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레인, 전류로 뇌질환 치료 'Y밴드' 내년 발표 예정
"IoT형 의료기기 선도주자가 되는 것 목표"

알츠하이머형 치매나 경도인지장애(MCI)를 앓게 되면 스스로 무엇을 하기 위해 움직였는지, 심하면 가족까지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수술을 하지 않고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함으로써 신경정신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KAIST 출신 윤경식 박사는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명의 KAIST 출신과 함께 '와이브레인'을 창업했다.

수술이나 약물이 아닌 안전한 전류자극으로 뇌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을 연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투자자들은 신생기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자청했다. 덕분에 스타트업이 가장 힘들다는 투자유치도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아이템 자체가 미래 시장성이 보장돼 있다는 분석 덕분이다.

◆ 80%가 KAIST 출신 "의미있는 일 하고 싶었다"

와이브레인은 회사 구성원 10명 중 8명이 KAIST 출신이다. 윤경식 대표는 KAIST 뇌공학 박사를, 이기원 기술이사는 신소재공학과, 남재현 기획팀장은 뇌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이 외에도 각 부서에 KAIST 출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평균 나이도 20대 후반으로 젊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대기업도 마다하고 입사한 직원이 대부분으로 KAIST를 휴학하고 인턴으로 근무하다 정직원이 된 직원도 있고, 대기업 미팅 중에 이곳을 선택한 이도 있다. 또 6개월 인턴생활이 아쉬워 2년을 연장해 현장을 직접 뛰어보겠다는 KAIST 학생도 있다.

초창기 멤버 남재현 팀장은 "KAIST 석사과정을 마치고 대기업 인터뷰에 참석했다가 와이브레인과 미팅 후 3시간 만에 입사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할 업무들이 의미 있는지 또 재미있는 일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곳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입사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평균연령이 낮다는 것은 열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경험 부족을 뜻하기도 한다. 연구개발 중 경험이 부족해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에게 행복한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회사의 의지 덕분이었다.

남재현 팀장은 "우리 기술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전했고,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공부하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회사 설립에 참여한 취지를 밝혔다.

◆전류로 뇌질환 치료 'Y밴드' "관련기술 선도할 것"

Y밴드는 최소한의 전류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류랑의 6분의 1도 채 안되는 전류로 뇌질환 치료가 가능하다.
Y밴드는 최소한의 전류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류랑의 6분의 1도 채 안되는 전류로 뇌질환 치료가 가능하다.
와이브레인이 연구개발 중인 제품은 'Y밴드'다. 밴드를 착용하면 안전한 전류가 두뇌 내부의 네트워크를 통해 두뇌 깊숙한 곳까지 전달돼 목적한 부분의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원리다. Y밴드는 최소의 전류만을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류량(2mW/Kg)의 6분의1 이 채 안 되는 극소량의 전류(0.3mW/kg)를 뇌에 흘려 보내 안전한 방법으로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기존의 전기자극 치료기기는 장치들이 복잡해 착용 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Y밴드는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와이브레인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치매환자들과 보호자가 쉽게 관리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Y밴드는 치매환자 뿐 아니라 허가 받은 약이 없는 경로인지장애 환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재현 팀장에 따르면 경로인지장애는 쇼핑을 갔을 때 뭘 사러 갔는지 까먹는 등 일반인과 치매 사이로 볼 수 있는데, 이 질병을 방치하면 5년 내에 치매가 될 확률이 80%다. 경로인지장애를 미리 치료하는 것은 치매환자발생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류로 뇌질환을 치료하는 시도는 연구역사가 짧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이제 막 시도하는 단계로 와이브레인은 관련 기술을 선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와이브레인은 올해 Y밴드 임상을 마무리하고 2015년 출시한다는 목표다. 남재현 팀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IoT) 등이 최근 트렌드인 만큼 환자와 보호자를 연결하는 IoT형태 의료기기 선도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 기술은 우울증이나 집중력장애 증후군 등에도 활용가능하다. 다양한 질환군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글로벌화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2일 SDF에 연사로 강단에 선 윤경식 와이브레인 대표는 "뇌세포와 뇌세포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세상을 행복하게 바꾸는 일"이라며 와이브레인의 연구동기를 밝힌 바 있다. '우리의 기술로 세상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윤경식 대표는 지난달 22일 SDF에서 와이브레인의 연구동기를 밝혔다.<사진=SBS제공>
윤경식 대표는 지난달 22일 SDF에서 와이브레인의 연구동기를 밝혔다.<사진=SBS제공>

Y밴드 연구실 모습.
Y밴드 연구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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