기와 출연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때문인지 통합연구회 출범은 과학기술계 현장의 공감대가 더해져 어느때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과기정출연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5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의결되고 같은 달 28일 과기정출연법 개정 법률이 공포됐다.

◆옥상옥 아닌 실제 컨트롤타워와 커넥터 역할을

통합연구회의 주요 기능은 ▲출연연별 임무확립과 연구사업 유형별 관리 ▲융합연구 기획·추진·지원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R&D 지원의 허브역할 수행 ▲출연연 공통애로 사항 해결을 위한 우산역할 수행 등이다. 주요 부서는 ▲융합연구본부 ▲정책지원본부  ▲경영본부 등 3개 본부체제로 관리가 아닌 지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연구회와 첫 수장에게 거는 과학현장의 기대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다. 기존 조직처럼 출연연의 옥상옥이 아니라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정하고 협력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역할을 기대한다.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우선 통합연구회는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위한 컨트롤타워와 커넥터 역할을 해야한다. 출연연을 관리하는 단순 조직이 아니라 국가의 연구개발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비는 17조원 이상이다. 이중 정부출연기관이 쓰는 예산은 4조원 규모. 민간연구원의 55조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따라서 통합연구회에서는 연구 방향과 미션을 제대로 설정하고 과학현장과 소통을 통해 예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초기 출연연의 설립 목적과 운영 철학은 국가가 지원하되 거버넌스에서는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이같은 초심 운영 철학을 참고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상천 신임 이사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이 이사장은 경북 안동이 고향으로 대구경북(TK) 출신.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나설 당시 과학기술자문 교수로도 활동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오해를 줄 수 있는 빌미다. 이는 이 이사장이 넘어야 할 산이며 숙제다.

그럼에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출연연과 과학현장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알면 해결을 위한 답을 찾는것은 어렵지 않다. 첫 수장 임명 소감에서도 그는 "현장과 소통을 통해 출연연이 연구개발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전과 미션을 수립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신임 이사장이 그의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리더십을 바탕으로 비전과 미션을 수립하고 연구현장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학기술계가 바로 설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과학현장의 의견에 귀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새로운 조직이 시작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부모와 자녀 모두가 노력해야 하듯이 출연연과 과학기술계가 제대로 서려면 지원기관, 연구현장의 연구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통합연구회의 출범은 과학기술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과거 출연연이 주도해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통합연구회는 출연연이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연구환경이 풍요로운 숲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숲을 구성하는 나무 역할은 연구자들의 몫이다. 이번 통합연구회 출범이 연구현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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