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쉽지 않은 '선임→책임' 과정 통과
"편견 없이 대해준 KIST와 동료들 덕분…연료전지 핵심 연구 매진"

디억 KIST박사가 최근 책임연구원으로 승격됐다.
디억 KIST박사가 최근 책임연구원으로 승격됐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활동하는 독일출신 연구원 헨켄스마이어 디억(DirkHenkensmeier)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가 최근 책임연구원으로 승격돼 화제다.

KIST 인사과에 따르면 선임연구원이 책임연구원으로 승격되는 비율은 연간 20~30%. 논문과 특허, 기술료, 실적뿐 아니라 면접에 이르는 이 과정은 평균 6~7년 걸리며, 한국인 연구자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현재 KIST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책임연구원은 디억 박사를 포함해 모두 9명이다. 책임연구원이 되어 연료전지 수명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핵심연구를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봤다.

◆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 KIST에 머물게 했다

디억 박사는 KIST에 오기 전 한국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아내가 한국 사람이다. 석사과정을 마친 후 아내의 모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KIST와의 인연은 한국 대기업에서 독일 회사인 폴 쉐르 연구소로 이직 한 후 참석한 학회에서 시작됐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디억 박사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들었던 남석우 KIST 박사를 만난 것. 남석우 박사와의 인연은 KIST로 이어졌고, 아내의 모국에서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얻은 그는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사실 한국 연구기관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는 그에게 필요한 연구장비와 연구재료 등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는 보기드문 연구환경으로 KIST는 일하기 탁월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구에 대한)방해나 압박 등이 거의 없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다"면서 KIST 선후배,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언어의 장벽은 넘기 힘든 산이었다. 한국의 경우 연구계획서를 한글로 내야해 외국인 책임연구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디억 박사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는 "연구펀딩을 받기 위해 지원기관에 연락을 했지만 외국인 PI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영어로 진행해야하기에 거절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연구펀딩을 받기 위해 연구발표를 준비 중에 있지만 검토위원들을 위해 통역가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부분을 챙기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며 한국에서의 연구 고충을 털어놨다.

이 같은 불편함 때문에 많은 외국인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다 외국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한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WCU)사업에서 유치한 403명의 연구원들 중 잔류한 연구원은 55명뿐이며, 세계수준연구센터(WCI)사업 역시 180명을 유치했지만 29명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국에 좋은 감정이 없다면 다른 나라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됐겠지만 한국은 단시간 내에 급속 발전을 해왔다. 몇 년 뒤에는 외국인 연구자들을 위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승격비결? "나를 한국동기처럼 대해준 동료들 덕분"

디억 박사는 책임연구원이 돼 연료전지의 수명과 가격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디억 박사는 책임연구원이 돼 연료전지의 수명과 가격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디억 박사는 연료전지와 기타 전기 응용 프로그램에 핵심이 되는 이온전도성 고분자와 세포막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전도율을 활용해 연료전지의 수명과 가격을 개선하고자 한다.

연료전지발전은 세계에서도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그에 따르면 독일정부는 2035년까지 55~60% 재생가능 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덴마크 정부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폐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디억 박사는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연료전지는 기름, 가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료전지발전이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외에 그는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해볼 계획이다. 그는 "대전에서 살았을 때 한국 여행을 많이 했다. 한국에는 제주도 올레길 등 아름다운 곳이 많은 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이나 경험, 성취한 것들을 생각했을 때 승진이 적합한 시기였을 수도 있지만 KIST가 나를 다른 한국동기들처럼 대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KIST가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통해 외국 연구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기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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