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성공 1년, 그 후]②조광래 전 나로호발사추진단장 인터뷰
"한국형 발사체 우리에게 큰 도전…입에서 단내나도 가치있다"

조광래 단장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조광래 단장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죄송합니다."

1년 전 조광래 전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성공했다고 해서 자랑할 것도,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변명도 없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고개를 숙였다. 당시 과학자의 책무와 숙명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그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조 단장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 낯빛이 달랐다. 1년 전만해도 며칠 밤 잠도 못자고 가슴앓이를 한 탓에 그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웃음도 찾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1월, 조 단장의 표정에는 여유와 웃음이 넘쳤다. 

조 단장은 "지금은 매일 유성온천에 들러 단련을 하고 있다. 그냥 하면 비싸서 몇 달치 끊어서 다니고 있다"며 "건강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그때도 그렇고, 앞으로도 고생할 후배들을 생각하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십수년간 나로호 발사를 위해 쉼 없이 달려왔고, 나로호가 발사된지 만 1년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나로호 사업정리로 분주하다.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러시아로의 이사도 계속 진행됐다. 그는 "러시아 연구진들 물건만 컨텐이너로 10개가 나왔다"며 "나로호 발사는 끝났지만 관련 연구자들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라고 밝혔다. 

나로호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3년 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 천 억 예산 들여 기술이전도 못 받았냐', '미국 발사체가 아닌 러시아 발사체를 가져 온 이유는 무엇이냐' 등 수 많은 '나로호 괴담'에 시달렸다. 악의적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조 단장은 "나로호 괴담을 하도 많이 들어서 답변을 하나하나 다 써서 정리해뒀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짓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려진 괴담으로는 '러시아와 기술이전 관련 조항도 없이 계약을 했다'는 것. 이에 대해서도 조 단장은 할 말이 많다. 그는 "국제적인 계약, 그것도 우주 기술개발 관련 계약에서 기술이전까지 포함된 계약이 있으면 한 번 찾아보라. 찾아오면 어떤 형태로든 답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발사체는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다. 로켓은 대량 살상무기 운반체다. 국제 사회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1987년 이후로 관련 기술이 이전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준 2억1000만 달러 역시 문제가 됐다. 기술이전도 안하는데 과도한 예산이 책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한 비난을 잠재운 것 역시 그였다. 조 단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보여줬다. 비슷한 만큼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며 "사실에 입각해 우리를 비난하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은 간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착수한 한국형 발사체에 대해서도 조 단장은 할 말이 많다. 그는 "중요한 건 하나다. 바로 기술이다. 이것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다. 한국형 발사체도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우리가 약속한 날짜에 쏴서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다"며 "여기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을 해야 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입 전문가들은 많아도 손 전문가들은 없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로호 사업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술 노하우를 터득했다. 2009년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나로호 사업 착수 당시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46%였지만, 사업 이후 83%로 향상됐다. 국가 기관에서 공인한 분석 결과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곳은 없었다. 심지어는 발사를 해본 경험 밖에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조 단장은 "나로호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얻은 게 많다"며 "눈에 보이는 기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에도 많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미덕을 가졌으면 좋겠다. 무형의 자산 뿐만 아니라 기술 축적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발사를 한번 해본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칭찬으로 듣는다. 발사 경험조차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발사를 한번 해봤다는 것, 그런 경험과 노하우야 말로 발사체 기술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25년 동안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는 조 단장은 "우주를 향한 도전에는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욕하는 사람보다 기다려주고 지지해준 국민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나로호 발사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후배들과 함께 우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연구해 임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 "한국형 발사체, 우리에게 큰 도전…중요한 건 기술이다"

한국 로켓 개발사가 한 눈에. 왼쪽부터 KSR-1, 2, 3와 나로호 모형.
한국 로켓 개발사가 한 눈에. 왼쪽부터 KSR-1, 2, 3와 나로호 모형.
"한국형 발사체, 우리에겐 도전이다. 연구원들에겐 힘든 일이다. 기술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본질은 기술이다. 나로호 때도 그렇고, KSR 때도 그랬다. KSR-3 때는 연소 불안정성 때문에 정말 많이 고생했다. 연소하면 터지고 또 터지고 그랬다. 실수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자꾸 실수했다고 윽박지르기 계속 감추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조직이 큰 곳에서는 말을 안하면 그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발사체는 하나로 연결되는 체계성이 가장 중요하다. 거대복합종합체계기술인 발사체에서 어느 것 하나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작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부품이 제 위치에서 제 성능을 보일 때 최고의 발사체가 될 수 있다. 최상의 효과와 성공을 위해 수많은 회의와 연구가 밤새도록 진행되고 있다.

그는 "발사체 개발은 더욱 험난하다. 2013년 나로호 성공을 맛 보기 전엔 200년 11월 28일 KSR-3를 성공했었다. 10년이다. 10년에 한 번씩 맛볼까 말까 하는 일들"이라며 "장기간 시간이 필요하고, 예산이 투입됐다고 해서 성공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많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 스스로가 안다. 이미 그들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계속 맛보고 있다. 그는 "발사체에도 정말 여러 분야가 있다. 제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들도 있다"며 "결국 참고 견디는 수 밖에 없다. 못 견디면 패잔병이 된다. 기술은 절대 점프가 없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스스로 내공이 쌓이면 그때 퀀텀 점프가 가능해진다.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패잔병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조 단장. 그는 후배들이 안쓰러웠다. 그는 "발사체 개발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마력이 있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힘들지만 후배들이 미래를 보고 곧장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난과 역경은 없을 수가 없다.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갈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꿈과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 단장. 그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 그래서 힘들어도, 발사체 개발은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신이 계획한 목표에 따라 흔들림없이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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