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 : 김위찬/르네 마보안
출판사 : 교보문고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블루오션 전략'이 무섭게 뜨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이 뭘까? 18일 한국 컴퓨터산업의 상징이었던 삼보컴퓨터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PC시장은 초기 매우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가격경쟁이 극심한 시장으로 변

18일 한국 컴퓨터산업의 상징이었던 삼보컴퓨터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PC시장은 초기 매우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가격경쟁이 극심한 시장으로 변해버렸다.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의 말처럼 삼보는 더 빨리 변신했어야 했다.

당장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경쟁구도에서는 언제까지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건 아니다. 수년간 고생해서 개발한 신기술로 만든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제 돈 좀 벌어볼까 했는데 경쟁자가 하나둘 나오더니 시장은 순식간에 포화상태가 돼버렸다. 과다경쟁 속에선 살아남는 것 자체도 힘들다. 그래서 많은 경영학자들은 어떤 산업이든 성장률이 10%를 밑돌면 그 분야의 기업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구세주로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이 무섭게 뜨고 있다. 기업을 비롯해 공공부문에서도 너도나도 블루오션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이 뭘까? 지난달 첫 선을 보인 ‘블루오션 전략’(김위찬-르네 마보안 저/교보문고 간)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전략적 발상전환을 강조한다. 경쟁자를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짜내도 갈수록 그 유용성이 낮아지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공급은 충분하다 못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살 깍아먹기’식의 가격경쟁과 제로섬게임(zero-sum game) 안에서의 경쟁전략은 우리에게 돈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삼보컴퓨터의 부도가 이를 보여준다. 이제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면 더 이상 싸우지 말자.

블루오션과 대립되는 개념은 레드오션(Red Ocean)으로 칭한다.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기존에 존재하는 산업으로 경쟁자와 경쟁의 규칙이 정해져있어 경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없다. 시장은 곧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은 일상품이 되어버리며, 결국 경쟁자들끼리 서로 물어뜯어 ‘핏빛바다’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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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블루 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므로 경쟁자도 경쟁의 규칙도 없다. 그러나 블루 오션은 새로운 용어일 뿐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창출이 가능한 산업의 한 형태다. 요즘 잘나가는 뮤추얼펀드, 휴대폰, 택배, 홈비디오 등도 30년 전만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산업들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20~50년 후에도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산업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블루 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이 책은 ‘가치의 혁신(Value Innovation)’을 강조한다. 즉 구매자 입장에서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설비와 가격, 비용구조가 적절하게 일치될 때만 달성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가 아닌 커피 마시는 분위기를 파는 미국의 스타벅스, 어른을 위한 서커스로 대박을 터뜨린 캐나다의 시르크 뒤 솔레이유, 맥주 애호가들을 위한 와인으로 성공한 호주의 카셀라 와인즈…. 모두 전략적 발상전환으로 제품의 가치를 혁신하는데 성공한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이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수익의 창출이다. 저자들이 108개 기업을 10년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새로 출시된 상품의 86%가 기존 라인을 확장한 제품이었고, 나머지 14%만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14%에 속하는 이들 블루오션형 제품들이 기업수입의 38%, 수익의 61%를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제품이 공급과잉인 시장상황에서 블루오션 전략이 우월한 전략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책의 매력은 개념의 제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전략과 케이스를 시원스럽게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블루 오션 전략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실행할 것인가. 전략을 체계화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실행단계에서는 무엇을 줄이고 제거하는 대신 무엇을 증가시키고 창조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저자들은 사우스웨스트(저가항공서비스 제공), NTT도코모(‘i-모드’라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연결한 무선 이동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삼성전자(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 SGH-T100, 40인치 LCD TV 등으로 세계시장 선도) 등을 등장시켜 자신들의 전략과 지침이 맞아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은 현재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로 20년 전 교수와 제자로 만난 이후 늘 함께 연구하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 분야의 가장 독창적인 논문에 수여하는 ‘엘드리지 하인즈’ 상을 공동수상하는 등 10여년 전부터 가장 앞서가는 비즈니스 전략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이미 미국과 유럽 학계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80년대 경쟁전략, 90년대 핵심역량이론 이후 최고의 경영전략으로 세계 유력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교보문고/332쪽/1만7천원

글. 대덕넷 문정선 기자 = jsmoon@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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