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전KISTI감사, '연구원명상센터' 문열어
맞춤형 호흡·논어 프로그램…참여연구원 호응 높아

연구원 명상센터 연 이정희 전 KISTI 감사.
연구원 명상센터 연 이정희 전 KISTI 감사.
"문명 패러다임에 대해 엘빈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고 정의했는데 제4의 물결은 융합의 물결이 될 것입니다. 융합에 앞서 필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40년의 연구원 생활을 농축해 유성에 '연구원명상센터'를 연 이정희 전 KISTI 감사.

그는 여전히 자신을 현역이라고 소개했다.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정년이 없듯이 연구원에게도 정년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산에 자주 다니는데 남한산성은 1900회, 계룡산은 현재까지 1700회 올랐다. 산에 가면서 산과 내가 하나되는 물아일체를 여러번 체험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행산(行山)이라고 표현한다"면서 "연구현장도 이런 융합이 필요하다. 대덕은 창조경제 거점지구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데 창조는 출연연간 융합이 가능할때 이뤄진다. 이는 출연연간 마음의 벽을 허물때 실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40년의 경험을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하는 사명감에 이번 일을 시작하게 됐다. 비워진 마음으로 제2의 대덕을 일구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며 명상연구센터를 연 이유로 '사명감'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연구비는 지난해 16조원, 내년에는 18조원에 이를전망이다. 정부는 대덕을 창조경제 거점지구로 지목하고 성과창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덕특구 출연연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 거점지구로서 실행에 옮기기 위한 여러가지 움직임이 일고있으나 성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부정적인 입장이 더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이 전 감사는 "연구비는 오르고 패러다임은 창조경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각 출연연이 정책집행자는 그대로다"면서 "연구소 담을 허무는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이 변하지 않고는 출연연간의 융합은 쉽지 않을것이다. 마음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에서 들어온 과학기술에 동양의 정신문화를 접목해 화학적 결합으로 전혀 다른 물질인 H²O가 탄생할 수 있을 때 융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호흡으로 마음 다스리고 논어로 덕목 갖추고

연구원명상센터는 호흡과 논어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 참여자들이 마음의 변화를 얻도록 돕고 있다.
연구원명상센터는 호흡과 논어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 참여자들이 마음의 변화를 얻도록 돕고 있다.

연구원명상센터의 프로그램은 연구자들이 갖춰야할 덕목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큰 테마는 호흡명상과 논어명상으로 나뉜다. 호흡명상은 호흡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논어명상은 논어 중 연구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발췌해 전문가의 해석이 있는 수업으로 운영된다.

명상센터의 수업은 15주 단위로 진행되며 현재 1기 수업을 마치고 2기 수업이 진행 중이다.

이 전 감사가 이처럼 명상과 논어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린시절과 연관성이 깊다. 동학사상을 굳게 믿는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한문학이 자연스럽게 생활이 됐다.

한문학 공부를 10년 이상해오며 동양철학 박사학위와 과기정책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연구원들에게 명상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를 해 왔다. 그리고 대덕의 위기는 과학기술의 위기라는 생각에 절박함 속에서 이번 연구원 명상센터를 열게 됐다.

명상센터 설립취지와 의미는 과학기술+인간+정신문화를 담은 '마음 심(心)' 센터의 로고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1기 수업에 참여했던 이종태 ADD 박사는 "힐링을 위해 센터 수업을 신청했다. 명상 후 생활속에서 생기는 분노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됐다. 훈련으로 분노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알게되니 스스로 내면에서 이를 알고 다스리게 됐다"고 명상센터 수업  효과를 들었다.

한혜자 지질연 박사는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명상 수업을 선택한 사례. 그는 "융합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한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멈추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수업에 참여한지 1개월정도 밖에 안됐지만 마음이 평화롭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김준기 기초지원연 연구원은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았단다. 관련 책을 읽으며 준비를 해 오던 중 이번 연구원명상센터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수업을 통해 생활속 명상을 연습하게 됐다. 양치하며 명상하기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초지원연 연구원 역시 명상 수업을 통해 생활속 명상인 걸으며 발자국 느끼기, 주변환경 느끼기 등을 실행하며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희 전KISTI 감사가 연구원 명상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정희 전KISTI 감사가 연구원 명상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홍익 가교테크 대표는 "명상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번뇌가 줄어들었다. 최적화된 뇌의 상태로 능력이 다듬어지고 발전되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무엇보다 절차탁마의 과정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도 원활해졌다"고 장점을 들었다.

연구원명상센터는 지난 11월 초부터 2기 수업에 돌입했다. 15주간 진행되는 수업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감사는 "연구원들은 누구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를 풀어낼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와 융합이 가능하다. 그 해답은 명상에 있다"면서 "앞으로 기관장을 위한 맞춤형 경영철학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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