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종료에 따른 '자연적 물갈이' 대상만 13명…'인위적 물갈이'도 배제 못해
천문연·항우연·철도연·ADD 등 당장 상반기…KIST·원자력·기계연 진행중

"임기나 다 채울 수 있으면 다행이죠."

한 정부출연출연연구기관 원장은 "임기 생각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그냥 하늘에 맡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해 과학기술계에 불었던 '기관장 교체 바람'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 등 29개 기관 가운데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은 13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만큼 올 한 해 출연연 수장 교체 바람은 '미풍'이 아니라 '태풍'이 될 것이라는 예보가 정확해 보인다.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6개 기관이 해당된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재료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6개 기관이 임기 만료에 따른 '자연적 물갈이' 대상이다. ADD(국방과학연구소)도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된다. 

문제는 자연적 물갈이 뿐만 아니라 '인위적 물갈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연초 출연연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대덕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제 기회가 없다"고 했으며,  기관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성과가 미흡할 경우 기관장 해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자연적 물갈이 대상자 13명을 제외하고도 더 많은 교체 대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7명 기관장 교체…연임은 1명뿐

지난 해부터 올해 초까지 출연연은 7명의 기관장이 바뀌었다. 4개 기관은 현재 원장 선임이 최종 진행중이며 1곳은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교체된 7명의 기관장은 정광화 기초연 원장, 이영수 생기원 원장, 김규한 지질자원연 원장, 이기우 에너지연 원장, 박완수 김치연구소 소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재단 이사장, 정민근 연구재단 이사장 등이다.

임기 만료든 인위적 물갈이든 연임은 박완수 김치연구소 소장 1명 뿐이다. 내부인사냐 외부인사냐의 기준은 엇갈린다. 연구기관 가운데 기초연과 지질자원연은 외부, 생기원과 에너지연과 김치연구소는 내부인사가 수장에 올랐다.   

물론 논란도 있었다. 최태인 기계연 전 원장과 이승종 연구재단 전 이사장, 윤석후 식품연 전 원장은 '자진사퇴'의 형식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그 배경을 놓고 여전히 설왕설래하고 있다. 신임 기관장 가운데 일부는 정치권과의 '끈'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출연연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교체되는 올해도 신임 수장의 선임 '원칙'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기관장 가운데 상당수는 연임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해 1명뿐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낙관적' 전망 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KIST, 기계연, 원자력연, 식품연 등 4곳 최종 선임만 남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4개 기관은 현재 기관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고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KIST는 김낙중 한양대 교수와 이병권 KIST 부원장, 정윤철 KIST 책임연구원 등 3인이 원장 후보자로 추천됐으며, 최종 선임은 1월 말 경 이뤄질 예정이다. 내외부 인사간 치열한 경합구도를 보이면서 최종선임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원자력연은 김종경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장문희 전 원자력연 부원장, 한도희 원자력연 순환형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등 3명으로 압축됐다. 당초 내부 인사 가운데 1명이 유력한 원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외부인사 1명이 3배수에 들어가면서 혼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위에서 이미 낙점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계연 역시 내외부 인사간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명의 후보 가운데 김석준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임용택 KAIST 교수, 장동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등 3명이 3배수 후보로 압축됐다. 잦은 원장 교체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서는 연구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오히려 내부 역학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인사가 와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식품연은 권대영 식품연 선임연구본부장, 김철진 식품연 책임연구원, 한대석 식품연 책임연구원 등 3명으로 압축됐다. 전 원장이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어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내부 인사가 적임자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우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선임은 1월 말 경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 4개 기관의 원장 선임이 올 한해 기관장 교체의 '바로미터'가 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출연연 기관장 선임의 경우 정치권 및 부처와의 관계, 우수한 연구성과 등 변수가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대체적인 분위기는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기관장 선임 방식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며 "올해에도 상반기부터 많은 출연연 기관장들이 바뀌는 만큼 연구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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