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과학자가 연구현장 바꾼다]③선배 과학자들이 보는 젊은과학자는?
"본인·국가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터전 갖춰야"

"정말 칼 같다."

선배 과학자들이 본 젊은 과학자들의 모습은 그랬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입장과 의사를 분명히 말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분명 칼같았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예전엔 눈치도 보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금 젊은 과학자들은 개성이 강하다. 연구 테마를 결정하거나 결과를 논의하는데서도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내보인다. 열정이 넘치고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에 이런 분위기는 연구활동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창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 박사는 "현재의 젊은 과학자들이 바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이다.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핵심이 되어야 한다"며 "지금의 연구 결과가 성과물로 되는 시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다. 지금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해 40주년을 맞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앞으로 40년은 그들에게 달려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20년이 됐을 때는 국가가 지원해준 만큼 국가를 위해 무엇을 기여했는지 생각해야죠. 30년을 근무하고 난 뒤에는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과 가족에게 떳떳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자력연 고문이기도 한 장인순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회장 역시 젊은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꿈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 특구는 여건이 다 갖춰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다"며 "열정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큰 꿈을 가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배가 고파서 책을 읽고, 먹을 것이 없어서 꿈을 먹고 산다'는 문구를 젊은 과학자들이 기억했으면 한다는 장 회장.

그는 "열정을 가지고 꿈을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과학기술계를 이끌어 간다는 큰 의식을 가지고 연구 활동에 임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주인의식과 자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배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최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가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젊은 인력들이다. 직업으로서의 과학자가 아닌 사명감을 갖고, 열정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젊은 과학자들의 능력 탁월하다. 배울점이 많다"며 "이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과학기술계를 발전케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 "조직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그들, 사명감 투철해야"

젊은 과학자들이 자기 의견이 강한 점은 장점이나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조금 아쉽다는게 선배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본인 위주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조직적으로 연구를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튀어 보일 수 있다는 것.

단적인 예로 시간을 정해놓고 연구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없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천지차이인 셈이다.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생기면 시간에 상관없이 몰입하게 되는 게 당연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한 출연연 원로 과학자는 "젊은 과학자들은 자기 시간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며 "권리를 찾는 데 익숙한 것 같다. 협동심과 배려심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조언했다.

사실 젊은 과학자들의 이런 행동들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역량은 뛰어나지만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연구만 하려고 하기 때문. 신용현 박사는 "대우가 예전만 못해지고 제약이 많아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요즘은 사명감에 불타지 않는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젊은 과학자들은 직업으로써 연구원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뒤에는 선배 과학자들의 책임도 분명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줬다는 것. 분위기 조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젊은 과학자들은 직접 그들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한 과학자는 "안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모험도 해보고 과감하게 뛰어드는 도전정신을 갖출 필요가 있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은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된다. 환경보다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멀리보고 직접 부딪쳐야 한다. 이스라엘의 후쯔파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젊은 과학자들의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게 하려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불안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상당히 불안정하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나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며 "젊은 과학자들의 창의적 샘이 계속해서 솟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선배 과학자들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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