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과기자문위, '연구인력 유동성 활성화 방안' 대덕서 포럼
"미래 우수연구인력으로 양성…中企지원으로 사회적 책임 다해야"

과총은 28일 UST 강당에서 제55회 포럼을 열고 출연연 중심의 연구인력 유동성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과총은 28일 UST 강당에서 제55회 포럼을 열고 출연연 중심의 연구인력 유동성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사 후(Post-Doc·이하 포닥) 인력에 대해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현재 제도에서 탈피, 출연연이 연구인력 저장고 역할을 하며 미래 핵심연구인력으로 양성해야한다. 또 출연연의 우수 연구인력을 목적에 맞게 분류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공공의 역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등 출연연의 역할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8일 UST 강당에서 '출연연 중심의 연구인력 유동성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제55회 과총포럼을 열고 정부출연기관 중심의 연구인력 유동성 활성화 방안모색을 논의했다.

포럼은 이장재 한국과총 부설정책연구소장과 고영주 화학연 미래전략본부장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노정혜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민철구 STEPI 선임연구위원, 박문수 생기원 미래전략본부장, 박태웅 ETRI 연구위원,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오영제 연총회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최희천 화학벤처기업협회장, 하성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주제 발표는 포닥 제도와 중소기업 지원 두 트랙으로 진행됐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이장재 소장은 창조경제 시대하에서 출연연의 역할 변화에 대해 '박사후 제도의 실태'를 주제로 국가연구인력의 유연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출연연의 예산은 2008년 2조9600억원에서 2012년 3조8400억원으로 29.7%가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정규직 연구원은 7345명에서 7865명으로 7.1%만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정규직 정원제도와 비정규직의 정규화 조치로 각 출연연마다 신규 고급인력 채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박사 후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 소장은 "대학에서의 박사후 과정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으나 출연연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수 인력이 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출연연의 예산 중 평균 15~20억원정도의 추가예산으로 연간 800~1000명정도의 포닥 채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장은 "출연연이 포닥 채용에 소극적이다. 이는 포닥의 재정지원 자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에서 과학기술분야 포닥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재정지원유형면에서 연구책임자과제가 37.4%, 정부사업 27.2%, 연구기관사업 17.6% 순으로 출연연의 박사 후 제도 지원은 미미한 편이다.

박사 후 과정 수행 장소는 국내가 35.7%이며 국외는 64.3%로 조사된다. 국내에는 그만큼 자리가 없거나 해외근무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매년 5000여명의 이공계 박사 학위자가 배출되지만 이중 56%정도만 정규직에 취업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연연의 국가연구인력 유연 플랫폼 구축  역할을 강조하며 박사후 인력 저장과 육성기능 확대, 출연연의 인력 플랫폼 기능 강화, 산학연 협력과 융합연구 인력 허브 육성 등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연구 배경을 가진 연구자간 상호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협력을 활성화 하면 대학과 출연연, 기업과 출연연 사이에 발생하는 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은 출연연과 기업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하지만 출연연이 소속 기업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중소기업 관련 인력을 배치해 연구하고 실행해 가면 중소기업 지원 연구사업들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사 후 연구경험을 축적하고 연구능력 배양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에서 박사후(Post-Doc)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장재 소장은 박사 후 제도를 통해 출연연이 국가연구인력의 유연 플랫폼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재 소장은 박사 후 제도를 통해 출연연이 국가연구인력의 유연 플랫폼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에 나선 고영주 박사는 화학연의 S-MIRAI사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육성사업 사례를 들며 출연연의 기업연계 연구인력 유동성 제고방안을 설명했다.

현재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따라 각 출연연마다 중소기업 애로기술 지원 조직을 구성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자문에 그치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이전 기술에 대한 사업화 지원도 미미하고 인력 파견도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 박사는 "출연연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중소기업에서 습득하기 위한 시스템화가 이뤄지지 않고 출연연의 기술이 연구개발 중심으로 이뤄지며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또 연구원의 정규직 연구원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부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산업간 융합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스템 미비와 연구원들의 의식 부족을 지적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출연연, 중소기업, 대학, 정부 각각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고 박사의 주장이다. 우선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기업발전 비전을 제시해 우수인재의 중소기업 진출 불안과 출연연의 기밀유출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기업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소속 연구원의 역할 강화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은 중소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연구인력 인큐베이터와 유동성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원이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중소기업에 전달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실무형 연구인력 배출 기능을 출연연의 주요임무의 하나로 정착하는 체계 정립이 이뤄져야 한다.

고 박사는 "중소기업 지원을 출연연의 계약직 등 단순히 비정규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연의 연구기반 확대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인 인력운용시스템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역할로는 우수인력 공급을 위한 출연연 연계 학위 과정과 질적 강화, 정부는 중소기업 맞춤형 우수 연구인력 양성과 유입을 위해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게 고 박사의 제언이다.

화학연의 S-MIRAI센터는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를 입주시켜 기술기획, 공동연구, 장비시설 활용, 인력양성, 특허관리, 상용화, 국내외 마케팅까지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3개의 중소기업 부설연구소가 입주해 R&D투자 확대, 연구인력 추가채용과 전문화, 기업의 글로벌 기술혁신 로드맵을 구축하고 화학연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 박사는 "앞으로 30개 기업까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중소기업들이 연구소와 근거리에서 소통하며 첨단시설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연구인력이 독립된 공간에서 연구에 전념하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출연연내 기업부설연구소 육성 사업을 전체 출연연으로 확대하면 중소기업이 연구인력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기술혁신역량이 체계적으로 강화 돼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주 화학연 박사는 출연연내 기업부설연구소 설치하고 기술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주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주 화학연 박사는 출연연내 기업부설연구소 설치하고 기술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주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후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민철구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출연연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비판과 찬사를 모두 받고 있다"면서 "출연연의 연구생산성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2005년까지는 연구비가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연구인력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 연구위원은 "출연연도 인력양성의 기능을 해야 한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퍼박사'를 양성해야 한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핵심연구원을 양성하고 공급해야 한다"면서 "출연연의 인력양성 기능을 정관에 명시하면 비정규직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제 연총 회장은 "출연연은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는 곳이다. 연구원들은 쉽게 말해 돈을 쓰는 사람들로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면서 "출연연의 박사급 연구자들이 8000명에 불과하다. 현재보다 3~5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연구원에게도 인력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최희천 화학벤처기업협회장은 연구원들도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함을 설파했다. 그는 "창업은 기술력과 영업력 자본력 3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두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생산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원들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생각하며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문수 생기원 미래전략본부장은 포닥을 비정규직 인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연의 고민 가운데 하나가 3년 내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또 출연연에 요구되는 것은 기술이전"이라면서 "많은 특허가 있지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특허보다는 원천 특허가 많다. 기업에서는 사업화가 안된다고 불만이 생기기도 하는데 기술을 전해주는 박사들이 파견을 가거나 반대로 기업 인력이 출연연으로 파견 오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는 산학협력단이 있지만 출연연은 기업과 협력하는 단체가 제각각이다. 이를 통일시킬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면서 "기관장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웅 ETRI 연구위원은 출연연이 개발하는 기술을 기초원천기술과 대형시스템기술로 구분하며 "기초원천기술은 후속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중소기업에서 받기가 힘들고 대형기술은 너무 커서 못가져간다. 중견기업을 파트너로, 중소기업을 협력업체 정도로 기술 이전 대상의 규모를 키워서 생각할 것"을 제안했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출연연의 위기에 대해 짚었다. 그는 "출연연이 70년대에는 성장의 선도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는 대기업과 너무 비교된다"면서 "중소기업 지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중소기업 응원만 부르짖다보면 본질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균형있는 연구를 해야한다"며 출연연의 균형을 중요시했다.

하성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도 출연연의 고유미션과 역할을 찾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은 정부에서 만든 연구소다. 미션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PBS제도가 도입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고 비정상적인 조직이 되고 있다. 출연연이 포닥 인원을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포닥 활용의 중요성을 들었다.

플로어 반응도 뜨거웠다. 김명준 ETRI 박사는 "판을 흔들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립연구소 50%가 계약직이다. 월급쟁이 연구원은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전문인력으로서의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 '류현진'처럼 연봉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안화용 한국연구재단 성과분석실 실장은 연구원 대신 국가과학인적자산이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하며 "창업정신을 강화되고 있는만큼 기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상대 과총회장은 인사를 통해 "현재 연구주체간의 협업, 인력 유동성 활성화는 과학계의 핵심 주제로 이번 포럼을 대덕에서 열게 된 것도 대덕에 과학계 인력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같이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우 UST 총장은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예산이 OECD 국가 중 1위로 올라갔다. 양적인 투자는 확대되고 있으나 지재권 보호, 논문인용도 등은 오히려 순위가 하락했다.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할 때"라면서 "새로운 사회 형태에 맞는 과기 정책이 필요하다. 이전의 정책은 우리를 망칠 수 있다. 출연연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에 의미를 부여해 축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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