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④장순흥 KAIST 교수…2월 한동대 신임총장으로 취임
"어디에 있든 과학기술·미래 고민…·현실·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장순흥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때 과학기술계에서 화제였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과학기술계이자 이공계 인사로 참여했었던 장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국가 R&D 구조 개편 등의 일들을 앞장서 추진했다. 인수위에서 나온 뒤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빌 게이츠의 청와대 방문을 주선했고, 엑스포과학공원에 IBS(기초과학연구원)를 입주시키는 방안을 가장 먼저 제안한 것도 장 교수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과 행동은 종종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또 장 교수의 거취 문제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 기관의 기관장으로 온다더라, 정부 관료로 간다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의 중심에 늘 그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대학이었다. 한동대학교 총장으로 간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한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의 발전, 교육과 연구의 균형 발전 등을 강조해왔던 그의 행보를 돌아보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포항이 발전해야 한동대가 발전하고, 한동대가 발전해야 포항이 발전한다"며 "포스코가 중심인 포항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포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문제를 들고오면 한동대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한동대 총장행(行) 배경설명을 대신했다. 

그래도 의구심이 남아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4년 남았는데, 정말 함께 할 뜻은 없는거냐'고 물었다.

그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자리를 맡아서 하는 것 못지 않게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아무래도 객관적일 수 없죠. 오히려 이렇게 바깥에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보고,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금, 여기'를 강조했다. 문제를 멀리서 찾지 말자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출연연도 기업도 너무 먼 미래를 보지 말자는 거에요. 당장, 이곳에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먼 미래, 먼 곳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점에서 엑스포공원에 IBS가 입지하고, 과학벨트 문제가 순항하게 된 것은 아주 의미가 커요. 지금의 문제, 바로 이곳의 문제를 여기서 제안하고 해결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앞으로 대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죠."   

2월 한동대학교 신임 총장으로 부임하는 장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각오와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대덕을 떠나는 만큼 아쉬움도 들 것 같다. 

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봐도 대덕만큼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이 없다. 실리콘밸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성과가 확산이 안된다는거다. 대덕에서 나온 연구성과가  민간이나 벤처 등으로 확산되지 않으니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더 좋은 연구를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 확산에 노력을 하는 한 해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 곳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와 총장과는 또 다를 것 같다. 어떤 교육철학으로 임할 생각인가? 

이제는 창의력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대학이 이 같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과학기술과 창의력의 결합으로 시대를 선도하듯이 이제는 아이디어가 최고의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대학교육이 이 같은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창조경제가 왜 안되냐고 하는데, 잘 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과학기술과 결합시켜야 한다. 그러나 어렵다. 결국 창의력과 상상력이 관건인데 이 문제는 대학에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 좀 더 현실적인 문제, 실질적인 문제들을 교육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대학도 현실과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지식전달에 그치는 주입식 강의보다는 프로젝트, 실험 등 학생들이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는 수업을 늘려야 한다. 

▲한동대와 KAIST는 성격이 좀 다른데.

산업 현장의 실무진과 얘기해보면 학점 4.0이 넘는 학생보다 실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고,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이들이 인재라고 한다. 강의위주 교육보다는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이들을 한동대에서 배출해 낼 것이다.

한동대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교육경쟁력에 비해 연구 부문이 취약한 편이고, 반대로 KAIST는 연구가 더 강하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가 따로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를 많이 해볼 생각이다. 한동대에서 창조·창의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세계 속에서 이름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발전을 늘 강조했다. 포항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기본적인 철학은 지역발전이다. 포항이나 동해 주변의 문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세계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모순이다. 포항의 발전 없이는 한동대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동시에 지역에 있지만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역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이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서울만 바라보지 말고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KAIST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문제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풀지말고 지역부터 신경을 쓰라는 거다. 딴 곳 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전기값을 덜 들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 적용한다면 그 영향력이 국가로 확대되고,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

▲ 대덕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 중인가?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전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큰 기업체, 큰 산업이 없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산업체가 있다.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지명도는 대전보다 포항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전이 산업발전 측면에서는 포항으로부터 좀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포항이 대전에서 배워야 할 점은 국제화 부분이다. 산업계에도 의외로 외국계 회사들이 많더라.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학벨트와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프로젝트를 연계시킨 숨은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벨트는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전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득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안에 휴식공간이 다 들어간다. 그러나 그 일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휴식공간을 중점적으로 내세워 강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라는것은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확대다. 엑스포공원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런 움직임이 대덕특구 전체로 퍼져 나가야 한다. 대덕에 보면 공지가 많다. 구 대덕문화센터도 너무 오랫동안 버려운 채 방치되고 있다. 이런 곳을 활용해 첨단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또 대덕 이외의 지역도 바라봐야 한다. 엑스포 과학공원 건너편에 산업단지가 있는데 이쪽도 첨단화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 역시 산업단지가 첨단화되면서 변모했다.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출발하되 대전으로 확산하고, 더 나아가 세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첨단기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스마트폰의 한계가 자주 거론된다. 새로운 먹거리를 구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어느 때보다 많이 나온다. 

늘 강조했지만 삼성이 노키아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단일 품목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이제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결합해내는 것이다. 과학자들만 해서는 안 된다. 1%의 과학자들과 99%의 국민들이 다 참여해야 한다.

모든 산업에 창의력을 발휘하고, 여기에 과학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 모든 산업이 다 바뀔 수 있다. 자라나 유니클로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나. 의류·섬유 산업 한 물 갔다고 다들 얘기했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창의력이 결합되니 다시 살아났다. 분명 과학기술도 결합됐을 것이다. 더 빨리 만들고, 더 빨리 예측하고, 더 빨리 유통시키는 일련의 프로세스 변화에 과학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그렇게 하니 한 물 갔다고 평가받았던 의류산업도 바뀌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이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창의력을 발휘하고 융합함으로서 생기는 것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국민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 

▲빌 게이츠와의 협력으로 지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빌 게이츠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도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다. 그 사람은 원자력을 잘 모른다. 자신이 직접 아프리카에 가서 보니 물 문제가 심각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원자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원자력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렇게 하다 보니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를 찾은 것이다. 이런게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해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천한다. 자기 실력만 믿는 게 아니라 협업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웬만하면 다 솔루션이 있다는 거다. 못 풀 문제가 없고,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빌게이츠가 전세계 사람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듯이 우리 역시 집단 지성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덕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였다. 혹시 점수를 준다면?

점수로 평가할 수 있겠나. 다만 아쉬운 것은 있다. 이곳에 있는 출연연이나 대학, 기업체가 당장 현실의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출연연과 대학은 기초와 응용 양 극단 연구의 역할구분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는 어중간 했다.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결과도 많이 내지 못했다. 이 부분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이것은 대덕의 활성화와도 관련이 있다. 대덕에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하려면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이 너도 나도 출연연을 찾고, 대덕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것을 타율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교수에서 대학 총장으로 가는 만큼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끝으로 소회는?

이제는 전인교육을 생각해야 할 때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회와 세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인성교육이다. 나눔이나 공헌에는 기본적으로 주려는 마음과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교수와 학생이 실력을 키워야 사회적으로 공헌할 기회도 열린다. 이를 통해 물·에너지·환경 등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에서 연구 성과를 낸다면 대학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사회 공헌이 될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밑바탕을 만든 총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한편 장 교수는 1976년 서울대 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과 기획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30년 동안 KAIST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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