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취임식 갖고 본격 집무 "대덕을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강조
출연연·기업과 소통·협력 시급…잘못된 조직문화도 뿌리뽑아야

김차동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왼쪽)이 지난 6일 열린 가운데 직원으로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김차동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왼쪽)이 지난 6일 열린 가운데 직원으로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김차동 신임 이사장이 지난 지난 6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집무에 들어갔다.

"차관급 정도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대덕 현장의 희망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개인적 역량이나 리더십을 떠나 대덕특구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이사장도 취임식에서 "저와 여러분 모두 새로운 각오로 임하자"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크게 세가지를 언급했다. 연구개발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만들자는 것과 이를 위해 현재 특구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재검토, 그리고 내부 직원간 단합과 소통이다.

김 이사장은 "공직생활 30년 동안 대덕을 수없이 많이 오갔던 만큼 전혀 낯설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서 업무를 직접 맡게되는 만큼 감회가 새롭다. 특히 대덕특구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시되는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70년대 전국의 산업단지나 무역특화단지가 산업화에 기여했던 것처럼 2000년대 이후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연구개발특구와 같은 거버넌스에서 지식성과의 창출, 이전,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특구, 특히 대덕특구는 새정부 들어 창조경제 전진기지 건설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대덕특구와 국제과학비지스벨트 업무까지 일원화되면서 특구재단의 역할과 외연이 확대됐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 다양한 공동체의 소통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심에 특구재단이 있지만 그동안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특구재단이 과거 관리본부 시절과 달라진 게 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덕특구 종사자는 "최소한 차관급 이상의 무게있는 인물이 대덕에 와야한다고 현장에서 요구한 이유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소통과 협력, 이를 바탕으로 한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펼치려고 하기 보다는 이런 부분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사업이나 무리하게 펼치거나 정부시책을 단순히 집행하는데 그치지 말고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구재단이 뭘 하자고 하면 사실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게 없다. 많이 만나고, 많이 듣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임사를 하고 있는 김차동 특구재단 이사장.
취임사를 하고 있는 김차동 특구재단 이사장.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특구재단 내의 역량과 분위기다.

김 이사장도 특구재단 내부 분위기를 이미 어느정도는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특구재단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료들간의 신뢰와 칭찬해주는 직장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동료들간에 욕하고 비난하는 조직은 안된다"며 "특히 밖에 나가서 조직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김 이사장의 발언은 일종의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인사나 기관 운영에 불만이 있다고 상급 기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탄원서를 내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특구재단은 오랫동안 이러한 고질적인 문화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착화, 관행화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결과적으로 묵묵히 자기 업무에 노력하는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두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러한 조직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 이사장 역시 이러한 잘못된 조직문화를 언급하며 공명정대한 인사와 예산, 기관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듯 정치권 등 이런저런 경로를 통한 '압력'도 있을 것이고, 투서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얼마나 '원칙'을 지켜낼 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일은 하지 않고,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흔들기만 했던 직원들에 대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 이사장이 강조한 '창조경제 전진기지화', 이를 위한 특구재단의 역량 및 역할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덕특구 현장에서는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 공모 이전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전에 없던 일이다.

공통된 견해는 "상급기관과의 관계설정이 원활하고, 대덕특구 현장에서도 소통과 협력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으면서, 내부 분위기 쇄신과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냥 낙하산'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물이 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패전처리용 투수가 아니라 특급 '구원투수'가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왔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듯 "70년대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산업역군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창조경제 실현의 역군이 되자"고 강조했다. 어느때보다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이러한 취임 일성이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특구재단 제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 이사장은 한양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호주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제25회 출신으로 1982년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행정관, OECD대표부 과학기술참사관, 과학기술부 연구개발국장, 공보관, 과학기술협력국장,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을 역임했다. 임기는 2016년까지 3년이다.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 취임식이 끝난 뒤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구재단 신임 이사장 취임식이 끝난 뒤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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