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 "코딩으로 창의력·논리력 개발해야"
지식 창조시대 코딩 필수…일선현장 기득권 내려놓고 변혁 함께해야

"SW 능력으로 경쟁의 법칙을 바꾸고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며 시장을 석권하는 시대입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말에 함축돼 있듯 우리는 SW를 통해 일상생활을 비롯한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김진형 초대 SW정책연구소장은 "세상은 모두 SW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단순히 CD 한 장에 들어 있는 정보만을 SW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마트, 지식창조 사회에서 SW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소장은 KIST 출신 1세대 개발자로 1985년부터 KAIST 교수로 활동하며 30년 이상 우리나라 SW 발전을 이끌어왔다. 2009년에는 사단법인 앱센터를 설립하고 이사장으로 봉사해왔으며 지난해에는 SW교육봉사단을 발족, 코딩 등 SW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저변을 확산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그가 지난해 12월 한국 SW 정책의 미래를 설계할 SW정책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앞으로 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초중고 학생들부터 생활 속의 교육이 실현되도록 SW정책연구소에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코딩은 생각하는 방법과 해결능력을 키우는 교육과정"

지난해 대덕에서 열린 모모스 포럼에 참석한 김진형 소장. 그는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SW에 대한 투자와 활용을 꼽았다.
지난해 대덕에서 열린 모모스 포럼에 참석한 김진형 소장. 그는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SW에 대한 투자와 활용을 꼽았다.
"초등학생들은 코딩 수업을 몇 번만 들으면 더 창의적인 코딩으로 동영상카드를 만드는 등 습득 속도가 남달랐습니다. 또 스타트업 위크엔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생들이 컴퓨터 언어에 대한 재미를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SW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설립된 SW교육봉사단의 창립멤버였던 김 소장은 "코딩 교육은 단순 IT 수단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방법과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과정"이라며 "앞으로의 시대는 SW가 중심이 되는 만큼 SW교육과 SW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진국이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것과 달리 우리는 이미 충분한 인프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SW에 대한 투자와 활용, 인재양성이 안되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SW활용도는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우리가 SW 강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먼저 현장에서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유로 꼽았다. 대통령, 장관 등이 SW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정책 방향을 잡더라도 정책을 실현해야하는 산업현장과 교육현장에서의 거부감과 안일함이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세상이 이미 상당히 변화했는데 우리는 전혀 시도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창업을 해도 경쟁력이 없어 대부분은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즉, 외국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신이 직접 앱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뛰어드는데, 우리는 아이디어를 돈 주고 SW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시장에 진출한 뒤에도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고무신과 가발에 이어 2000년대에는 휴대폰과 TV를 중심으로 IT관련 HW 시장을 점령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야할 때다.

스마트폰 열풍 이후 취약한 SW에 대한 문제점은 많이 지적됐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그는 "변화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소장은 대학도 SW로 인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이 구축되면 전세계에서 16만 명이 동시에 인공지능 강의를 수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의자가 학생의 이해 정도를 즉시 파악할 수도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자동차는 이제 기계와 가솔린이 아니라 SW로 달린다. 자동차는 거대 기계라기보다는 전기전자 + 화학 + IT + 신소재의 집합체다. 나아가 무인자동차 시대가 되면 컴퓨터 사이언스가 더 중요해 진다. 벤츠사에는 SW엔지니어만 20만명이 있다고 한다.

또 영화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이 일상화됐다.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아바타'는 영화 제작을 위해 36000대의 Linux 컴퓨터가 이용됐다.

그는 종이 신문의 운명 또한 얼마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을 그대로 옮긴다는 뜻은 아니다. 인터넷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 인터넷 신문이다. 또 인터넷 신문에 따른 독자 반응을 분석하는 SW 능력도 기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는 언론학 전공자에게 공학학위를 주는 등 세계적으로 언론학에서도 컴퓨팅저널리즘이 굉장히 강조되는 추세다.
 
그는 "세계적으로 프로그래밍 고급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수능 과목에 밀려 초등학교에 있던 컴퓨터실도 없어진 것이 현실"이라며 "이미 세상은 커다란 변화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이 안바뀌고 있어 인재 양성이 전혀 안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요즘은 스크래치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교육 도구가 많이 등장했다"며 "이를 이용하면 학습 전반에 요구되는 논리력·창의력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31일 판교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SW정책연구소는 SW 활용정책을 비롯해 산업생태계 연구 등 우리나라 SW의 미래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김진형 교수의 국가미래연구원 아카데미 강연 중 일부.
김진형 교수의 국가미래연구원 아카데미 강연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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