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덕넷의 약속]연구장비 국산화·과학-인문학의 만남 앞장
창조지역 탐방·과학공동체 활성화·과학 외교 등에도 주력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광복 69주년, 건국 66주년·공업화 5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 100주년까지는 31년, 건국 100주년까지는 34년이 남았습니다. 올해 남북문제의 급변이 예상되고, 국내 변수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한중일의 동북아 정세로 불안정해 보이고, 경제면에서의 세계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마디로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 가운데 하나 주목되는 것이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밝힌 우리나라의 실물자산 총액이란 통계인데 2012년 기준으로 8677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라고 합니다. 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지만 큰 추세로 보면 우리의 살림살이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 1인당 국민 소득 1만 달러를 기록하고, 그로부터 12년뒤인 2007년 2만달러에 진입했습니다.

소득 격차, 복지 미흡,재화의 수도권 집중 등등 개선점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는 1995년을 기점으로 계속 자본 축적을 하면서 물적 토대를 강화시켜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양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질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세계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통계연도에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10년 전후로 미국 57조 달러, 일본 35조달러, 독일 18조달러,프랑스 16조달러, 영국 11조 달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조달러대, 우리보다 미국은 10배, 일본은 6배,독일 프랑스 3배, 영국 2배의 국부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의 선진국들은 최소 140년의 근대화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식민지를 경영하며 원시적 자본을 축적했습니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로지 우리 힘만으로 오늘의 부를 이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릅니다.

최근 많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안타까움의 하나는 목표가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잘 살아보세'라는 목표로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와 같은 구호가 있었고, 산업화 이후에는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구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해답은 간단하지 않나 여겨집니다.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남은 우리로서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세계 주요국으로 지구촌을 리딩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있는 선진국이 목표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와 선진국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선진국 빼기 대한민국'이 곧 우리가 극복해야할 문제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약한 부분은 지식의 총량일 것입니다. 선진국은 국가와 개인이 근대화 이후 식민지 개척과 전쟁 등을 통해 많은 형식지 및 암묵지가 쌓였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공업화 이후에 비로서 지식을 쌓기 시작해 절대 양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과학계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해 다른 나라가 개발한 부품과 완제품을 목표로 사양을 맞추기만 하면 됐습니다. 철저히 목표 지향적 연구개발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앞으로는 선진국도 만들지 못한 것,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야 선진국들만의 리그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얻을 수 있고, 제품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출연연의 문제로 거론되는 정체성이나 목표점은 시대가 세상에 없는 창조를 요구하는데 우리의 의식과 행동은 모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만큼 독창적인 것이 요구되는데 독창성은 인간에 대한 이해, 상상력, 도전 정신, 열정 등등이 버무려졌을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수식 중심의 사고가 아닌 맥락 중심,인문 중심의 사고가 요구되죠. 즉 현재의 이공계 지식에 인문 지식을 더할 때 새로운 가치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대덕넷은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기사 작성 및 사업 등의 큰 테마로 삼으려 합니다.

지난해 부터 펼쳐왔던 상상력 포럼이나 상반기중 출범하려하는 주간 만남의 장인 '사이언스 콘서트(가칭)' 등에서 인문학의 비중을 높여 대덕단지에 계신 분들과 독자분들이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연구장비 국산화'입니다.우리나라 과학 예산의 상당액이 연구장비 수입에 쓰이고 있습니다.이에 비해 선진국은 대부분의 자체 조달하고 있습니다.과학 예산 가운데 부품값만 있으면 장비를 만들수 있는 시스템과, 중요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의 효율성은 당연히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했고, 수요가 없어 수입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은 누구나 이해할 것입니다.또 그 때는 부품을 만드는 것이 시급했기에 장비에는 그다지 신경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연구장비의 수요도 많아졌고, 우리 실력도 높아졌습니다. 국산화까지의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가야합니다. 연구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고, 현장에서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 테크니션 등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도 인문학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이죠.대덕넷은 새해 연구장비 국산화를 중요 테마로 삼고 기획기사 등을 써나가겠습니다.

과학계의 소통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입니다.창조경제를 지난해부터 시작했고, IBS가 엑스포 과학공원에 둥지를 트는 등 올해 과학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개발 특구도 전국으로 확산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최대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 기능 집약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내 소통조차 미흡한게 현실입니다.내부 구성원인 KAIST와 연구소간의 교류와, 대덕단지 및 다른 특구와의 교류,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 포스텍, 울산과기대 등 연구중심대학과의 교류, 국립 연구원들과의 교류 등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국내 우수 창조 및 혁신 사례의 공유도 중요한 일입니다. 맨땅에서 아시아 최대의 의료기기 제조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는 원주 의료단지를 비롯해, 새로운 연구개발 중심지로 부상하는 판교와 기흥 등 수도권 혁신지역, 전통 산업을 기반으로 히든 챔피언으로 거듭나려는 대구 등등의 전국의 창조 지역을 탐방해 정보 공유를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진국을 비롯해 개발도상국들과의 과학 외교는 장래의 포석으로 중요합니다.유럽의 선진 연구개발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국내 과학자들이 많이 진출한 흑진주 에티오피아 등을 둘러보는 것을 추진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과학신간 소개, 독자위원회 재가동, 특구내 자치운동인 '벽돌 한 장' 후원, 가을 과학마을 축제 등등의 행사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나라 과학계가 국가 발전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과학계에 국가가 지원해줄 것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국가 발전에 과학계가 무엇을 할 것인가, 대덕은 무엇을 해야하는가란 능동적인 자세로 접근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앞으로 34년 남았습니다. 세계를 변화시키려면 100년의 내공은 쌓여야 하고, 그 100년은 1세대 전에는 제대로 준비해야한다고 역사는 알려줍니다. 독일이 비스마르크에 의해 통일된 것이 1871년이고,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일으킨 것이 1868년이다.미국의 남북전쟁도 1865년에 끝납니다. 그 힘들을 갖고 각국은 연구개발 및 국가 발전에 매진해 전쟁 등의 곡절이 있었지만 오늘날 세계 강국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이 건국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8년에는 지난 100년전 약소국으로 주변에 먹이감이 되면서 동북아 불안의 원인 제공을 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체 실력을 갖고 지역 안정에 세계 평화에 인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대덕넷은 과학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학계의 서포터가 되겠습니다. 과학계의 소통과 역량 강화에 일조하는 조직이 되도록 고민하고, 학습하고, 노력하겠습니다.

2014년, 앞으로 34년뒤를 내다보며 한 발 한 발 성실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독자분들의 안녕과 발전,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월 1일

대덕넷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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