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①]에티오피아에서 활동중인 최영락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
"창조경제는 4만달러로 가기위한 수단…지속가능 과학기술 시스템 만들어야"

지난해 초 에티오피아로 떠난 최영락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잠시 귀국했다. 그는 4만 달러로 성장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 에티오피아로 떠난 최영락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잠시 귀국했다. 그는 4만 달러로 성장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퍼부처(미래창조과학부) 탄생과 역할을 제언했지만 지난 2월 홀연히 에티오피아로 떠난 최영락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부 자문관(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초 잠시 귀국했다.

3개월 전 새롭게 부임한 에티오피아의 과학기술부장관이 과학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 첫 방문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것. 과기부장관 안내 겸, 한국에 에티오피아 현황을 전달하기 위해 그는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약 10개월 만에 한국에 온 그를 만났다. 살이 빠진 모습에서 현지에서의 생활이 어떠한지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그만큼 현지에 익숙해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타지, 그것도 최빈국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의 생활이 그리 신나지만을 않을 텐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한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다.

그는 에티오피아에 있으면서도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귀를 열었다. 지난 10개월동안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일들과 외부에서 봤을 때의 창조경제를 위한 주체간의 역할을 들어봤다.

◆ '창조경제=2만→4만 달러' 4만 달러 위한 시스템 구축해야

한국을 10개월간 떠나있던 그였기에 '창조경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논하며 여러 이야기를 해온 터라 스스로도 조심스러웠을 터. 그러나 그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목표가 '2만 달러→4만 달러'로 성장인 만큼 창조경제의 개념도 이와 함께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이 같이 말할 수 있는 데에는 지난 2012년 5월 '국민의 행복을 창조하는 과학기술'이라는 제목의 공학한림원 정책총서를 1년 넘게 작업하며 슈퍼부처를 예언했으며, 최초 과학기술정책기관이었던 KIST 경제분석실 연구원, STEPI 원장, 공공기술연구회이사장,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등 30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정책 전문가로 활동하며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나라가 어떤 발전을 일궈나갈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목표이며, 이를 창조경제로 일궈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술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기술혁신은 발명(invention)과 활용(exploitation)이 결합된 용어로 공정, 시장, 재료, 조직 등 생산수단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마케팅, 판매하는 일련의 현상을 말한다.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들이 비즈니스에 잘 접목될 수 있도록 리더그룹에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에티오피아를 떠나기 전에도 미래부의 핵심을 기술혁신이라 강조했지만 그동안 기술혁신이 실종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추격형 R&D로 경제발전을 일궈낸 한국이기에 기술혁신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개발에 주로 관심이 있기에 비즈니스와 엮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벤처나 창업가들이 기술혁신을 마음껏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답을 내가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나 그는 "기술혁신을 빼놓고는 창조경제가 가능을 점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술혁신을 논의하기 위한 맹점으로 ▲ 4만 달러로 가기위한 과기계 시스템 부재 ▲창조경제의 전체적 틀 부재 ▲창조경제에서의 대기업 역할 등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현 과학기술 시스템은 2만 달러만을 달성하는 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4만 달러로 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과학기술계에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현재 4만 달러로 갈 수 있는 과학기술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대로 갈 수 있는 과학기술계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창조경제의 전체적인 틀이 없다는 점이다. 마치 창업이 창조경제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고민 없이 창조경제를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랑은 상황이 전혀 다른 이스라엘을 예로 드는 것 또한 마찬가지. 자기가 보는 시각마다 창조경제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다잡아줄 수 있는 전체 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창조경제를 위해 출연연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각 주체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세 번째로는 창조경제의 대기업 역할이다. R&D를 가장 잘 하면서 응용하는 곳이 대기업인만큼 정부에서도 대기업에 창조경제의 역할을 명확하게 주문해야한다. 대기업을 옹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적극적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경제=2만→4만 달러'인 만큼 우리는 4만 달러로 가기 위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R&D를 세워 과학기술이 할 일을 정하고 각 역할과 매치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종소기업, 출연연, 대학, 벤처 등 각 주체들은 어떤 역할을 하면 되는가.

그는 대기업에게는 게임체인저 테크놀로지 (game changer technology)를 할 것을 주문했다. 게임체인저 테크놀로지란 기업이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듯 대기업이 게임방식을 자기쪽으로 주도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갖출 수 있어야한다"면서 "중소기업은 히든챔피언 역할(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출연연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매년 발생하는 적조현상이나 한국형 도로와 복지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을 맡는 것. 대학은 글로벌 프론티어 과학에 도전하는 창의적인 인재와 기술을 키워 한국이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벤처는 창업을 통한 생태계 구축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는 "각 주체들이 꼭 이것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심플한 도식을 다 갖추면 4만 달러(창조경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4만 달러로 가기 위한 핵심이 무엇이고,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 "개도국 지원 '한국형 모형'은 분명히 있다…'발전방안' 정리할 것"

앞으로 그는 개도국지원 한국형모델을 만들고 발전방안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개도국지원 한국형모델을 만들고 발전방안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의 아마다 대학에는 박사학위가 없는 이공계교수들이 절반 이상입니다. 이들이 박사학위를 딸 수 있도록 한국대학의 교수님들이 지원을 하기로 했죠. 50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29명이 온 상태입니다."

에티오피아의 환경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아무리 신경써줘도 불가능한 것들이 있기 때문. 예를 들어 홈페이지 하나 여는데 5분 걸리는 인터넷 환경이라던지, 재력이 있어도 먹을 것이 한정되어 있다던지...

10개월간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일이 궁금했다. 먼저 그는 "아마다 대학의 박사학위가 없는 교수들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한국의 각 대학교수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일체 받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에 가 있는 한국 이공계인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일궈낸 성과다.

또 한국 출연연과 대학에서 쓰지 않지만 사용가능한 유휴장비를 모아 아마다 대학과 아디스아바바대학에 중점으로 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모든 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몇 년 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최 전이사장은 기대했다.

이 외에도 지난 7월 말 에티오피아 과기부 차관과 핵심 공무원 90명이 한국의 과학기술정책 워크숍을 하며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공감했다. 

11월 에티오피아 과기부장관이 방한해 열린 미래부 최문기 장관의 장관회담에서는 ▲양국간 과기공동위 개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 담당주재관 에티오피아 파견 ▲에티오피아 과기부 공무원 한국 과기혁신 석사과정 지원 ▲기술경영 석사프로그램 에티오피아 개설 등을 추진키로 약속하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에티오피아의 대학총장, 연구소장, 회사대표 등 300여명이 넘게 참석한 회의와 주요보직자 1600여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에티오피아가 지향해야 할 산학연 기본틀'을 주제발표를 하는 등 에티오피아가 과기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가를 공유하고 고민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에티오피에서 느낀 것은 현지인들은 한국의 과학기술 협력과 필요성에 점점 공감하고 있으며,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에티오피아에 맞는 과학기술발전모델을 잘 세울 수 있는 인력정책을 키우는 것이 바람이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 개도국지원에 뚜렷한 '한국 모형'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개도국지원의 실패요인과 성공을 위한 방법을 정리하고 밝혀내야하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원이 적어 물량지원으로는 힘들다"며 '50년 압축성장을 겪은 살아있는 증인'이 우리가 가진 개도국지원의 특색으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을 강조하며 "개도국 과학기술협력 등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 한국이 개도국에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 정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개도국을 지원하는 것은 그 나라와의 향후 파트너십을 유지해나가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 자문관은 아프리카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세계는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다. 현 월소득은 적고 일정하지도 않지만 신흥시장의 빠른 경제성장세를 감안해 잠재소비층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이 부족한 것 같다"며 "정부는 현안위주, 기업은 초단기 성과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인지 정말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를 단순 마켓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어떻게 자기고 갈 것인가 생각해야한다"며 '한국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로 단순 지원에 '친구'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가운데 최 전 이사장은 우리의 고경력 은퇴과학자들을 아프리카에 파견보냄으로써 봉사수준을 넘어선 과학기술협력과 자금보다 노하우가 우선시 되는 에티오피아 과학기술인력중심 성장에 초점을 두는 것을 제안했다.

"개도국 지원이나 봉사활동 등은 전체그림을 보면서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경력 은퇴과학자들이 '할일이 없어서 온거겠지'라고 인식되지 않도록 과기지원 시스템이나 제도를 만들어 활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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