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비결…'끊임없는 도전' 주목
연구품질 혁신으로 사회문제 해결 주도…중소기업지원으로 패러다임 변화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 대통평 단체 표창을 받는다. 그간 받은 표창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 대통평 단체 표창을 받는다. 그간 받은 표창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재현)의 혁신 에너지가 연구현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화학연의 변화는 외부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내부 혁신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는 데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외적으로 정부출연연구소가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가운데, 변할 수 없는 고질적인 시스템과 환경을 탓 하지 않고 무던히 새롭고 과감하게 도전한 끝에 이제는 출연연 변화의 본보기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화학연이 최근 기관평가 3년 연속 '우수'라는 성적표를 받을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화학연 혁신에 앞장서왔던 고영주 미래전략본부장은 "이대로 있어서는 정말 뒤쳐지겠다는 위기 의식이 직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며 "화학연 내부 혁신이 힘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직원들의 합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직원들이 지금의 혁신을 이끌어낸 셈이었다. 이후 화학연은 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성장궤도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사람들'에 있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움직이는게 아니라, 내부 의식이 변화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현장의 공감대가 변화를 이끌었다.

◆ 제대로 볼줄아는 사람들…감리단 설치해 연구과제 심층 분석

연구를 위한 연구를 지양하기 위해 화학연은 지난해 연구과제감리단을 설치했다. 최근 출연연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연구를 잘하기 위한 품질관리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과제 감리단은 4P(Paper, Patent, Product, Project) 분석과 연계한 과제기획 평가 등을 통해 고품질의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1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과제 선정과 중간평가, 결과평가, 기술사업화 등 연구과제 전과정을 컨설팅하며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연구 방향 등에 대해 냉철한 자문을 이어가고 있다.

감리단은 원내 원로급들이나 퇴임하신 분들, 외부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연구 기획부터 수행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컨설팅하는 개념이다. 국가 대형 프로젝트들이 명확한 분석을 통해 목표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그간 연구자들의 직관대로 흘러갔던 연구 프로젝트들의 폐해를 없애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감리단의 주요 기능은 기획 과제와 주요 과제 심의, 감리단장의 연구업무심의회 참석 평가, 연구과제 품질 향상을 위한 컨설팅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은 품질 향상을 위한 컨설팅으로, 4P 분석이 핵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화학연은 이같은 활동을 통해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원로 과학자의 적절한 활용까지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연구기획위원회를 통해 기획사업을 주요 사업에 연계시키고 통합연구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연구과제의 기획과 선정, 평가, 정산 절차를 아우르는 연구품질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해 출연연 연구품질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재현 화학연 원장은 "연구원의 임무와 기능에 맞도록 R&D 사업의 기획과 선정, 배분, 수행, 점검, 평가, 성과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R&D 통합 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화학연 감리단의 활동이 품질관리 향상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강조했다.

◆ 중소기업에게 고기잡는 법 전수…히든챔피언 육성 지원

화학연은 출연연 최초로 중소기업의 부설 연구소를 연구원 내부에 설치하도록 했다.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자립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김 원장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고기잡는 법을 전수해 주는 것"이라며 "출연연의 강점은 우수한 연구인력과 인프라다. 그리고 산업화 기술 개발에서의 경험들이 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워주자는 의미다. 공동연구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연의 중소기업 키우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애로기술 해결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함께 연구를 하며 연구 방법론을 훈련시킨다. 제대로 된 연구 인력을 만들어주는 게 화학연의 중소기업 지원 목표다.

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미 입주한 기업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입학해서 졸업하는 시스템으로, 직접 과제를 기획하고 정부 과제를 수주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업 입주 신청에 대한 심사는 연중 진행 중이다. 현재 3개 업체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2016년 경에는 이들을 위한 전용 연구동인 '중소기업 육성지원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전한 기술에 대한 상용화를 지원하는 밸류업 프로젝트와 대학 우수기초성과를 중소기업에 연결하는 링크프로젝트도 중소기업에 큰 호응을 받고 있다.

◆ 4세대 R&D 체계 전환…문제 해결형 R&D 확산

화학연은 2011년 GREEN 경영이념과 4세대 R&D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를 내세웠다. 기존 R&D 체계는 기술공급적이고 산업혁신 중심이라는 관점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보다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사업기획 시스템이 요구됐다.

4세대 R&D는 현재 시장과 사회의 수요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요구도 예측하고 연구개발 전 주기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을 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문제 해결형 R&D를 확산할 수 있다.

체계 구축을 위해 R&D 전주기 통합관리시스템을 일체화하고, 분산됐던 정보와 정책기획연구기획연구평가성과창출 및 확산 기능을 통합했다.

산학연 협력도 추진됐다. 화학산업 발전전략인 'CHEMI 2020' 구성 과정에서 정보 및 정책기획을 위해 협회, 학회, 연구소 등이 주체가 된 CEO 협의와 워킹그룹 회의가 진행됐다. 범정부적인 제약산업 육성 계획과 신약개발전략도 산학연 중심으로 논의돼 마련됐다.

특히 R&D 공동 수행을 강화해 나갔다. 개방형 R&D 촉진을 위해 출연연이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묶음 예산을 기반으로 주요사업연구 과제를 운영해 2012년 20개 사업 중 18개를 외부 대학 및 전문가와 공동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화학연 핵심 연구 분야에서 국제공동연구 과제를 발굴․지원하는 'GO! project', 외부 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한 KRICT 2020 과제 등도 화학분야 미래기술 창출과 개방형 혁신을 목표로 수행됐다.

아울러 융합 과제 탐색·수행을 위한 사업도 추진됐다. 현재 출연연 간 기술교류와 공동연구를 위해 기술융합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연구회 사업으로 연결하는 융합과제사업이 함께 추진 중에 있다.

이미 자동차산업과 화학산업의 융합연구를 위한 실천 전략이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수립되고 있다. IT 산업과의 융합연구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융합 기술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 화학연은 자체적으로 융복합 연구를 확대, 내부 연구조직과 연구 과제를 융복합형으로 대형화시켰다. 미래 융합형 기술 분야 발굴을 위한 각종 모임들이 진행됐으며, 그 결과 바이오와 화학이 융합된 광-바이오 화학물질 생산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 사회문제 해결형 R&D 구축…강한 특허 획득 전략 체계화

화학연의 기술 활용과 사회적 수요 대응 구조로의 전환 노력은 우선 강한 특허 획득 전략의 체계화로 나타났다. 강한 특허란 R&D 완료와 특허 창출 단계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가치 있는 특허를 의미한다.

우선 기술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선행기술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기술성·시장성 평가를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심의를 거쳐 특허 출원과 보완 여부가 결정됐고, 연구자 요청시 무조건 출원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30% 이상이 탈락되거나 보완 결정이 내려졌다. 위원회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특허에 대해서는 전략적 관리가 이뤄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화학연은 2012년 출연연 최초로 톰슨 로이터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혁신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확대하면서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갔다. 화학 기술적 해결이 필요한 사회수요에 대응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자 이해관계자, 시민단체, 지역주민과의 협력 또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에너지·환경 분야는 전국적이고 지역적 차원에서 기술기반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 가능한 분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화학연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환경을 탓 하지 않고 자기혁신 중심의 변화를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이라며 "정부 연구소의 변화와 혁신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인만큼 출연연 구성원들이 보다 주도적인 변화의 시대를 주체적으로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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