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경쟁형 R&D 추진안 '확정…올해 200억 규모 시범사업
선도형 국가R&D에 경쟁도입 "연구지속·탈락·연구비 차등지원"

"연구의 목적과 목표가 같아도 과학자들마다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중복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억지로 못하게 하는 것 보다 잘하는 사람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중복 과제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정초록 생명연 박사)

"선진국들 중 전체 R&D의 30% 정도는 중복연구를 허용하는 곳들이 있다. 또 같은 접근방법이라도 경쟁을 하다 보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하고 더 큰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연구현장도 경쟁체제를 수용할 만큼 성숙해 있다." (고영주 화학연 박사)

정부는 앞으로 국가 R&D사업에서 복수 연구자가 경쟁하다 중간평가를 통해 일부가 탈락하는 '경쟁형 R&D'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에 연구현장 관계자들은 국가R&D사업의 경우 100% 중복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중복 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예상했다. 또 이번 사업이 중복 과제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는 '경쟁형 R&D 추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난달 27일 개최된 제6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했다.

그동안 국가R&D사업에서 동일한 연구주제에 대해 여러 연구자가 과제를 수행하는 유사·중복연구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로 지적, 이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즉, 특정 연구과제에 대해서 한 연구자 또는 하나의 연구기관만을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신시장을 창출하거나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는 선도형(First-mover) R&D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복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의도적 중복'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삼성과 같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과정에 경쟁방식을 도입해 왔다. 일례로 미국 DARPA(국방고등연구기획국)에서는 주요 대형R&D 프로젝트에 경쟁방식을 도입해 과제기획-원천기술개발-응용기술개발 단계별로 탈락 조치를 하고 있다.

부처별 2014년도 경쟁형 R&D시범 추진 계획.(단위 : 백만원).
부처별 2014년도 경쟁형 R&D시범 추진 계획.(단위 : 백만원).

◆고위험 선도형 연구분야…토너먼트·경쟁기획·후불형 서바이벌·병렬형 과제 도입

정부가 안을 마련한 경쟁형 R&D사업은 ▲토너먼트 ▲경쟁기획 ▲후불형 서바이벌 ▲병렬형 과제로 구성된다. 연구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은 고위험의 선도형 연구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추진 모델 예시.
추진 모델 예시.
먼저 토너먼트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과제기획·원천기술개발·응용기술개발 전단계별로 중간평가를 통해 차례로 일부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연구개발 전체 프로세스에 경쟁방식을 적용하는 유형으로 경쟁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미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의 대형 R&D 프로그램 HPCS(고성능 연산 시스템) 예시.
미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의 대형 R&D 프로그램 HPCS(고성능 연산 시스템) 예시.
경쟁기획은 과제기획단계에서 2~4배수의 연구기관을 선정해 기획연구를 수행, 결과를 평가해 실제 연구개발 수행기관을 선정한다. 이 방식은 과제기획단계에 경쟁방식을 적용해 추가 예산소요는 크지 않으며 내실있는 기획을 통해 과제 성공률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 형태와 유사하다.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신시장창출형) 진행 프로세스.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신시장창출형) 진행 프로세스.
후불형 서바이벌은 다수 연구단이 동일 연구과제를 수행한 후 최종 결과물의 우수성을 평가해 결과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 지급하는 형식이다. 특별한 단계구분없이 연구개발 전 과정에 경쟁방식을 적용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SW분야 등에 적합하다.

미래부 후불형 서바이벌 R&D 진행 프로세스.
미래부 후불형 서바이벌 R&D 진행 프로세스.
병렬형 과제수행의 경우, 동일한 연구목표로 서로 다른 접근방식의 과제를 각각 수행하고 중간평가 결과 우수한 과제를 선정해 지속 지원한다. 동일 연구목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경우 적용 가능하다.

과제공고 및 선정은 동일하게 이루어지나 병렬형 해당과제에 대해서는 중간평가 후 1개 과제만 지속지원한다. 필요시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여 통합추진하거나 지속 병행도 가능하다.

산업부 병렬형 과제수행 예시.
산업부 병렬형 과제수행 예시.
추진시 고려사항도 있다.

먼저 경쟁형 R&D는 연구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은 고위험의 선도형 연구분야에 적용가능하다. 반면, 소기업 생산현장의 애로기술 개발 등 결과물의 수준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단순 기술개발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 향후 평가에 따른 참여 연구기관의 이의제기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형 R&D의 운영 프로세스를 사전에 명확히 공지해야 한다.

연구단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독창적인 연구개발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기관을 선정하되 단계별 마일스톤을 중점 검토할 방침이다.

비교대상이 명확한 경쟁형 R&D의 경우, 평가 이의제기 가능성이 높으므로 계량적 평가지표 활용과 단계별 평가의 연계성 확보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에 대해 연구단 간 상대 비교를 통해 다음 단계 계속수행 또는 중단 여부가 결정된다. 단계구분이 없는 '후불형 서바이벌' 방식은 결과에 따라 연구비가 차등지원된다. 또 평가 결과가 우수한 연구단을 선별하여 지원하되, 보완이 필요한 경우 탈락된 연구단에서 일부 연구자도 참여토록 조치할 수 있다.

특히 평가 결과 탈락한 연구단에 대해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성실수행'으로 인정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박항식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경쟁방식 도입을 통해 R&D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성과수준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연구자에게 연구기회가 제공돼 연구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 "올해에는 관계부처와 함께 시범사업 형태로 약 200억원 규모의 경쟁형 R&D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운영결과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쟁형R&D 제도 도입과 관련해 지난 2월 관계부처 협의와 평가전문위원회 심의를 완료했다. 미래부는 제도 추진을 위해 이달부터 각 부처별로 2014년도 경쟁형 R&D 시범사업을 발굴·운영할 계획이다. 또 2015년도 정부 R&D투자방향에 경쟁형 R&D사업 지원 내용 반영하고 2015년도 R&D사업 예산 배분·조정시 관련 예산 반영할 계획이다.

경쟁형 R&D 사업 선정 평가기준(안).
경쟁형 R&D 사업 선정 평가기준(안).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