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트렉아이 상업위성 '데이모스 2호' 발사·교신 성공
"국내 첫 상업위성 수출성과 의미 각별"
진정한 성공은 영상 처리 관건…보정작업 3개월 후

발사 후 16분이 지나 '데이모스-2'는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
발사 후 16분이 지나 '데이모스-2'는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

유럽으로 수출된 첫 우리나라 상업위성이 우주에서 마침내 빛을 발했다. 3년간 연구원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은 '데이모스2호'의 정상 작동이 확인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됐다. 

하루 전날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가 결정된 스페인에게는 한국의 벤처기업이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작은 위로를 안겼다. 

20일 오전 4시 27분.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대표이사 김병진)가 스페인에 수출한 인공위성 '데이모스2호'는 로켓발사 16분 만에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했다. 5시 29분에는 스페인 지상국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데이모스2호가 캐나다 '이누빅(lnuvik)'·스웨덴 '키루나(Kiruna)' 지상국과의 2차례 교신에 성공하자 쎄트렉아이에는 박수와 환호소리로 가득찼다. 일부 연구원은 긴장이 풀린 듯 눈을 감고 감격의 순간을 음미하기도 했다.

김병진 대표는 "이번 발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첫째는 유럽의 기준을 우리 기술로 통과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지금까지 정부나 군사 기관에 수주했던 것과 달리 민간에 상업목적으로 수출됐다는 점"이라며 "이로써 쎄트렉아이는 세계 인공위성 업계에서 굳은 입지를 갖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궤도진입과 교신이 완료된 것만으로 축배를 들긴 이르다. 이번 발사는 기존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인공위성 발사 후 교신 정도로만 만족 수준이 아니다. 

데이모스2호는 2010년 정부나 연구기관이 아닌 '데이모스 까스티야 라 만차(Deimos Castilla La Mancha, S.L.)'라는 스페인 기업에 수주됐다. 이 회사는 영상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기업. 때문에 진정한 상품성을 갖기 위해서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 등에 대한 대응과 자세조정 등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다. 

성공을 가늠하는 막판 작업까지 최대 3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그 동안 각종 변수에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고화질 영상 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마무리 작업을 위해 연구원들은 22일 스페인으로 다시 떠났다. 

◆기다림과 환희로 가득했던 80분

발사 5분 전부터 스페인 데이모스 본사에 있는 한 연구원이 전화를 통해 발사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날 새벽 4시경 쎄트렉아이에서는 실제 로켓 발사와 비슷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궤도진입 모습을 모니터링했다.

'데이모스2호'를 실은 로켓은 오전 4시 11분 러시아 야니스 발사장을 떠나 남쪽으로 날아갔다. 1~3단계 로켓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16분 48초 만에 3단계 발사체의 헤드가 분리됐고, 안에 있던 20개의 크고 작은 위성체들과 함께 '데이모스2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위성궤도는 지상으로부터 약 619km 상공이다.

연구원들은 성공적인 발사에 첫번째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긴장감은 여전히 사그라 들지 않았다. 궤도 진입이 최종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제 막 핸드폰 전원을 켠 것과 다름없었다. 연구원들은 교신과 초기 운용을 진행하기 위해 상황실로 자리를 옮겼다. 

쎄트렉아이 모든 연구원들은 스페인으로부터 교신을 숨죽여 기다렸다. 첫번째 교신은 스페인 이누빅 지상국으로부터 5시 29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고, 예상 시간에 맞춰 온도·위치·GPS·전류·별 센서 등을 담당한 연구원들이 관제 모니터를 보며 입력신호를 기다렸다. 

예상 시간 1분을 채 넘기기 전 각종 센서들의 데이터 값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차 교신에 성공한 것이다.연구원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에는 인공위성의 안정화가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프로젝트 책임을 맡은 신동석 지상사업부문장은 "인공위성은 발사 시 진동 등 조그마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 "완전한 궤도 정착까지는 2~3주가 걸린다. 영상 판매 목적에 맞게 정밀하게 영상을 처리·보정하고 검증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얼마 후 스웨덴 지상국으로부터 2차까지 성공하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졌다. 한 연구원은 신 부문장에게 "월요일 비행기표 발권하셔야겠다"며 미소 담긴 인사를 건내기도 했다.  

신동석 부문장은 지상사업부 직원들과 함께 22일 영상처리를 위해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는 "지난 두바이샛 발사 때도 3주간 꼬박 새우잠을 잤다. 한달넘게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면서도 설렘이 담긴 웃음을 지어보였다. 

발사 성공 후 1시간 뒤, 오전 5시 29분 스페인 이누빅 지상국을 이용해 첫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성공 후 1시간 뒤, 오전 5시 29분 스페인 이누빅 지상국을 이용해 첫 교신에 성공했다.

▲앞으로 인공위성의 미래는?

인공위성이 3단 로켓에서 분리 될 때 '데이모스2호'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이날 발사된 로켓에는 1kg부터 100kg까지 크기가 다양한 20개 가량의 인공위성이 탑재돼 있었다. 

쎄트렉아이 외에 전 세계 대학교 등에서 만든 위성이다. 이는 이제는 인공위성 기술이 특정 국가나 조직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증거다. 

몇 년 전, 송호준 미디어아티스트가 1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도 같은 예다.

최근, 구글도 구글맵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스카이박스라는 미국 인공위성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김병진 대표는 "사실 스카이박스는 인공위성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인공위성 기술이 오픈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애플, 샤오미 등 어느 기업이든 스마트 폰을 만들수 있게 된 것처럼 인공위성 영역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제 모든 사업의 성공 요건은 속도다. 앞으로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5년 이후 도태될지 모른다"고 인공위성 산업의 미래를 언급하며 앞으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형인공위성인 '우리별'위성을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999년 12월에 설립했다. 소형 인공위성 시스템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위성본체, 지구관측용 카메라, 지상국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의 핵심부품을 개발해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쎄트렉아이가 스페인으로 수출한 '데이모스-2' 가 20일 오전 4시 11일분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쎄트렉아이가 스페인으로 수출한 '데이모스-2' 가 20일 오전 4시 11일분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데이모스-2'는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실시간 애니메이션화 됐다. 약 2분후 2단 로켓이 점화된 모습.
'데이모스-2'는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실시간 애니메이션화 됐다. 약 2분후 2단 로켓이 점화된 모습.

발사 성공 후 1차 교신을 기다리고 있는 쎄트렉아이 연구원들
발사 성공 후 1차 교신을 기다리고 있는 쎄트렉아이 연구원들

첫번째 교신 성공 후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인공위성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첫번째 교신 성공 후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인공위성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쎄트렉아이 연구원들은 스페인이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인공위성 각 센서들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쎄트렉아이 연구원들은 스페인이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인공위성 각 센서들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스웨덴 키루나(Kiruna) 지상국으로부터 성공 교신을 받은 후 스페인 현지 연구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스웨덴 키루나(Kiruna) 지상국으로부터 성공 교신을 받은 후 스페인 현지 연구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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