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포럼D '발상의 전환' 주제로 22일 ETRI서 올해 첫 포문
김경집 인문학자 "과학은 자율성 보장된 학문…상상력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김경집 교수는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김경집 교수는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라 일컫는다. 과학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이유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그 해결책으로 인문학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과학의 중심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이 왜 인문학을 만나야 하는지 명쾌한 해답을 전할 이가 대덕을 찾았다.

22일 오후 3시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상상력포럼D에서 연사로 나선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는 "상상력은 저항하는 힘이다. 과학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어 기존의 권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강연 시작부터 강한 어조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현상과 동요로 예를 든 그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안내방송에서 열차가 다가오고 있으니 안내선 밖으로 물러나라 한다. 문맥만 보면 안전선 밖으로 나가면 죽는 것이 맞다. 이는 상대적 강자인 열차의 입장에서 말을 하기 때문"이라며 "강한 힘에 눌려 사는 우리 사회에서 권위를 깨지 않으면 상상력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어릴적 배웠던 '뽀뽀뽀'라는 동요를 보면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는 안아주고'로 돼 있다. 하지만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가 안아주는'  내용의 가사는 없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동요에서부터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상상력이 생길 수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길들여져 있는 것들을 깨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에서 앰블런스 표기를 보면 반대로 쓰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적 소리를 듣고 돌아보게 돼 있다"며 "일부 예시에 불과하지만 권위를 깨지 않으면 상상력은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과학은 상상력을 키우기에 좋은 학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할 수 밖에 없는 분야로 '자유'가 강조된 민주주의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텍스트에 빠져있다. 역사도 동요도 쓰여진 텍스트에 사로 잡혀 있다"며 "텍스트를 믿지 말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과학은 수많은 실험의 결과들이 모여있다. 쉽게 표현해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계급장을 떼고 맞장을 뜰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옛부터 전해지는 전래동화를 통해서도 고정관념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꼬집었다.  

그는 "흥부전에서 흥부는 박을 타서 부자가 된다. 네개의 박에서는 풀뿌리, 책, 금은보화, 양귀비가 나왔다. 첫번째는 무병장수를, 두번째는 입신양명을, 세번째는 부귀영화를, 마지막은 쾌락을 의미한다. 이 중 하나만 누려도 복인데 다가지려 하기에 타락한다"며 "이야기를 보면서 되새겨야 한다. 이야기에는 현재(now)와 지금(here) 그리고 미래(future)가 모두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와 관련해서도 그는 "역사를 좁게만 보려한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임진년에 왜놈이 침략해 당했다고 하지만 침략의 빌미를 준 책임도 있다. 병자호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도 침략은 북한이 했지만 대비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도 있다"며 "이미 알려진 역사가 틀렸다가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활용해 스토리를 입힐 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새로움은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있는 것에 덧붙여 새로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은 '자유'와 '상상력'이 보장…인문학 융합으로 가치 높여야

상상력포럼D 참석자들이 김경집 교수의 강연을 흥미롭게 듣고 있다.
상상력포럼D 참석자들이 김경집 교수의 강연을 흥미롭게 듣고 있다.
'인문학은 밥이다' 저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과학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을 통한 인문학의 활용을 강조했다. 과학이 세분화 해 결과를 얻는 다면 인문학은 넓게 퍼트려 대안을 도출해 낸다는 것.

김 교수는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고 왜 떨어지지를 고민했다면 이어령은 사과에 날개가 없는데 어떻게 올라갔을까를 생각한다"며 "같은 현상이지만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세상을 해독해 내는 법, 삶의 방정식이 달라지면 사고가 유연해 진다. 그게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홍도 작가의 '씨름' 작품을 통한 다양성도 예로 들었다. 그는 "김홍도 작품을 보면 낙관도 없는데 김홍도 작품임을 안다. 지식부터 생각한 것이다. 이는 작품과 거리감을 두게 하고 미술 자체를 싫어하게 만든다"며 "작품을 잘 살펴보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르다 보면 작품을 보는 재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21세기의 혁명은 총이 아닌 머리에서 온다고 말하는 그는 "과학은 어떤 권력,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는다. 과학은 진리에 대해서만 충성한다"며 "그런만큼 과학자는 증거와 논리체계를 갖고 있고 억압된 심리, 인식, 가치구조에 대해 용기있게 맞설 수 있다. 그 안에서 자유와 상상력이 보장된다"고 피력했다.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미래 인재육성을 위한 인문학적 접근방법에 대한 질문에 김 교수는 "인문학이 단지 교양의 포장이고 스펙이 되는게 아니라 나를 발견하고 나를 자유롭게 하는 학문이 돼야 한다. 자유로와야 상상이 나온다"며 "과학하는 사람은 증거와 논리체계를 갖고 있다.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에만 충성하면 그 안에서 상상력이 분출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는 "학문을 하는 사람은 이념을 떠나 진보적이어야 한다. 역사의식은 내가 누리고 사는 것보다 후세에 더 좋은 세상을 살게 해주려 해야 하는 것"이라며 "리더는 부딪쳐 싸워야 한다. 넓은 시야, 시간과 공간을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다음 달 상상력포럼D는 2월 19일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두 번째 상상력포럼D는 메가트렌드를 주제로 진행되며,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와 류현정 조선일보 기자가 토크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 다음은 참석자 명단
▲고득용 기계연 ▲고미상 핵융합연 ▲고재상 ETRI ▲공새롬 애경산업 ▲구성모 IBS ▲권이현 공군대학 ▲ 김동환 옹기식품 ▲김명수 KRISS ▲김명준 ETRI ▲김수연 대전문화재단 ▲김순선 ETRI ▲김영돈 마음편한 정신의학과 ▲김용환 충남대 ▲김은일 KIER ▲김익수 UST ▲김인숙 안정성평가연구소 ▲김진희 대전문화관광해설사 ▲김채광 중기청 ▲나선익 UST-KIER ▲ 문민용 BNF ▲박성미 글로벌씨드 ▲박숙영 정은혜무용단 ▲박진하 건국산업 ▲박한표 뱅샾62 ▲방규숙 글로벌교류단 ▲방은남 핵융합연 ▲변옥한 KISTI ▲서정균 기계연 ▲송충한 IBS ▲신성기 한빛파워 ▲오세정 IBS ▲오은정 대전문화재단 ▲유규상 케이맥 ▲유은자 국민은행 ▲이가희 우송대 ▲이경우 여성신문 ▲이대성 항공연 ▲이상대 한국연구재단 ▲이석진 SK이노베이션 ▲이은우 UST ▲이현정 핵융합연 ▲이현주 한국산학연협회 ▲임창남 전북대 ▲장세근 애경산업 ▲정경택 IBS ▲정홍석 KAERI ▲제갈성 한전 전력연구원 ▲조철호 ETRI ▲최동규 한국지식경제진흥원 ▲한복룡 충남대 ▲한창세 cs주식회사 ▲허나영 화학연 ▲홍성실 이투힐 ▲이영재 알피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동탁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김효실 대전시 약사회 ▲김희철 ETRI ▲한대희 ETRI ▲서지미 KIER ▲박지훈 IBS ▲김선혜 IBS ▲김창진 KRIBB ▲함진호 ETRI ▲유종준 ETRI ▲김인주 대덕대 ▲박정민 ETRI ▲한옥희 KBSI ▲권은희 핵융합연 ▲전혜진 핵융합연 ▲손광희 KRIBB ▲이유미 ETRI ▲최영 KAERI ▲신제석 ETRI ▲김해 ETRI ▲이한솔 ▲박지훈 ▲김승연. (이상 이름 무순)

상상력포럼D 참석자들이 김경집 교수의 강연을 흥미롭게 듣고 있다.
상상력포럼D 참석자들이 김경집 교수의 강연을 흥미롭게 듣고 있다.

2014년 첫 상상력포럼D가 22일 ETRI융합연구생산센터에서 열렸다.
2014년 첫 상상력포럼D가 22일 ETRI융합연구생산센터에서 열렸다.

상상력포럼D 참석자가 김경집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며 듣고 있다.
상상력포럼D 참석자가 김경집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며 듣고 있다.

 

김경집 교수의 유쾌하고 즐거운 강연에 참석자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경집 교수의 유쾌하고 즐거운 강연에 참석자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경집 교수는 참석자들과 질문을 주고 받으며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강연을 이어갔다.
김경집 교수는 참석자들과 질문을 주고 받으며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강연을 이어갔다.

2014년 첫 상상력포럼D에는 유관기관장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2014년 첫 상상력포럼D에는 유관기관장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