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UST서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의 역할' 특강
"창의력 키우려면 인재양성·지식시장 활성화 해야"

대덕을 찾은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덕을 찾은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다. 과학기술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고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이 26일 오후 UST 초청 강연에서 ‘한국형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광두 원장은 우리나라 '서강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창조경제 정책입안에 중요한 역할을 해 현 정부의 싱크탱크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지난 해 '한국형 창조경제의 길'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1980년대 기술경제학이란 강좌를 처음 개설한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 경제와 기술과의 관계를 고민해 온 그의 첫 대덕 행(行)에 강대임 과출협 회장을 비롯해 정광화 기초지연원 원장, 오태광 생명연 원장, 이기우 에너지기술연 원장, 김규한 지질자원연 원장, 최영명 KINAC 원장, 권면 핵융합연 소장, 최종배 중앙과학관장 등 대덕 기관장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원장은 이날 '왜 창조경제인가?, 성공조건과 과학기술, 창조인력과 I.P. 시장' 등의 세부 주제로 창조경제와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의 중요성, 해외 선진국 사례, 과학기술의 시장으로의 연결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대덕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 왜 정부가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는가?

"일자리창출형 성장이 지속되려면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부족하다. 기존 제조업으로는 연간 6만 명밖에 고용하지 못한다. 대졸자를 정규직으로 취업시키려면 1년에 4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꾸준히 나와야한다."

김 원장은 "한국경제 운용의 기본전략은 '희망·화합·안정' 세 축이 균형 잡힌 경제민주화, 상생경제 구축"이라며 "과거에는 성장을 통한 희망을 강조했지만 이제 안정성, 공정성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의 한 점으로 편입되며, 자본시장과 무역시장이 자유화 됐다. 이제 콩고에서 지진이 나도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 미국, 남미의 작은 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도 우리는 영향을 받기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다.

기존의 전통산업만으로는 상생경제 실현은 요원하다. '희망·화합·안정' 세 가지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제패러다임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희망·화합·안정' 3개의 전략이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결합할 때 창조경제는 완성된다.

김 원장은 "기존의 전통산업이 아닌 지식 문화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한다"며 "이것은 소프트웨어 분야처럼 아이디어가 기반이 돼야하는데, 그 바탕에는 과학과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으로는 중국의 추격을 막기 어렵다. 기존의 생산능력에 기술을 융합하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새로운 과학기술을 접목해 기존 일자리를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새로운 종목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면? 현대자동차가 무너진다면?  핀란드의 노키아가 어려워지면서 핀란드 경제가 겪은 어려움을 되돌아보면 짐작할 수는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갖는 역량과 장점은 각기 차원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 체제는 상생경제가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이들이 대기업을 상대해 이길 수 있다. 중소기업이 자생력,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 나아가야 상생경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운용의 기본전략인 '희망·화합·안정' 세 축이 균형 잡힌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를 통해 달성이 가능하다.
한국경제 운용의 기본전략인 '희망·화합·안정' 세 축이 균형 잡힌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를 통해 달성이 가능하다.
◆ 창조경제 세 박자 "창조력·응용력·실천력…과학기술의 뿌리는 창조력"

김 원장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세 박자는 창조력, 응용력, 실천력이다. 중소벤처 기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벤처와 대기업 상생하며 이 셋이 선순환 하는 것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에서는 전통적인 실물·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과거에는 건물이 있어야 부자였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힘이다.

과학기술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창조력의 뿌리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창조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톡과 같이 기존의 메신저 기술에 정보저장기술, 게임기술을 결합하는 응용력도 중요하다.

미국 언론 중 뉴욕타임즈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8년 전 창립한 인터넷 블로그 뉴스인 '허핑턴 포스트'에 왕좌를 내준지 오래다. 이러한 변화의 뿌리는 새로운 융합능력이다.

김 원장은 "궁극적으로 창조력, 응용력이 상품화로 연결되려면 사업화(실천력)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감하게 위험을 부담하면서 투자를 하는 사업가의 영역이다. 사업화가 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국민소득 증대와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천력이 부족하다. 일례로 우리는 제대로 된 벤처캐피탈이 많지 않다. 정부가 성장사다리 등을 통해 6조 정도의 펀드를 구성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돌아가는 자금은 2조 정도다. 시장은 돈이 부족하다 아우성인데 남은 펀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 원장은 "이 같은 상황은 새로운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해 줄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사는 자본 회수가 확실해야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데 현재 확실하다 평가된 것이 2조원인 것이다. 우리나라 벤처 비즈니스가 한번 망하면 재기 기회가 없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가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신기술의 경제적 펀드를 측정할 수 있는 인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제시한 창조경제 성공조건을 위한 조건은 ▲거시경제의 안정성 ▲창조적 인력의 확보 ▲공공정보의 공유체제 확립 ▲지적 재산권 보호 ▲융합·통섭의 연구개발사업화인프라구축 ▲창업 금융의 원활한 작동 ▲대중소기업 상생구조의 정착 ▲ 창의력 규제하는 규제철폐 8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이다"

"과학기술 인력이야 말로 창조적 인재들이다. 이들의 연구결과 나오는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지식시장이 활성화 돼야 한다. 논문수로 본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높은 수준이지만 창조경제에 필요한 창조적 인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김 원장은 실제 창조경제 현장에서 필요한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창조경제의 또 다른 이름은 도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공기업, 공무원을 선호하고 위험부담이 큰 창업은 꺼린다.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창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는 "시장이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금전적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평가받고 거래가 잘 돼야만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다"며 "아이디어가 부당한 평가를 받지 않고 잘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창조경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고자 대덕은 물론 전국에서 청중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질의 시간을 통해 대덕 발전과 연구 현장을 위한 제언과 창조경제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한 벤처기업인은 지식재산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평가가 제대로 안된다고 하는 데 현재 지금의 제도상으로 지식재산에 대해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것 보다 뺏는 것이 더 유리하게 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모방경제를 벗어나 선도형이 되려면 과학기술도 창조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창조경제를 위한 과학기술은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평가제도 역시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출연연의 테크노닥터는 융복합의 핵심은 정보의 유통인 만큼 정부가 창조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면 토론 기회를 많이 주고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출연연 종사자는 출연연의 문제로 내부 협업이 안 되는 문제를 꼬집으며 R&D 성공사례뿐 아니라 실패사례까지 포함한 지적자산에 대해 DB화와 시스템 개편을 건의했다. 현재 출연연은 창조력은 있지만 실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연구 프로젝트 성공률이 90%가 넘는 것은 연구자가 스스로 자신 있는 것만 연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익숙한 것을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제도적 영향도 있었다"며 출연연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을 표했다. 더불어 연구자들에게는 스스로도 자율성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그는 청중들의 제언에 대부분 공감을 표하며 이날 제언들은 미래부 장관을 비롯해 정책위원회 등에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UST는 26일 김광두 국가미래원장을 초청, '한국형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UST는 26일 김광두 국가미래원장을 초청, '한국형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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