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대한항공, 수직이착륙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중
네스앤텍·두시텍·유콘시스템…"세상에 없던 시장 개척"

김재무 전 사업단장이 스마트무인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무 전 사업단장이 스마트무인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북한 소유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들이 한반도에 추락하면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무인기 개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산악지형이 많고 활주로가 부족한 국내 환경 뿐만 아니라, 많은 모래로 활주로 이용이 곤란한 중동 지역과 미국, EU의 민·군 수요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무인기의 미래 활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개발은 물론 산업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중에 대덕특구는 우리나라 스마트 무인기 연구와 산업화의 메카로 통한다. 국가 항공 R&D의 중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김승조)과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항공기술연구원인 대한항공 기술연구원(원장 김인화)이 포진해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무인기를 조정하는 기술을 선보인 네스앤텍(대표 이기성)을 비롯해 세상에 없던 무인항공기 시장을 창출하는 두시텍(대표 정진호), 해외 바이어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콘시스템(대표 전용우·송재근) 등 무인항공기 전문업체들이 스마트 무인기 시장에서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수직이착륙 가능한 '틸트로터' 세계 2번째 개발

항우연의 스마트 무인기는 우리나라 무인기 연구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미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 원천기술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한 상태로, 상용화를 통해 조기 시장선점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우선 틸트로터 원천기술 기반 민·군 활용 가능한 기본형 고속-수직이착륙 무인기 체계개발·양산·전력화를 1단계로 추진하고, 무인기 선도기술 및 통합모듈형 임베디드 시스템 기술이 적용된 고성능 틸트로터 무인기를 순차적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김재무 항우연 박사는 "현재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단은 과제가 끝남과 동시에 해체됐다. '사업 성과를 5년간 활용한다'는 규정에 따라 과제를 마무리 중에 있다"며 "무인기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시장으로, 한국이 선도할 수도 있는 분야다. 무인기 사업은 창조경제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지원이 결정되면 항우연의 스마트 무인기는 체계 개발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는 "군에서 볼 때 무인기 개발은 탐색 개발과 체계 개발로 나뉘어지게 된다. 탐색 개발은 핵심 기술을 개발해 시연을 하는 기술이다. 핵심 기술을 시연하는 것이 바로 탐색 개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체계 개발은 활용 쪽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안전줄에 의지해 시험비행하는 모습
안전줄에 의지해 시험비행하는 모습

지난 2011년 첫 시연한 뒤, 그대로 실험실에 방치됐던 스마트 무인기. 기술개발은 됐지만, 그를 뒷받침할 제도와 정책이 바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인기에 대한 산업부 지원이 결정되면서, 김재무 전 사업단장을 비롯한 무인기 개발 연구원들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 전 단장은 "현재 연구원에서 셋업해 놓은 기술들이 있으니 정부에서 이 기술들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우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이 이 곳, 대덕에 다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이 개발한 스마트 무인기는 헬기와 비행기의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다. 길이 5m, 폭 7m의 비행기 몸체 양쪽 날개에 양 끝에는 '로터'라고 불리는 프로펠러가 달려있는데, 이 프로펠러의 위치로 헬기와 비행기 사이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이·착륙 할 때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수직 방향으로 세우고, 비행할 때에는 프로펠러를 수평방향으로 눕혀 운용한다. 이미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체공시간은 5시간이다.

'틸트로터' 비행기로 불리는 이 스마트 무인기는 활주로 없이 이·착륙할 수 있어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헬기의 장점에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결합한 셈이다. 이같은 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번째로 틸트로터 항공기 개발 기술을 보유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유인기가 아닌 틸트로터형 무인기로서는 세계 유일하다. 

스마트 무인기는 산악지형이 많아 활주로 확보가 곤란한 국내 환경에 적합해 향후 국민 실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군, 해병대 등 군용 뿐 아니라 해안 및 도서 정찰, 산불 발생 감시 및 진압 통제, 교통 감시, 황사․해일․태풍과 기상 및 환경 관측 등 민수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에는 활주로 없이 집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자가용 항공기의 플랫폼으로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스마트 유인기를 개발하다 30여 명이 사망했다. 그 결과 미국은 개발을 중단했다"며 "우리나라는 그에 굴하지 않고 계속 개발을 진행했고, 좋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사장해선 안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단장은 "국내외 20여 개 업체들과 스마트 무인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이 대덕밸리에 다 모여있다. 어떻게 보면 대덕발 스마트 무인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같이 기술을 개발해 오는 과정에서 로터 및 드라이브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고 자동비행제어시스템 등 대부분의 품목을 국산화(엔진, 작동기 등 일부 품목 제외) 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인호 대한항공 기술연구원장이 대한항공의 무인기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인호 대한항공 기술연구원장이 대한항공의 무인기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에서 제작하고 있는 시제품은 항우연이 개발한 수준의 규모 60%급 스마트 무인기다. 100% 스마트 무인기보다 60%급 무인기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김 전 단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첫 비행시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안전성 검증을 위해 계속해서 비행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기술연구원은 무인항공기 산업의 미래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일찍이 깨닫고 2000년대 초부터 무인기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 주도의 대형 전략무인기 개발, 사단 정찰용 무인기 개발은 물론 유인항공기의 무인화를 위한 핵심기술을 연구 중이다.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무인기는 국가 전투력의 척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며 "대한항공의 무인기 개발은 대한민국의 국력 상승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전 단장은 "항우연의 역할은 미래 기술을 내다보고 그 기술을 개발해 산업화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현재 핵심 기술은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앞으로 정부에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주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결정되지 않을가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체와 협력해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네스앤텍, 지구 반대편에서도 무인기 조정

네스앤텍의 유선전원공급 멀티콥터 SWID.
네스앤텍의 유선전원공급 멀티콥터 SWID.
멀티콥터로 주목 받은 네스앤텍의 무인기가 최근 한전전남지역본부의 송전탑 감시에 나섰다. 사람이 직접 오르기 힘든 송전탑 위를 유유히 비행하며 캠코더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이상유무를 꼼꼼히 관찰한다.

네스액텍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지능형 비행로봇 '멀티콥터' 상용화에 성공한 무인항공기 전문업체다. 비행제어시스템, 영상처리, 지상제어시스템, 센터 인터페이스, 항공기유도, GPS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진입장벽이 높은 방산시장에서 2차 밴더로서의 자리매김 하고 있다.

헬리콥터의 날개 형태를 띈 회전익은 별도의 이착륙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한자리에서 오래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심이나 산간지형에서 더욱 안성맞춤이다.

소형무인기의 가장 큰 매력은 군이나 경이 소지하고 다니면서 근거리에서 운용할 수 있는 간편함이다. 네스앤텍의 무인기는 임수수행시 열상카메라 전환이 가능, 재난현장에서 인명탐색, 군&경의 야간 순찰, 수색정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산불이 났을 때 아래에서는 불의 방향이나 갈수 있는 진입로, 불이 번지는 상황 등 화재 현장에서의 정보를 획득하는데 용이하다.

이기성 네스앤텍 대표.
이기성 네스앤텍 대표.
2008년에는 무인기 독도탐사비행에 성공했으며, 2012 서울핵안보회의 참여해 대 테러 경호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LTE망을 이용한 대전-서울간 무인기 비행 제어에 성공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시연회는 휴대폰용 4세대 LTE 통신망을 이용해 대전에 있는 멀티콥터를 서울에서 원격조정해 이착륙은 물론 비행체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기성 대표는 "휴대폰 통신망을 이용해 무선기를 제어했다는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무인항공기 사용의 거리 제한이 없어졌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폰의 경우 휴대폰을 만든 기술자보다 소비자들이 기능을 더 잘 알고 있다. 무인기 분야도 마찬가지다고"라고 설명했다. 즉, "영화 속에서 너무 일상적인 기술처럼 등장해 당연해 보이는 기술들 중에는 사실 개발됐거나 상용화된 기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생각과 상상을 실제 기술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세계다. 이번 기술 개발로 그동안 사람에 의존했던 군 경계작전, 감시정찰 등을 원거리에서 비행로봇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두시텍, 정밀찰영 통해 '3D 공간정보 콘텐츠' 신시장 창출

정진호 두시텍 대표가 무인항공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진호 두시텍 대표가 무인항공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콘텐츠 없는 무인비행기는 무용지물입니다. 무인기 기술과 영상을 산업과 융합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진호 두시텍 대표는 "무인항공기는 기본적으로 감시, 정찰, 재해, 재난 예방 등 국방과 공공분야에서 사용되거나 RC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한 오락용으로 인식돼 왔다"며 "이 두 가지로만 활용대상을 한정하면 무인기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두시텍은 '위치 및 항법전문회사'로 GPS & Galileo Engine, DGPS, INS기술기반으로 선박, 항공, 자동차, 군사무기 등에 필요한 항법부품소재를 공급하고 텔레매틱스와 유비쿼터스 단말기를 개발·공급해 왔다.

두시텍이 제안한 콘텐츠는 무인항공기로 촬영한 영상에 깊이 값을 더해 3차원 공간정보를 구축, 최종 결과물은 지도와 영상이 결합한 실감 3D모델로 탄생한다. 무인항공기가 촬영한 2D 사진에 깊이를 더한 3D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5시간 안팎이다. 각각의 영상들이 뭉쳐지며 하나의 영상이 된다.

이렇게 획득된 공간정보는 갯벌 모니터링, 공사현장 예측, 도시설계, 녹조관리, 해안선 관측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하이퍼스펙트라 센서를 채택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영역까지 측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나무의 재선충, 농작물의 생육상태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비행기의 정확한 자기 위치와 각을 기반으로 한다. 즉, 무인기가 사진을 찍는 위치 등의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아는 지가 핵심이다. 앞으로 차량에 자동이착륙 시스템을 만들어 패키지화되면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외국은 현재 무인기를 이용한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는 단계다. 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고정된 시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간 산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혔다.

◆유콘시스템, UAE·싱가포르·볼리비아 등 해외서 인기몰이

지난해 6월 볼리비아에서 열린 유콘시스템의 시연행사에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볼리비아 정부·군 고위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6월 볼리비아에서 열린 유콘시스템의 시연행사에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볼리비아 정부·군 고위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국내 굴지의 방산대기업들을 제치고 400억 규모의 군용 무인정찰기 사업자로 선정돼 화제가 된 대덕벤처 유콘시스템이 이번에는 중동을 찾았다.

유콘시스템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개최되는 아부다비 국제 전시회(ISNR)에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유콘시스템은 중동 무인항공기 시장 진출을 위해 리모아이(Remoeye) 무인기와 자동비행에 필요한 자세, 속도, 위치 등의 자료를 제공하는 초소형 통합 항법장치(MEMS INU)를 전시했다. 또 국내 최초로 UAE의 아다시(ADASI)에 지상통제장비(GCS)를 수출한 이력을 통해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국가와 무인항공기 및 관련 장비에 대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콘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세계 7대 무기 구매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인항공기 데모 시연도 조율 중에 있다며 무인항공분야 시장확대에 주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콘시스템은 지난 2월 싱가포르 국영 방산회사 스텔로프와 무인항공기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용우 대표는 "중동에서 영향력 있는 방산·보안 전시회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며, "기존 지상통제장비 판매실적을 발판 삼아 무인항공기 수출까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1년 설립된 유콘시스템은 무인항공기 및 지상통제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무인항공기 비행조종시스템을 국산화했다. 현재까지 총 1100만 달러 규모의 관련장비를 UAE에 수출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무인정찰기 레모아이는 무게 3.6kg 시속 80km의 초경량 무인기로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이 손으로 던져 자동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 최장 1시간의 비행이 가능하며 자동비행 및 이착륙 기능 외에도 통신두절시 자동복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유콘시스템의 RemoEye-002B-2의 비행모습.
유콘시스템의 RemoEye-002B-2의 비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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