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후 대표 "디자인 위해 이제 서울가지 마세요"
소통+사후관리 차별화…고객사 성공 함께 일구는 긍지

디자인전문기업 꿈틀. 지난 13일 창립 11주년 파티가 열렸다.
디자인전문기업 꿈틀. 지난 13일 창립 11주년 파티가 열렸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제품개발 시 기능과 기술 중심 R&D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디자인이 없어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발전 정도를 보면 국가 발전의 척도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박창후 꿈을담은틀(이하 꿈틀) 대표. 대전의 첨단기업들이 갖고 있는 우수기술에 글로벌 감각의 디자인을 입혀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일구는 것이 그의 꿈이다.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꿈틀에서는 지난 13일 저녁 임직원과 고객들이 함께하는 11주년 창립기념행사 겸 와인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요즘 해외에서도 기술력과 디자인이 좋은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이 인기"라며 "대전지역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몸은 피곤할지언정 흥이 절로난다"고 말했다.

◆ 디자인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소통 기반한 '원스톱 디자인커뮤니케이션'

박창후 꿈틀 대표.
박창후 꿈틀 대표.
꿈틀은 기업의 아이덴티티 정립부터 디자인 기획. 브랜드 개발, 홍보,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디자인전문회사다.

박창후 대표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디자인 기반이 취약한 대전에서 2002년 창업했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대전 기업들이 제품 디자인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서울로 가지 않도록 우수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이 창업 목표였다.

"29살에 창업을 했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어리고 젊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로 창업 12년차다. 지금까지 꿈틀과 함께 작업한 기업은 100여 곳이 넘는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은수공예품 전문기업인 '코네주얼리'도 꿈틀의 고객이다. 2006년 유네스코는 코네주얼리의 제품을 한국의 아름다운 수공예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꿈틀은 코네주얼리의 브랜드인 수카프의 리뉴얼작업과 포장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이미지를 높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사는 중 한 곳은 오창에 위치한 바이오기업인 메디톡스다. 이곳은 지난 2006년 꿈틀이 보톡스 주사약인 뉴로녹스의 브랜드 개발과 포장지 개발을 진행한 곳으로 성장을 거듭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박 대표는 꿈틀이 고객사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디자인이 기업의 상황이나 시장 여건상 사장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8년 전 개발한 한미타올의 자체브랜드 '로제린'의 경우가 그랬다. 당시 한미타올의 대표 브랜드였던 '레노마'는 외국에서 판권을 사온 것으로 수익에 따른 로열티를 내야 할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수출을 할 수 없었다. 꿈틀은 한미타올이 국내외 모두를 공략할 수 있도록 '로제린'이란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다. 하지만 로열티보다 더 많은 홍보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마케팅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꿈틀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에 다시 한미타올과 손잡고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에 착수,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히트 상품으로 만들자는 의욕으로 'HUG LOVE'라는 브랜드의 디자인 기획과 마케팅을 수행했다.

그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과 같다"며 "관심과 애정으로 키운 브랜드가 중간에 사장되는 경우 아이를 잃은 것과 같은 아픔"이라고 고백했다.  

꿈틀이 디자인한 코네주얼리의 브랜드 '수카프(SUKARF)'와 한미타올의 'HUG LOVE'.
꿈틀이 디자인한 코네주얼리의 브랜드 '수카프(SUKARF)'와 한미타올의 'HUG LOVE'.
◆ 직원, 고객, 소비자와의 소통은 모든 디자인의 바탕

"디자인과 회사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작게는 꿈틀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에서 시작해 클라이언트와 꿈틀과의 소통, 또 기업과 최종 소비자와의 소통에 맞는 제품이 나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디자인과 경영원칙은 소통과 사후관리다. 그는 "외부 고객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소통과 배려하는 문화가 먼저 선행돼야 외부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디자인을 하면 고객과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연간계약 등을 통한 수정·보완 등을 통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1인 창조기업들의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지만 기술개발만으로도 벅찬 작은 기업에서 디자인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대전시나 중소기업청, 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기업 지원 기관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기업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꿈틀 역시 대전테크노파크를 통해 대덕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을 통해서는 예비창업기업과 1인기업, 소상공인시장진흥원을 통해서는 5인 미만의 협동조합을 지원해 오고 있다.

사실 지역의 소규모 디자인 기업들 역시 국책과제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책과제 중심의 운영은 초기 기업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꿈틀은 선행디자인을 개발, 기술기업과 꿈틀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대지오염 방지시설 전문업체인 '써스텍'과 유해가스를 잡는 필터를 함께 개발했다. 필터가 들어간 마스크는 방독면 사용의 불편을 최소화해 지하철이나 건물 화재시 손수건을 입에 대고 탈출하듯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써스텍이 필터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꿈틀은 브랜드 네이밍 등 기획 작업부터 상품화와 사후 마케팅을 책임지며 기술기업과 디자인전문회사의 공존을 모색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박 대표는 그의 나이가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어서자 좀 더 넓게 보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고 한다.

꿈틀 만의 성장이 아닌 지역의 디자인 기반 강화를 위한 활동도 열심이다. 24개 디자인 기업이 참여하는 대전디자인기업협회 KODFA의 이사로 기업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공유는 물론 젊은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꿈틀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한 기업들이 성장하고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대한다"며 "지역의 우수한 기술들이 디자인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문화의 중심 대흥동에 위치한 꿈틀. 직원과의 소통, 고객과의 소통, 소비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기업의 기본철학이다.
대전 문화의 중심 대흥동에 위치한 꿈틀. 직원과의 소통, 고객과의 소통, 소비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기업의 기본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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