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ZIF-7 CO2 포집 흡착 성질' 세계최초 규명
물·탄화수소 등 다양한 물질 분리 활용 가능

(왼쪽부터)이번 연구성과의 교신저자인 최정규 고려대 교수와 제1저자 Wanxi Cai .
(왼쪽부터)이번 연구성과의 교신저자인 최정규 고려대 교수와 제1저자 Wanxi Cai .
전 세계 과학자들은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입자나 성질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들은 관련 연구를 하는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참고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그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차세대 흡착물질로 알려진 금속·유기 복합체의 일종인 ZIF-7(zeolitic imidazolate framework-7)도 마찬가지다. ZIF-7의 장점을 나열해 놓은 논문은 다수 존재하나 실제 사용을 위해 필요한 연구 결과중에 일관되지 못한 부분도 존재했다.

최근 최정규 고려대 교수팀이 ZIF-7 입자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독특한 이산화탄소 흡착 성질을 보인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CO2 분리막 개발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성과는 화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저널 오브 아메리칸 케미컬 소사이어티'에 지난 4일자에 게재됐다.

최 교수팀은 실제 연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ZIF-7 입자의 열처리에 의한 구조 변화와 CO2의 흡착 능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상압, 실온에서 합성이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으로 CO2를 포집할 수 있는 적절한 공극(입자 내부의 빈 공간)을 갖고 있는 ZIF-7을 활용하면 손쉽게 CO2 흡착 성능을 지닌 우수한 분리막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CO2 포집 저장·전환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CO2 분리막 제작 원천 기술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최정규 교수를 만나봤다.

◆ ZIF-7 성질규명, CO2 분리막 개발 지름길 제공

최 교수는 이산화탄소 분리막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이자 공학자다.
최 교수는 이산화탄소 분리막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이자 공학자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최정규 교수는 CO2 분리막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며 공학자이다. 지난해 4월 체망원리로 CO2를 선택적이면서 빠르게 분리할 수 있는 최적의 제올라이트입자 균일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http://www.hellodd.com/news/article.html?no=41537)

그런 그가 1여년 만에 ZIF-7 입자의 독특한 이산화탄소 흡착 성질을 통해 CO2 분리막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상온에서 합성이 가능한 ZIF-7의 성질에 매력을 느껴 연구에 착수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존 무기 분리막의 경우, 연속적인 분리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높은 압력과 온도의 합성 조건이 필요했다. 반면 ZIF-7은 실온에서의 합성이 가능해 효과적으로 대면적 분리막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동기를 갖고 연구에 착수했지만 실제로 ZIF-7에 대한 실험 결과가 이론과 다른 양상을 보이며 실제 실험 결과의 해석에도 이견이 존재했다.

"논문이 말하는 ZIF-7은 탄력적인 성질을 갖고 있지만 누구는 합성한 직후에 내부 공극 공간에 물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용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서로 다른 의견이 보고되고 있었다. 우리는 ZIF-7을 CO2에 적합한 분리막으로 개발한 후, 상용화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에 ZIF-7 성질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필요했다. 실용적 사용을 위해서는 해당 소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의 엔지니어 마인드가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었다. 사용하고자 하는 재료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은 곧 산업화 난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ZIF-7 분리막 제작방법은 ZIF-7의 이산화탄소 흡착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위 시행착오 방식을 통해 제작하다보니 산업적으로 요구되는 높은 이산화탄소 분리 능력을 지닌 분리막 제작에 많은 한계점이 존재해 왔다.

이에 그는 많은 연구자가 열적 안정성을 지녔다고 보고된 ZIF-7의 환경을 공기나 아르곤 등으로 바꿔나가면서 열처리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확인하면서 CO2 흡착 능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탄력적으로 공극 구조가 CO2와의 반응에 의해 변하게 되어 외부 압력이 높아지게 되면 결국 CO2를 흡착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흡착된 만큼 탈착되는 정도가 같은 일반적인 제올라이트 무기 소재에 비해 ZIF-7은 흡·탈착시에 다른 형태의 이력 현상(hysteretic behavior)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최 교수는 "풍선을 불 때 처음엔 공기를 불어넣기 힘들지만 한 번 넣기 시작하면 손쉽게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것처럼 ZIF-7도 탄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흡·탈착 거동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효과적으로 연소전 CO2를 포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흥미롭게도 ZIF-7의 입자가 작아지게 되면 오히려 가역적인 CO2 흡·탈착 거동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성질은 연소후 CO2 포집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다양한 물질 분리에도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 따르면 ZIF 계열 물질은 현재 수십개의 물질이 보고되어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해당 물질마다 공극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며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에 물, 탄화수소 등의 분리에 적합한 ZIF를 찾아내 최 교수팀이 제안한 분석 프로토콜을 적용하면 맞춤형 분리막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 최교수의 분석이다.

◆ "기존 한계 뛰어넘는 것…또 다른 성과로"

ZIF-7 분말 모습.
ZIF-7 분말 모습.
ZIF-7는 새로운 물질이 아니다. 이미 많은 논문에서 그 특징과 성질들이 게재된 만큼 이번 연구 결과를 새로운 연구 성과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실 새로운 ZIF 계열 물질을 찾아내고 그 성질을 규명하는 것이 논문 게재나 연구 성과로 더 부각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독특한 성질을 찾는 것에 더불어 기존의 연구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최 교수가 지향하는 연구 철학이다.

그는 "이미 알려져 있는 소재 등을 제대로 이해하면 또 다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연구 내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핵분열의 연속 반응처럼 또 다른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는 필름형태의 CO2 분리막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센터장 박상도)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Korea CCS 2020'사업을 통해 도출됐다.

박상도 센터장은 "젊은 연구자의 패기와 열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연구 성과가 도출되어 기쁘다" 면서 "새로운 성질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실질적 이용이 가능한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각 다른 환경에 노출시킨 ZIF-7를 확대한 모습.<사진=최정규 교수 제공>
각각 다른 환경에 노출시킨 ZIF-7를 확대한 모습.<사진=최정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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