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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獨 과학기술·제조업 '비밀의 문' 열쇠

[독일박물관을 가다]①111년 역사 세계 최고 과학기술 박물관
최초 증기기관 등 유물 다수…과학의 뿌리 아는 지름길

독일 박물관 앞에 서 있는 독일 건국의 최대 공로자 비스마르크 동상.그 뒤 돔 건물이 박물관이다.

21세기형 공업국가 독일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R&D에 기반을 두고 전세계 유일의 제품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갖고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갖고 있는 기업 유형을 기존의 제조업과 구분해 21세기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히든 챔피언 개념과도 비슷하지만 전세계 시장이 단일화될 수록 이런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그런 측면에서 이들 기업들의 경쟁력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독일의 이런 강점은 기본이 탄탄하고, 오랜 경험이 축적돼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과학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그런 가운데 뮌헨에 있는 독일 박물관은 독일 과학기술 및 산업 경쟁력의 원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구멍과도 같다 하겠다. 새해를 맞아 독일 박물관 방문기를 싣는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강국 독일의 형성과정 및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시리즈 게재 순서 1. 세계 최고 과학 산업 박물관을 가다 2. 독일 박물관, 무엇을 볼 것인가 3. 후발 주자 한국, 어떻게 할 것인가 4. 화보[편집자 주]

뮌헨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15분 가량을 가면 박물관 부근 정거장에 다다른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사람 형상 조각이 하나 서 있고 다리가 놓여있으며 건너편에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박물관을 지키듯 서 있는 입상은 독일 통일의 위업을 완성시키고 오늘날 독일 산업화의 기초를 닦은 비스마르크이고, 다리는 독일의 대표적 산업가인 보쉬의 이름을 딴 보쉬교이며, 다리 건너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이 독일 박물관이다.

이처럼 독일 박물관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전달되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이름이 독일 박물관이지만 전시물들은 독일뿐 아니라 근대 및 현대 과학과 산업의 대표적 성과물들이다. 우리나라 국립 중앙 박물관이 우리 역사를 설명해주는 토기에서부터 그림과 조각 등 문화재 위주인 것과는 구별된다. 독일 사람들의 실용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할까.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광. 돛과 열기구, 비행기 등 인류의 진보를 보이는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다리를 건너 돔 형태의 건물에 들어서 표를 사 입장한다. 자연스럽게 발길가는대로 1층 전시관을 들어서면서는 실내에 이런 시설을 갖다 놓았다니 하는 놀람과 함께 전시물의 규모와 내용, 배치 등에서 압도 당한다.

지하에서부터 자리 잡은 범선이 돛을 맘껏 펼치고 눈앞에 서 있고, 천장에는 열기구가 걸려있다. 그 뒤로는 초기 형태의 비행기가 보이고, 그 뒤에 폭 30m의 중형 비행기가 날개를 펴고 있다.

지하에서 열기구 모형이 걸려 있는 천장까지의 높이가 20m 정도는 되어 보인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범선은 19세기 화물선과 어선 등으로 쓰인 Maria(1880)란 이름의 배. 나무로 만들어졌고, 동력은 바람. 그 다음의 형태로 쇠로 만들어지고 증기기관에 의해 추진되는 RENZO(1931)란 배가 이어서 전시돼 있다.

마리아호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람의 크기를 통해 전시물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구역을 지나면 열기구와 비행선, 라이트 형제 시대의 비행기 등등 다양한 비행체가 전시돼 있다. 전시된 비행기 가운데 1층에서 눈에 띄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수송기, 여객기, 폭격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 독일 융커스사의 Ju 52(1947) 실물. 히틀러와 장개석 등이 전용 비행기로 애용했는데 제원은 날개 폭 29.50m, 길이 18.50m, 높이 4.65m이다. 배도 그렇지만 비행기도 단면을 잘라 놓아 사람들이 동체와 날개 내부 등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하로 내려가면 헬리콥터와 전투기 등 다양한 비행기가 속살을 보이도록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 에어버스 300의 동체와 한쪽 날개, 엔진이 실물 전시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전시물 가운데는 1, 2차 대전에서 위력을 발휘한 독일 무기들도 보인다. 하나는 영국 런던을 비롯해 연합국 주요 도시를 공포에 떨게 했던 A4 로켓(높이 14m, 직경 1.65.m). 마찬가지로 속을 볼 수 있도록 분해한 실물이 전시돼 있다. 바닷속에서 암약했던 U1(1906) 잠수함과 어뢰 발사 장치 등도 실물 그대로 볼 수 있다.

비행기와 배 등에서 보듯 독일 박물관의 특징은 모든 전시품들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배, 비행기, 잠수함, 로켓, 엔진, 기계 등 대부분의 전시물들의 단면을 잘라 동작 메카니즘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뿐 아니라 손으로 만져 느끼도록 해놓았다.

이와 관련해 독일 박물관 홍보 담당자인 Bernhard Weidemann씨는 "설립자인 Oskar von Miller씨는 1903년 박물관을 만들며 놀면서 배우는 공간으로 생각해 관람자가 자유롭게 손으로 만지고, 탈 것은 직접 탈 수 있도록 했다"며 "총연장 17km에 이르는 전체 전시공간이 그 정신에 충실하게 구현돼 있다"고 말했다.

독일 박물관은 근대 과학 및 산업의 종합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분야만 하더라도 물리·수학·화학·생물학 등은 물론이고 광산, 석유 및 가스, 금속, 물질 시험, 동력기관, 전기, 교량 ,터널, 조선, 철도, 나노, 에너지 기술, 악기, 제약, 항해, 우주, 세라믹, 유리, 제지, 인쇄, 필름, 섬유, 측량, 컴퓨터, 반도체, 통신, 농식품, 천문 등의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다.

전시관의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통째로 전시되고 있는 Ju52 비행기.가운데 날개를 기준으로 좌우의 모습이 다르다.좌는 원형 그대로 이고,우는 사람들이 비교하고,내부를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전시물 가운데는 기념비적인 귀중품도 많이 있다.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제임스 와트의 첫번째 증기기관(1778)을 비롯해 제니 방적기(1856), 최초 사진기에 해당하는 다게레오타입 카메라(1839), 지멘스에 의해 발명된 최초 발전기(1866), 세계 최초의 변압기(1885), 라이트 형제가 디자인하고 첫 대량생산한 비행기(1909), 초기 디젤 엔진(1897), 로켓 엔진을 시험한 로켓카(1930) 등이 있다,

명예의 전당 코너를 보면 독일 과학의 저력을 이해할 수 있다. 전체 41명이 모셔져 있는 가운데 독일과 관련된 노벨상 수상자로 뢴트겐, 막스 플랑크, 오토 안,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등이 있다. 특히 독일 산업의 주요 공헌자들은 대개 망라돼 있다. 보쉬, 벤츠, 지멘스, 디젤, 크루프(철강), 융커스(비행기), 바이엘, 다임러, 마이바흐 등등이 그들이다.

독일 박물관은 세로 박물관이란 이야기도 듣는다.가능한 한 전시물들의 단면을 잘라 관람객들이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르네상스를 비롯해 과학혁명기의 과학자들로 가우스, 케플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브와지에, 리비히, 코페르니쿠스, 인쇄술 발명자인 구텐베르크, 라이프니츠 등이 독일 과학의 기초를 닦는데 기여한 공로로 이름을 올렸다.

근대 인물로는 프라운호터, 헬름홀츠, 옴 등이 있으며 유일하게 여성으로 우라늄의 핵분열 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리자 마이트너가 올라 있다.

이와함께 과학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실험실도 그들이 쓰던 것을 갖다 놓거나 재현해 놓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물리 실험 도구들이 재현됐고, 화학의 아버지인 라브와지에와 비료를 만든 리비히,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부, 핵분열을 발견한 오토 한 등등의 실험실을 볼 수 있다.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과 종이로 만든 한복, 높이 60m에 이르는 푸코의 진자, 인류 최초의 벽화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 재현, 세포 크기를 35만배 확대한 거대 세포 모형, 석탄 채광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지하 광산, 독일 기계 역사 250년을 요약한 MAN회사의 역사코너 등도 볼만하다.

전시된 A4 로켓.다른 전시물과 마찬가지로 내부를 볼수 있도록 해체해 놓았다.
아이들이 직접 물과 도르래, 소방차, 큰 방 크기만한 초대형 기타(guitar) 등을 통해 과학을 몸으로 접할 수 있는 어린이 과학관도 독일 박물관 개관 100년을 기념해 2003년 문을 열어 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독일 박물관은 1903년 오스카 폰 밀러란 엔지니어이면서 발명가이자 기업인에 의해 시작된다. 독일 엔지니어 협회의 총의를 모으고 자신의 폭 넓은 인맥과 정부 및 정치인들의 지지를 얻어내며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06년 카이저 빌헬름 2세 황제가 참석한 가운데, 석탄 저장소로 쓰이던 현재의 장소에 초석을 놓게 된다.

1차 세계 대전과 공황 등으로 진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는 자연과학과 기술과 관련된 광범위한 자료 수집활동을 전개한다.

독일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철학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이는 엔지니어와 테크니션 등이 자신들의 업적을 일반인들에 설명하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이유에 비롯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전시물들은 작동하기도 하면서 설명됐고, 관람자들이 보튼을 누르면 기계가 움직이도록 하는 고안도 처음으로 나왔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폭격을 당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전후 25년간 재건 작업을 거쳐 재개관했으며 1973년에는 처음으로 연 관람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뮌헨에 본관과 자동차관, 항공관이 있다. 본에 분관이 1995년에 개관했는데 이곳은 1945년 이후 현대 독일의 과학 및 기술을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가속기와 자기부상열차, 레이저 마이크로 분석기, 곤충 다리 로봇, 로터리 엔진, 에어백 등이 전시돼 있다.

관장인 Wolfgang M. Heckl 박사는 박물관 소개 책자 서문에서 "설립자의 취지를 기반으로 지식의 사원으로 아이나 어른 모두가 만지고 보고 듣고 체험하며 자신들의 호기심을 풀도록 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과학과 기술의 세계로 여행하며 그들 스스로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도록 구성했다"고 강조한다.

독일 박물관은 독일 과학기술의 저력을 알게 해주고, 밝은 장래를 내다보게 해주고 있다.

독일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2003년에 문을 연 어린이 과학관.아이들이 직접 물 등을 접하며 과학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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