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 "도시철도 2호선 노면방식 트램으로"
"출연연 기술 지역에 뿌리" 헛구호 위기…과학기술계도 당혹감

자기부상열차는 달릴 수 있을까?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으로 결정됐지만 지방선거 이후 '재검토'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용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는 달릴 수 있을까?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으로 결정됐지만 지방선거 이후 '재검토'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용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는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민선 6기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바꾸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크게 고무됐던 과학기술계는 이번에도 정치적·지역적 논리에 따라 관련 정책이 뒤집히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시범노선 개통과 대전도시철도 2호선 상용화 등으로 후속 연구개발과 해외수출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던 한국기계연구원은 뜻하지 않은 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 "트램으로 재검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은 선거 직후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과 관련해 트램(노면전철)에 대한 실행 계획을 검토하겠다"며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별도의 팀을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에서 '노면방식의 트램'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선거운동 기간 대전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는 "대전시장에 당선되면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재원, 기종, 노선 등에 대해 연내에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는 "도시철도 2호선을 고가가 아닌 노면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대전시가 결정한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에서 노면방식의 트램으로 건설방식과 기종 변경을 아예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누가 되더라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논란은 기종 선정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염홍철 시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을 결정하기 전부터 "실제로 추진하게 될 민선 6기에서 건설방식과 기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두 후보측 모두 대전시의 결정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추진 올스톱 되나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 2012년 11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한데 이어 지난 4월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로 결정됐다. 노선은 진잠에서 원도심을 지나 다시 진잠으로 돌아가는 36km의 순환형으로 오는 2021년 정식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대전시장 당선인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는 적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당장 오는 8월 발주 예정이었던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는 "당선인이 공약으로 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달 28일 한국기계연구원과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및 공동사업 참여를 위한 기술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 논란이 앞으로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한국기계연구원과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및 공동사업 참여를 위한 기술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 논란이 앞으로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기계연과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28일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및 공동사업 참여를 위한 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으로 자기부상열차가 결정되면서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앞으로의 국가연구과제나 엔지니어링 사업, 해외진출 사업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당분간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기계연은 지난달 14일 세계에서 두번째로 상용화되는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시승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대덕의 기술로 대전을 달린다" 헛구호? 

'출연연의 기술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 선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던 과학기술계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출연연 연구원은 "대전이 과학도시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상징이 무엇인가? 또 대덕과 대전이 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당선인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출연연과 지역, 대덕과 대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개발과 실용화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기계연은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 자체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임용택 기계연 원장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기술을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오랜 논란과 여러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됐던 만큼 지역사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임 원장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권 당선인측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협조와 협력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신병천 도시형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장도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려 25년이 걸린 기술이다. 중간에 연구중단의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된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바꾸게 될 지 대전시민들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자기부상열차 결정에 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인천공항 시범노선의 자기부상열차 실내 모습. 짐이 많은 여행자들을 고려해 실내가 설계됐다.
인천공항 시범노선의 자기부상열차 실내 모습. 짐이 많은 여행자들을 고려해 실내가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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