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포럼D]고전음악 3인의 상상력 원천…'낙천·관찰·의지'
서희태 "영상·음악 융합될 때 영화 감동 배가…과학이 가야할 길"

19일 오후 핵융합연구소에서 올해 3번째 상상력포럼이 열렸다. 서희태 지휘자는 '고전음악가 3인방의 음악과 삶,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19일 오후 핵융합연구소에서 올해 3번째 상상력포럼이 열렸다. 서희태 지휘자는 '고전음악가 3인방의 음악과 삶,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휘자는 많은 악기의 소리와 연주자, 관객을 하나로 모으는 사람이다. 연주자들이 매 순간 지휘자를 보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순간에 그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의 생각을 공유해 궁극적으로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과학자의 리더십도 같다."

'파파' 하이든. 음악의 천재·신동 모차르트. 악성(음악의 성인) 베토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들이 과학자들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해 한 수 조언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모델이었던 서희태 지휘자를 통해서다.

서희태 지휘자는 19일 오후 3시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축 본관동에서 열린 2014년 세번째 상상력포럼D에서 '고전음악가 3인방의 음악과 삶, 리더십'을 소개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삶과 음악적 활동을 통해 그 속에 숨겨진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을 이야기했다.

특히 음악 작곡가와 지휘자의 리더십과 연구원·연구책임자의 리더십을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유명한 지휘자인 카라얀 사례를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7년 동안 국립비엔나필하모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일하면서 70여 개국에 연주여행을 다녔다"면서 "그렇지만 청소차가 클래식을 연주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현장에서 길을 가다가, TV 속에서도 많이 듣고 있다. 인지하지 못할 뿐"이라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희태 지휘자는 하이든을 "가장 낙천적 성격을 가진 작곡가"라고 소개하고 "서로 즐길 생각을 하지 않고 칭찬에 인색한 것이 예술가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하이든은 굉장히 낙천적이었고 유머를 가졌다. 교향곡 '놀람'과 '농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놀람'은 18세기 귀족들이 연주회에서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놀려주기 위해 만든 곡이다. 또 '농담'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작곡했다. 음악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 관객들이 박수를 칠 때, 다시 음악이 시작되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결국 하이든의 창조성의 원천은 낙천적 성격과 유머, 주변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관심이란 뜻이다.

서희태 지휘자는 모차르트를 언급하면서 융합과 시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차르트는 3살에 혼자 피아노를 연주했고, 5살때 첫 작곡을 했고, 9살에 교향곡을 썼다. 또 12살에 음악의 종합인 오페라를 만들었다. 35년의 짧은 생애 동안 총 626편의 작품을 남겼다.

스스로 '나는 머릿속에 완성된 스코어(악보)를 그저 오선지에 옮기고 있을 뿐'이란 말이 맞을 정도로 천재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서희태 지휘자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을 영상으로 소개하며 "배경음악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이라며 "영상이 음악과 하나로 합쳐 융합될 때 감동이란 시너지가 나온다. 오늘날 과학자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서희태 지휘자는 청력을 잃은 베토벤의 의지가 더욱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서희태 지휘자는 청력을 잃은 베토벤의 의지가 더욱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천재성을 뛰어넘은 베토벤의 의지

마지막은 베토벤이다. 베토벤은 단 9곡의 교향곡만을 남겼지만,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보다 더 높은 '성인'으로 추앙된다. 특히 베토벤 이후 오늘날의 교향곡의 모습이 완성됐다고 평가되며, 더욱 놀라운 것은 9편의 교향곡 중 베토벤 4대 교향곡(영웅·운명·전원·합창)을 포함한 8편이 청력을 잃은 뒤에 나왔다는 점이다.

서희태 지휘자는 "모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핸디캡을 갖고 산다.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를 극복해내는 사람도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지 않았다면 후대에 이름을 남기는 음악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의 힘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의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차르트는 베토벤에 비해 월등한 천재성을 가졌다. 하지만 베토벤의 장례에는 2만 여 명이 운집해 성대히 진행됐고 독일은 베토벤 사망일을 국경일로 선포했다"면서 "타고난 천재성도 중요하겠지만 베토벤은 기존의 형식과 개념을 탈피하고자 끝없이 노력했다. 그것이 그가 지금도 음악을 통해 대중과 영혼을 교류하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과학자들에게 애국심을 당부했다.

"정말 오랫만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앞서간 이들을 위한 묵념을 해봤다. 하이든이 영국으로부터 귀화를 권유받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영국에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으나 단 한 가지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조국 오스트리아'라며 영국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새봄을 맞아 클래식과 함께 열린 상상력포럼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새봄을 맞아 클래식과 함께 열린 상상력포럼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음악에 대한 지식적 접근은 금물…마음으로 즐겨라"

강연에 이어 청중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많은 연구원들은 '클래식·음악을 이용한 상상력 향상'에 대해 물었다.

'클래식으로 어떻게 상상력 자극하나'라는 질문에 서희태 지휘자는 음악을 마음으로 감상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음악을 지식으로 접근하면 도움이 안된다. 같은 음악도 마음에 따라 슬프고, 기쁘게, 아름답게, 크게, 다이나믹하게 들린다"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으로 느껴야한다. 음악을 내 마음에 품으면서 다르게 들어야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창의는 있는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고 창조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창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연구하다가 안되면 음악도 들어보고 미술작품도 보며 상상력을 자극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참석자 명단

▲권이현 합동군사대 ▲권태원 나노기술 ▲김건희 기초과학지원연 ▲김원민 KIST ▲김은경 공주대 ▲김은일 에너지기술연 ▲김인신 특구진흥재단 ▲박낭희 ▲박숙영 정은혜무용단 ▲박종욱 대전도시철도공사 ▲박준홍 코닉스 ▲방규숙 GEM ▲배재성 표준연 ▲변옥환 KISTI ▲서정균 기계연 ▲손영건 엠오에스충청 ▲신희영 지질연 ▲안설아 KISTI ▲양군백 공주대 ▲오한빈 IBS ▲유은자 국민은행 ▲이미라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이상민 느리울초 ▲이성록 지질연 ▲이성철 KISTI ▲이영혜 파리바게뜨 ▲이은우 UST ▲이정림 기초과학지원연 ▲이형민 느리울초 ▲장순식 원자력안전기술원 ▲장인순 대덕원자력포럼 ▲정경택 IBS ▲정문기 카이트창업가재단 ▲정신화 신화사이언스 ▲최승훈 한의학연 ▲허재정 IBS▲김희철 ETRI ▲윤병철 CMB ▲장수진 CMB ▲남민경 KBSI ▲정영호 KBSI ▲한은희 KBSI ▲임종건 UST ▲이수민 스마트솔루션 ▲김명규 핵융합연 ▲김효실 대전시약사회 ▲박희서 기계연 ▲현영준 핵융합연 ▲홍성실 이투힐 ▲홍승표 핵융합연 ▲김익수 UST ▲양동열 KAIST ▲민경미 핵융합연 ▲한상희 핵융합연 ▲서민정 기계연. (이상 이름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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