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 "시장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기술 개선"
플렉시블 상태서도 단단하고 공정 줄이는 소재로 1조7000억 시장 공략

연구원 울타리 안은 안락했다. 매일매일 연구활동으로 바빴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성과는 지속적으로 나왔으나 연구자가 갖는 보람은 작아졌고 시장의 인정은 미미했다. 당연히 연구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졌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개발한 기술을 제품화하고 생산해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현장을 경험하며 존재감, 긍지, 사명감으로 자신을 채우고 싶었다.

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의 창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기술을 제품화하기까지는 멀고 먼 험로 투성이였다. 시장의 요구는 달랐고 고객의 요청은 까다롭기만 했다.

연구원 창업 벤처 호전에이블이 창업이후 2년동안 시장의 요구에 맞는 기술로 업그레이드하고 올해부터 시장을 향해 정공격에 나선다.

웨어러블 기기와 디스플레이가 시장의 핫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플렉서블 상태에서도 뛰어난 접착력을 보여주는 호전에이블의 제품이 제대로 시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

시장에 적합한 기술로 업그레이드 하는 등 지난 2년간 크고 멀리 뛰기 위한 준비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문종태 대표의 창업기를 들어보았다.

◆국산화 위해 시작한 연구…창업 시드 기술로

문종태 대표가 플렉시블한 상태에서도 접착력이 뛰어나 자사의 소재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종태 대표가 플렉시블한 상태에서도 접착력이 뛰어나 자사의 소재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전에이블의 주력 아이템은 패키지 전극 소재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 모든 전자제품의 부품을 접합하고 경화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의 일종이다. 

따라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문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이 1조원에 이르렀으며 2018년에는 1조7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큰만큼 기존 기술의 시장 장악력도 높다.

기존 접착소재는 미국과 일본에서 기술과 생산시설을 들여와 제조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종태 대표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근무 당시 이를 국산화하기위해 팀원들과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2006년부터 시작된 연구는 5년여의 시간이 걸린 후에야 완성됐다. 그러나 기술 이전에 어려움이 따랐다. 소재의 민감한 특성상 기술이전만으로는 제품화가 어렵다는 것.

문 대표는 "제품화까지는 해결해야할 중간난제들이 많은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안목이 필요했다"면서 "평소 연구원 생활에서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지금이 그때라는 믿음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드디어 2012년 1월 창업. 하지만 창업 후 곧장 제품화 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연구원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대량생산성, 보관성, 칼라 등 문제들이 소비자의 지적으로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 대표가 개발한 기술이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

더구나 신생 기업의 신기술이 시장에서 인정 받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 시장을 공략하기란 더욱 어려웠다.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고 오류발생을 염려하는 보수적인 전자제품의 시장은 견고하기만해 진입부터 난공불락이었다.

창업 후 문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장 찾아다니기.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기술이어야 시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꼬박 2년의 시간이 흘었다.

문 대표는 "이 시간동안 기업 생존을 위한 활동도 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조금씩 경쟁력을 갖춰가는 제품을 보면서 과정마저 즐거웠다"면서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 현장에 곧장 적용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한다. 현장은 아침과 저녁이 다를 정도로 변화무쌍한 곳"이라고 강조하며 지난 2년의 시간을 소회했다.

◆플랙시블 전자제품 시장 본격…향후 시장 1조7000억원

호전에이블의 기술은 기존 소재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기술, 기존제품과 확연한 차별성을 갖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창업 이후 줄곧 시장의 요구를 수렴하며 기술을 업그레이드 한 결과다.

기존 소재는 부품간 고정을 위해 접착과 경화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호전에이블의 기술은 이 두 단계를 하나로 합칠 수 있어 공정 시간을 단축시키고 관련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강점은 반복되는 플렉서블 상황에서도 접착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실제 호전에이블의 소재가 적용된 제품을 구겨보였다. 휘는 TV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이 속속 선보이면서 호전에이블의 플렉서블 소재 기술이 조금씩 시장에서 외연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문종태 대표는 올해를 시장도전 원년으로 삼고 다각적인 방안을 세웠다고 밝혔다. 아직 업력이 짧은 벤처로 혼자 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공동진행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일본쪽 기업과 이야기가 진행중이라는게 그의 귀뜸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 제품의 기술 등을 직접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CEO는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등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어려움이 있지만 그 안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올 한해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창업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문 대표는 "창업은 성공을 목표로 하는만큼 준비를 많이하는게 좋겠다. 무엇보다 연구실 안에서는 내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내 기술을 다른 기술과 접목해 제품화 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하는 안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3년전부터 경영자 커뮤니티와 연구소기업협의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창업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장점을 들며 "더 많은 연구원들이 창업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창업 후 실패를 하면 안되지만 창업과정의 경험은 연구방향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길러주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창업 예찬론을 펼쳤다.

테스트 중인 호전에이블 직원.
테스트 중인 호전에이블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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