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밖에 몰랐던 故 박귀순 ADD 팀장 딸 박송이양의 감사편지
"이렇게 엄마가 멋진 분이었다니…격려 잊지않고 밝게 살겠습니다"

지난 15일 갑작스런 차량 사고로 순직한 박귀순 ADD(국방과학연구소) 팀장.

故 박 팀장은 지난 일요일 오전 11시경 출근해 근무하던 중 오후 6시경 연구소 내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 원인 미상의 사고로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변을 당했다. 그는 휴일도 잊은 채 국방연구개발에 열정을 쏟았던 연구원이기 전에 세 자녀를 둔 어머니이였기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나라는 충실한 과학자를 잃었고, 가족들은 따스했고 현명했던 아내이자 어머니를 떠나보내야했다. 그러나 박 팀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영결식을 지켰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박 팀장의 셋 째 딸 박송이 양이 당시 참석했던 많은 분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보내왔다. 박 양은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셨는지 알게됐다"며 "이렇게 멋진 엄마를 둔 것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 것"이라고 씩씩하게 인사했다.

아래는 박 양의 편지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셨던 박귀순 팀장님의 딸 박송이입니다. 장례식장에 오셔서 한마디라도 위로해주시고 제 손을 꼭 잡아주신 분들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사드리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먼저 월요일 새벽에 아빠가 엄마를 찾으러 가셨을 때 저는 당연히 엄마는 피곤하셔서 연구소 사무실에서 졸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착하신 분이셔서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했고, 다시 집에 오실 거라고 정말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새 시험공부도 하고 오빠가 다려준 교복도 입고 가방도 싸고, 그렇게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일이 저에게 일어나니 너무 억울하고 허무했습니다. 그때 둘째 동현이 오빠가 이럴 때 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울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첫날에는 너무 놀라서 밥도 잘 못 먹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조문 오신 분들을 맞는데 밤새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어서 맞절 하는 내내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조문 오시는 분들마다 위로해주시고 저보다 더 슬퍼해주시면서 "너희 엄마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끊임없이 오시는 조문객 분들, 계속해서 들어오는 장례식 화환, 그리고 엄마 사진 위에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우리 엄마가 이렇게 대단한 분이셨는데 내가 여기서 밥도 잘 안 먹고 쓰러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밥도 꼬박 꼬박 먹고 쓰러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에도 아침, 점심, 저녁 꼬박 챙겨먹고 씩씩하게 행동해습니다.

그리고 셋째 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영결식을 할 때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만 오시면 저희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시고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셔서 제가 항상 우스갯소리로 "엄마는 나중에 치매 걸려도 지금이랑 똑같을 것 같아요"라고 했었는데, 엄마가 이렇게 대단한 분이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슬퍼해주시고 영결식을 마치고 국방과학연구소를 나올 때 나가는 길 양쪽으로 많은 분들이 서서 엄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우리 엄마가 대단한 분이셨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엄마를 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이제 내가 앞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고, "엄마의 바람은 우리 송이가 항상 행복하게 사는 거야"라고 말씀하신 것을 계속 떠올리면서 밝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빠의 딸로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드리고, 두 오빠들의 여동생으로서 같이 장난도 치면서 웃게 하고 서로 힘이되며, 할머니의 손녀로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이제는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바라던 꿈을 이루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제게 힘이 되는 한마디로 위로해주시고 손을 꼭 잡아주시고, 또 어떤 분들은 저를 꼭 안아주셨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제게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가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고, 우리 가족도 똘똘 뭉쳐서 엄마가 바라셨던 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마는 더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항상 우리 가족 곁에서 지켜봐 주실 겁니다.

엄마가 항상 끼고 다니시던 반지를 이제는 제가 끼고 다니면서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그 반지를 보면서 힘을 내고 영결식 때 보았던 광경들을 떠올리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잘 이겨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셋 째 딸 박송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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