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용기 UST 전문교수 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봄은 언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매서운 늦겨울에 만난 매화의 꽃망울을 보면서 봄을 느끼기 시작했다. Pentax K-3, 100 mm, 125 s, F/3.5, ISO 100
봄은 언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매서운 늦겨울에 만난 매화의 꽃망울을 보면서 봄을 느끼기 시작했다. Pentax K-3, 100 mm, 125 s, F/3.5, ISO 100

봄이 천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마음은 벌써 따뜻한 봄날을 향해 달음질하여 벌써 저만큼 가 있는데, 몸으로 느껴지는 봄은 아직 움켜잡고 있는 겨울의 마지막 손길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요즈음이 겨울보다 더 추운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봄은 더 멀리 앞서 있기 때문이리라.

봄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산수유. 사람마다 봄의 시작에 대한 느낌은 다르리라. 나에게 봄의 시작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때이다. Pentax K-3, 100 mm, 250 s, F/3.5, ISO 100
봄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산수유. 사람마다 봄의 시작에 대한 느낌은 다르리라. 나에게 봄의 시작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때이다. Pentax K-3, 100 mm, 250 s, F/3.5, ISO 100

봄은 언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까? 봄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한데, 절기 상으로는 입춘이 지나면 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봄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또 기후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년 중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3개월을 여름, 그리고 가장 추운 3개월을 겨울로 정의하고 봄은 겨울과 여름 사이에 있는 3개월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4계절의 구분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3월이 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봄의 시작은 매년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보다 과학적으로 봄의 시작을 결정할 수는 없을까?

희망 2014. 거의 매일 아침 매실나무에 가서 꽃봉오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힌 후에도 꽃이 피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어 아름답다.Pentax K-3, 100 mm, 320 s, F/3.5, ISO 100
희망 2014. 거의 매일 아침 매실나무에 가서 꽃봉오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힌 후에도 꽃이 피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어 아름답다.Pentax K-3, 100 mm, 320 s, F/3.5, ISO 100

최근 한 신문에 우리나라에서 봄이 시작 되는 날의 정의에 대한 설명이 소개된 적이 있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일 최저기온이 섭씨 0도 이상이고 일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인 날을 봄의 시작일로 보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올해 서울에서는 2월25일에 이미 봄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준대로라면 지난해에는 1월30일에 이미 봄이 시작되는 등 실제로 느껴지는 봄의 시작점과 차이가 많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상연구소에서는 일 최고기온, 일 평균기온, 일 최저기온을 모두 합한 기온을 7일씩 순차적으로 이동하면서 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계절을 구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새 방법에서 봄의 시작일은 이 값이 마지막으로 15도 이하인 날이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기상연구소가 이 방법으로 1973년부터 2004년까지 30년 동안 측정한 우리나라 봄의 평균 시작일은 3월14일이라고 하니 보다 실제의 느낌과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봄의 기도. 꽃봉오리는 꽃샘추위도 이겨내야 하고 변덕스러운 늦겨울과 이른 봄의 날씨를 잘 견뎌내야만 한다. 며칠을 두고 찾아가 꽃봉오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좀처럼 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Pentax K-3, 100 mm, 500 s, F/3.5, ISO 100
봄의 기도. 꽃봉오리는 꽃샘추위도 이겨내야 하고 변덕스러운 늦겨울과 이른 봄의 날씨를 잘 견뎌내야만 한다. 며칠을 두고 찾아가 꽃봉오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좀처럼 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Pentax K-3, 100 mm, 500 s, F/3.5, ISO 100

하지만 사람마다 봄의 시작에 대한 느낌은 다르리라. 나에게 봄의 시작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때이다. 기상청이 봄철에 꽃이 피는 매화,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아카시아, 벚꽃 등의 발아일과 개화일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45년부터 봄철의 발아와 개화 시기는 10년마다 0.7~2.7일이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점점 봄이 빨리 오고 있는 셈이다.

영춘화의 봄. 매화와 산수유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영춘화는 벌써 봄 잔치를 시작했다. Pentax K-3, 100 mm, 400 s, F/3.5, ISO 100
영춘화의 봄. 매화와 산수유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영춘화는 벌써 봄 잔치를 시작했다. Pentax K-3, 100 mm, 400 s, F/3.5, ISO 100

봄이 되어 피어나는 꽃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나는 얼마 전부터 매실나무와 산수유나무를 관찰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아침 그 나무에 가서 꽃봉오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힌 후에도 꽃이 피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꽃봉오리는 꽃샘추위도 이겨내야 하고 변덕스러운 늦겨울과 이른 봄의 날씨를 잘 견뎌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며칠을 두고 찾아가 꽃봉오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좀처럼 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또 나무에 따라 꽃망울이 발아하는 시기나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제법 차이가 있음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에서 어렵게 첫 번째 꽃망울이 터지게 되면 오래지 않아 나머지 꽃망울들이 팝콘을 튀기듯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 피어난 매화의 꽃봉오리와 봄비. 봄비가 내리는 날 아침. 나는 드디어 이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Pentax K-3, 100 mm, 100 s, F/3.5, ISO 200
처음 피어난 매화의 꽃봉오리와 봄비. 봄비가 내리는 날 아침. 나는 드디어 이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Pentax K-3, 100 mm, 100 s, F/3.5, ISO 200

이렇듯 이른 봄 자연은 인스턴트 문화에 젖어 빠르게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나에게 천천히 기다리면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을 배우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첫 봉오리가 열릴 때 만나게 되는 반가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소중한 것은 그렇게 기다림 후에 오게 된다는 값진 교훈도 느끼게 해준다.

첫 만남. 이렇듯 이른 봄 자연은 인스턴트 문화에 젖어 빠르게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나에게 천천히 기다리면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을 배우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첫 봉오리가 열릴 때 만나게 되는 반가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소중한 것은 그렇게 기다림 후에 오게 된다는 값진 교훈도 느끼게 해준다. Pentax K-3, 100 mm, 250 s, F/3.5, ISO 200
첫 만남. 이렇듯 이른 봄 자연은 인스턴트 문화에 젖어 빠르게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나에게 천천히 기다리면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을 배우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첫 봉오리가 열릴 때 만나게 되는 반가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소중한 것은 그렇게 기다림 후에 오게 된다는 값진 교훈도 느끼게 해준다. Pentax K-3, 100 mm, 250 s, F/3.5, ISO 200

봄비가 내리는 날 아침. 나는 드디어 이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봄은 내 마음 속뿐만 아니라 정말 눈으로 보고 향기를 느낄 수 있게 가까이 다가왔다. 비에 젖은 채 꿈을 꾸듯 피어난 작은 꽃 속에서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바라본다. 이 봄이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의 기도/ 양형근

이 봄에는
가난한 이들의 골목골목마다
따뜻한 소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빈 둥지마다 맑은 심지 돋우며
새벽별이 실하게 차오르고
외롭고 힘든 일들로 밤이면 밤마다
가슴에 비질하는 이들에게
푸른 아침이 부리나케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벌판을 지나온 그림자들이
아직은 추운 하늘에서 비척일 때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들이
따뜻한 날들의 희망을 말해주고
추신을 덧붙인 사연들이
서로의 젖은 어깨에 당도해서 고운 노래가 되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봄에는
젖은 발자국과도 운명처럼 어울려
꽃처럼 한 세상 터져 우는
그런 사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움만 돋아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풍경이 한 자나 더 깊어진 듯 싶습니다

봄의 기도.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움만 돋아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풍경이 한 자나 더 깊어진 듯 싶습니다. (양현근 ‘봄의 기도’ 중). Pentax K-3, 107.5 mm, 160 s, F/3.5, ISO 400
봄의 기도.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움만 돋아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풍경이 한 자나 더 깊어진 듯 싶습니다. (양현근 ‘봄의 기도’ 중). Pentax K-3, 107.5 mm, 160 s, F/3.5,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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